산골에 봄비가 종일 차분하게 내린다. 내리 퍼붓는 비보다 잔잔한 비는 촉촉히 흙에 스며드는 약비다. 빗소리를 노래소리 마냥 이불 속에 누워 듣다가 아이와 읍내로 나갔다.
주말이면 한결이와 함께 하는 주말 코스 3종 세트. 목욕, 점심 외식, 도서관에서 책읽기. 오늘은 수영을 첫 코스로 잡으려다가 실패했다. 군에서 직영하는 수영장이라서 그런지 오후 두시에 문을 닫았다. 에잇! 목욕탕으로 직행, 냉탕을 수영장 삼았다.
오후 늦게 나왔으니 외식과 도서관은 모두 패스하고 봄맞이 한결이 머리 깍으러 단골미용실로 향한다. 지난주 아빠는 농사용 머리로 단장했고 오늘은 한결이 차례.
매포읍내 미용실 원장님이 "어떻게 깎아줄까" 하니 한결이가 시적으로 대답한다.
"봄에 맞게요."7년 단골 원장님은 슬쩍 웃고는 머리를 깍는다. 머리 모양에 예민한 한결이 머리를 7년째 깍아주는 원장님은 한결이가 원하는 머리 모양을 잘 알고 있다. 산골 아이 머리에도 봄이 왔으니 진짜 봄이다.
산골 농사꾼 부자가 모처럼 읍내 나와 새봄맞이 머리 단장을 한 김에 단골 가게에 들러 입맛도 다신다. 2천원어치 떡볶이와 매운오뎅이지만 진수성찬보다 맛나다. 이렇게 비오는 봄날 하루가 저물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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