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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3주기, 함께 기억하고, 함께 행동해 주십시오. 그리고 모든 진실의 시작은 세월호를 통해 이루어질 것입니다.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이 제대로 되는 그날까지, 우리 모두는 늘 함께 행동하겠습니다. 기억하겠습니다."

11일 18개 단체로 구성된 '세월호참사 진상규명 양산대책위'는 이같이 밝혔다. 양산대책위는 10일 이마트 양산점 후문에서 '추모 선포'를 하고, 이곳에서 16일까지 '추모분향소'를 운영하며 15일 오후 5시 양산 만남의광장에서 추모행사를 열기로 했다.

양산대책위는 "1090일 만에 세월호는 뭍에 올라왔지만 아직도 진실은 바다 속 깊숙이 있습니다"며 "늘 아프기만 하는 4월에 세월호 3주기 추모를 하고, 진상규명을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라 했다.

다음은 양산대책위가 낸 "다시 여는 봄, 꽃이 져도 너희를 잊은 적 없습니다"라는 제목의 선언문이다.

 6일 전남 목포신항에서 육상거치를 기다리는 세월호가 안개에 싸여 있다.
 6일 전남 목포신항에서 육상거치를 기다리는 세월호가 안개에 싸여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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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여는 봄, 꽃이 져도 너희를 잊은 적 없습니다

숨쉬기도 힘든 4월입니다. 아이들이 그렇게 가고 싶어 했던 제주도에 노란 유채꽃이 피었다는 소식이 들려옵니다. 그리고 1073일 만에 세월호가 검은 바다에서 떠올랐습니다. 단 하루 만에 떠오를 수 있는 배가 1073일 동안이나 깊은 절망의 바다에 침묵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진실과 정의가 천만 촛불을 일으켰고, 촛불이 마침내 박근혜를 탄핵시켰으며, 세월호를 끌어올렸습니다.

3년의 긴 시간 동안 대한민국은 무엇이 달라졌을까요? 아직 책임자는 처벌되지 않았고, 무엇이 두려운지 유족들조차도 세월호 가까이 다가가지도 못하게 합니다. 2014년 그날 이후, 세월호 유가족들의 삶은 산산조각이 났고, 조롱과 악의의 말들로 인간의 존엄은 완전히 무너졌습니다. 세월호와 함께 국민의 안전과 국가의 존재 가치도 침몰하였습니다.

1080일, 세월호가 목포항에 닿으며 그날의 4월 16일을 데리고 왔습니다. 그리고 통곡으로도 모자라는 슬픔을 이겨내는 가족을 향해 가만히 있으라는 박근혜는 구속되었습니다. 진실이 거짓을 이기는 순간을 우리는 똑똑히 목도했습니다. 그러나 세월호는 올라왔지만, 진실은 아직도 다 올라오지 않았습니다. 미수습자 수습, 철저한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국민의 생명이 안전하게 존중받는 사회가 되어야 진실은 긴 침묵을 깨고 환한 희망의 뭍으로 올라올 수 있습니다.

세월호와 다시 돌아온 봄, 우리는 가만히 있지 않을 겁니다. 기억하고 다짐하고 행동할 것입니다. 세월호가 끝이 아니라 시작임을, 촛불이 끝이 아닌 시작임을 알립니다. 우리는 세월호 참사 3주기를 맞아 그날의 약속을 지키는 '기억과 다짐의 4월'을 시작합니다.

'세월호참사진상규명 양산대책위'는 오늘부터 4월 16일까지 7일간 '기억과 다짐의 4월'을 선포하고 '기억과 다짐 행동'을 시작하려고 합니다. 7일 동안 세월호 분향소를 설치하여 노란 리본과 세월호 풍선 나누기,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플래시몹, 세월호 엽서 보내기는 물론 0416사진전, 세월호 추모영화 <망각과 기억 2: 돌아봄> 등을 통해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양산시민들에게 알리고 함께 하고자 합니다.

다시 봄, 4월입니다. 이번 4월은 두 번의 4월과는 달리 세월호가 떠올랐습니다. 304명의 파리한 생명들이 탄 배가 마지막 남은 항해를 마치기 위해 봄을 향해 떠올랐습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임을 증언하는 촛불의 힘이 세월호를 인양하였습니다. 정치인도 아니고 사법부도 아닌, 오직 대한민국 국민의 힘으로 여기까지 왔습니다. 지금까지 넘기지 못한 2014년 4월 16일의 달력을 이제는 넘겨야 합니다. 18살에서 멈춰버린 봄꽃같이 고운 아이들을 진실과 함께 피어나게 해야 합니다.

슬픔이 다른 슬픔에게 말합니다. 절망이 희망에게 말합니다. 곧 바뀔 새나라에서는 국가적 재난 앞에서도 자기 탓이 아니라고 하는 사람, 직책을 성실히 수행하지 못하고도 남 탓만 하는 무능한 사람이 지도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입니다. 긴긴 골든타임 동안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을 공기 방울이 될 때까지 부르며 구조를 기다리는 나라, 국가가 국민을 포기하고 구하지 않은 나라의 국민이 다시는 되지 말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양산시민 여러분! 양산천에 유채꽃이 만개했습니다. 해마다 이렇게 노란 절정의 꽃이 필 때쯤 화사한 웃음으로 여행길에 오른 304명의 별이 된 여행자들을 잊지 말아 주십시오.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양산대책위(민주노총양산시지부, 전교조양산지회, 공무원노조양산지부, 김해양산환경운동연합, 양산노동민원상담소, 양산노동복지센터, 두드림, 양산YMCA, 양산외국인노동자의집, 양산여성회, 양산시농민회, 양산아이쿱생협, 노무현재단양산지회, 양산겨레하나, 더민주당, 정의당, 노동당, 민중의 꿈).


#세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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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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