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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리밭 사잇길로 걸어가면 뉘 부르는 소리 들려~~♬"
낙동정맥 길이 4월의 푸른 보리밭 옆을 지나갑니다.
 "보리밭 사잇길로 걸어가면 뉘 부르는 소리 들려~~♬" 낙동정맥 길이 4월의 푸른 보리밭 옆을 지나갑니다.
ⓒ 배석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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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걸어야 할 거리가 꽤 멉니다. 무려 19㎞… 이것도 GPS상의 거리이지, 실제로는 20㎞가 훨씬 넘을 겁니다. 산이 △ 모양이라고 할 때 GPS는 밑변의 길이로만 거리를 계산합니다. 우리는 경사진 위쪽 두 변을 걸어가며 오르락내리락하는데도 말이지요. 오늘은 한낮 기온도 25도를 넘어간다고 하니 벌써 초여름에 접어든 셈입니다. 겨울에서 봄을 생략하고 여름으로 간다는 말이 맞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거리나 날씨로 볼 때 오늘 상당히 고생을 할 것 같습니다. 그러니 먼저 마음부터 다잡아 봅니다. 일행이 모두 나보다 앞서 나가고 사라져서 뒷모습을 볼 수 없더라도 절대 동요하지 말고 내 페이스대로 꾸준하게 가자고 말입니다.

 광대나물이 예쁜 꽃을 피웠습니다.
고개를 들고 이곳저곳을 두리번거리는 광대 모습입니다.
 광대나물이 예쁜 꽃을 피웠습니다. 고개를 들고 이곳저곳을 두리번거리는 광대 모습입니다.
ⓒ 배석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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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란한 꽃잔치에 눈이 어질어질

산행을 시작하자마자 현란한 주위 풍경에 눈이 어질어질합니다. 전자레인지 안에서 옥수수 알갱이들이 투닥투닥 정신없이 터지며 팝콘으로 부풀어 오르듯이 사방팔방에서 나무마다 풀마다 형형색색의 꽃을 요란스럽게 피워 내고 있습니다. 이 꽃에 눈길을 주랴, 저 꽃을 사진에 담으랴, 저도 우왕좌왕 정신이 하나도 없습니다. "아~ 얘들은 왜 이렇게 한꺼번에 피어나서 사람 정신을 쏙 빼 버리는 거야" 하며 투정 아닌 투정을 부려 봅니다.

개나리와 진달래 그리고 벚꽃조차도 그다지 눈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여기저기서 이미 많이 봤거든요. 오늘 처음 만난 꽃들에게 환한 미소를 보내면서 카메라 렌즈를 들이댑니다.

 마른 풀잎을 헤치고 고개를 내민 요놈은 구슬붕이입니다.
이름도 예쁘고 꽃도 깜찍합니다.
 마른 풀잎을 헤치고 고개를 내민 요놈은 구슬붕이입니다. 이름도 예쁘고 꽃도 깜찍합니다.
ⓒ 배석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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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보랏빛 광대나물은 귀를 쫑긋 세우고 목을 길게 빼고 이쪽저쪽 두리번거리는 광대를 닮았습니다. 이름에 '나물'이 붙은 만큼 요즘 막 돋아나 꽃송이를 달고 있는 연한 놈은 꺾어서 반찬으로 먹을 수 있겠지요. 보랏빛 구슬붕이는 이름도 참 예쁘지만 꽃송이도 그에 못지않게 예쁘고 깜찍합니다. 여리디 여린 놈이 마른 풀을 헤치고 나오느라 고생이 많았을 것 같습니다. 바짝 마른 풀이라도 구슬붕이에게는 천근같은 무게일 것입니다.

할미꽃은 희한하게도 무덤가에서만 모습을 살짝 보여 줍니다. 아마도 그늘이 지지 않는 따뜻한 양지에서 피어나기 때문이겠지요. 언제 피었다 졌는지 벌써 머리를 풀어 헤치고 할머니가 된 분도 보입니다. 조개나물은 솜털이 잔뜩 달린 두툼한 허리에 빙 둘러가며 보랏빛 꽃송이를 빽빽하게 달고 있습니다. 이것도 들여다보면 꽃이 참 예쁜데 이름에 '나물'이 붙었으니 먹을 수 있나 봅니다.

눈길은 자꾸만 하찮은 냉이꽃으로

이렇게 예쁜 꽃들이 저마다 아양을 떨며 저를 유혹하지만(사실은 벌과 나비를 유혹하지만) 저는 촌스러운 냉이꽃에게 애정을 듬뿍 담은 눈길을 보냅니다. 꽃이 하도 작아 잘 보이지도 않는 냉이꽃은 하얗거나 혹은 노랗거나 밭을 이룰 만큼 엄청나게 많은 개체수로 자신의 존재를 드러냅니다.

제가 냉이꽃에 유별나게 반응하는 이유는 어렸을 적 기억 때문입니다. 서울 근교 소도시에 살던 대여섯 살 무렵 나물 캐는 누나들을 따라 들에 나갔다가 냉이꽃을 처음 만났습니다. 몇몇 송이라면 눈에 띄지도 않을 냉이꽃은 수백, 수천 송이가 한데 모여 피어나서는 고개를 살짝 들고는 봄바람에 살랑살랑 흔들렸습니다.

싱그러운 향기가 풀밭 위를 스쳐 와서 코로 들어왔고, 그 향기는 지금도 아스라하지만 상당히 구체적인 향기로 머릿속에 남아 있습니다. 그 향기를 다시 맡는다면 아, 이게 그 옛날 냉이밭에서 맡았던 그 향기네, 하고 황홀해 할 것만 같은데 어쩐 일인지 지금은 냉이가 밭을 이룬 들에 나가도 그 향기는 맡을 수 없습니다. 그 향기는 제가 만들어 낸 가공의 향기였던가요. 어쨌든 초록색 풀밭 위에 흰 꽃과 노란 꽃이 파스텔 톤으로 펼쳐지는 들판 풍경은 제 유년 시절 추억의 배경 화면으로 지금껏 남아 있습니다.

 복사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복숭아 속살을 닮아 연분홍색입니다.
 복사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복숭아 속살을 닮아 연분홍색입니다.
ⓒ 배석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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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꽃도 화사하게 피어났습니다. 
올해 과수 농사를 시작하는 농부의 손길도 덩달아 바빠집니다.
 배꽃도 화사하게 피어났습니다. 올해 과수 농사를 시작하는 농부의 손길도 덩달아 바빠집니다.
ⓒ 배석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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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사꽃, 배꽃… 과수원도 지금은 꽃잔치

과수원 옆을 지나갑니다. 과수원도 지금은 꽃밭입니다. 복사꽃은 복숭아의 속살을 닮아 연분홍색입니다. 춤을 추듯 이리저리 뻗어나간 가지에 예쁜 복사꽃이 소담스럽게 달려 있습니다. 배나무에도 배꽃이 다닥다닥 붙어 있습니다. 배의 하얀 속살을 닮아 배꽃은 흰색입니다. 이리저리 뻗어나가는 가지는 복숭아나무 비슷한데 흰 꽃이 촘촘하게 붙어 있는 모습은 얼핏 보면 벚꽃 같기도 합니다. 배나무 아래서 농부는 올해 과수 농사를 시작합니다. 비료도 주고, 가지도 자르고, 꽃도 솎아내면서 따가운 봄볕 아래 땀을 흘리기 시작합니다.

꽃에 취해 정신을 잃고, 꽃 사진을 찍기 위해 덤벙거리다 보니 어느덧 일행은 저만큼 멀어지고 맨 꼴찌가 됐습니다. 그렇거나 말거나 거기에 신경 쓰지 않고 내 페이스대로 터벅터벅 걸어갑니다.

산행을 시작한 지 1시간 10여 분 만에 만불산에 도착합니다. 만불산 정상이라고는 하지만 땅이 밋밋해 봉우리처럼 보이지도 않습니다. '萬佛山'이라고 누군가 써 놓은 돌판을 보지 못했다면 여기가 정상인지도 모르고 그냥 지나칠 것 같습니다. 만불사라는 절을 안고 있어서 만불산인데, 만불사는 우리나라에서 불상이 가장 많은 절이라고 합니다. 도대체 불상이 얼마나 많은지 궁금했습니다. 만불사니까 불상이 1만 개나 있는 것일까요? 궁금해서 만불사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았습니다. 불상이 무려 20만 개랍니다. 다른 건 몰라도 불상 개체 수에 있어서는 국내 최고입니다.

발이 빠른 이는 만불사까지 내려가 절을 얼른 둘러보고는 다시 올라오기도 합니다. 저는 걸음도 느린데다가 굳이 양적 성장을 자랑하는 절에 가 보고 싶은 마음도 생기지 않아 정맥 길로 발걸음을 이어 갑니다.

 흰민들레와 노랑 민들레가 함께 피었습니다.
흰민들레는 우리나라 토종이고, 노랑 민들레는 대개 외래종입니다.
 흰민들레와 노랑 민들레가 함께 피었습니다. 흰민들레는 우리나라 토종이고, 노랑 민들레는 대개 외래종입니다.
ⓒ 배석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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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두나무에 호랑나비 한 마리가 앉았습니다.
하얀 꽃이 지고 나면 빨간 앵두가 열리겠지요.
 앵두나무에 호랑나비 한 마리가 앉았습니다. 하얀 꽃이 지고 나면 빨간 앵두가 열리겠지요.
ⓒ 배석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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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짝 웃는 양지꽃, 제비처럼 날렵한 제비꽃, 우리나라 토종이라는 흰민들레, 노란색이 강렬한 유채꽃을 만납니다. 찔레꽃 비슷한데 콕 찔러 대는 가시는 없는 꽃은 앵두나무 꽃입니다. 꽃이 지고 나면 빨간 입술 같은 탐스런 열매가 열릴 것입니다.

"바람 없는 천지에 꽃이 피겠나"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찬바람이 수그러들지 않던 황량한 산과 들에 현란한 꽃잔치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마술입니다. 아니, 기적입니다. 우리 눈에 보이지는 않았지만 찬바람이 휘몰아치고 있을 때도 땅 속에, 돌 틈에 숨은 작은 씨앗으로, 또 여린 줄기에 붙은 움의 모습으로 꽃은 때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박정희를 저격한 김재규가 사형이 집행되기 전 교도소에서 되뇌었다는 구절을 떠올립니다.

"無風天地無花開"
("바람 없는 천지에 꽃이 피겠나.")

어떻게 평안한 일상만 이어지겠습니까? 순탄했던 우리 삶에도 바람이 불고 비도 내리고 때로는 거센 폭풍우가 내리치기도 합니다. 그런 난관을 겪으며, 그리고 이겨내면서 우리는 살아가고, 그렇기 때문에 역경이 지나고 나면 우리는 세상을 더 넓게 보고 소소한 일상에서도 행복을 느끼게 됩니다. 지난겨울에도 우리에게는 거센 바람이 불었고, 우리는 그 바람에 맞서 손에 손에 촛불을 들었습니다.

 모자처럼 생긴 관산입니다.
옛 지도에도 더러 등장하는 산이라고 합니다.
 모자처럼 생긴 관산입니다. 옛 지도에도 더러 등장하는 산이라고 합니다.
ⓒ 배석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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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여름 날씨에 몸은 지치고

그런데 오늘, 바로 지금 제게 또 한 차례의 고난이 찾아왔습니다. 몸이 지쳐 가고 있는 것입니다. 머리에 쓰는 모자처럼 생긴 관산에 올라 간단하게 요기를 하고 다시 걷기 시작할 무렵 몸 상태가 살짝 나빠졌습니다. 10㎞쯤 걸었을 뿐인데, 그 정도면 그리 무리한 거리는 아닌데 몸 상태가 이상했습니다. 이유는 하나, 엄청나게 올라간 기온 때문입니다. 이날 경북 영천의 한낮 최고기온은 27도까지 올라갔습니다. 이 정도면 봄이 아니라 여름입니다. 사계 중에 산행하기에 가장 힘든 계절이 여름입니다. 사람이 축축 늘어집니다. 후끈 달아오르는 몸을 식히기 위해 몸에서는 연신 땀을 내보내고, 땀과 함께 우리 몸의 전해질도 함께 빠져나가면서 탈진 상태에 이르게 됩니다.

몸살 초기 증세처럼 몸이 찌뿌드드해지는 느낌입니다. 머리가 조금 어지러운 것 같기도 하고 혼미한 것 같기도 하고, 또 잠을 자지 않고 무박 산행을 할 때처럼 졸음이 슬금슬금 다가왔습니다. 관산에서 할마당재까지 6㎞쯤 걸어가는 동안 이런 증세가 계속 나타났습니다.

 봄볕을 받으며 딱정벌레도 분주하게 움직입니다.
 봄볕을 받으며 딱정벌레도 분주하게 움직입니다.
ⓒ 배석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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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마당재에 도착하니 앞서가던 일행 중에 일부가 길가에 널브러져 있습니다. 그분들도 탈진하거나 지쳐서 더 이상 가지 못하고 산악회 버스가 데리러 오기를 기다리고 있는 중입니다. 그들을 지나치려는데 한 분이 말을 건넵니다.

"많이 떨어졌는데요. 그냥 버스 타고 가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머리가 복잡해졌습니다. 몸은 지쳤는데 거리는 아직 5㎞나 남았습니다. 게다가 오늘 산행 구간에서 가장 높은 해발 468m의 남사봉이 떠억 버티고 있습니다. 그냥 버스를 타고 편하게 갈까. 그런데 여기서 멈춘다면 오늘 빼먹은 구간을 언제 다시 보충할 수 있을지 기약이 없습니다. 5㎞를 산행하기 위해 서울에서 김제동의 고향 경북 영천까지 내려오는 일이 어디 쉽겠습니까.

"그냥 걸어갈게요."

다리는 움직이지 않는데 말이 먼저 나와 버렸고, 던져진 말을 따라 다리가 씩씩거리며 억지로 움직입니다. 설상가상으로 물도 떨어져 갑니다. 물을 충분히 갖고 가자는 생각에 500mL 생수를 세 병이나 갖고 왔는데, 다 마시고 이제 반병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영화 <터널>에서 터널 속에 갇힌 하정우처럼 생수병에 금을 그어 가며 아껴 마셔야 할 판입니다.

 물 고인 웅덩이에서 개구리도 놀고, 도롱뇽 알도 세상에 나갈 준비를 합니다.
 물 고인 웅덩이에서 개구리도 놀고, 도롱뇽 알도 세상에 나갈 준비를 합니다.
ⓒ 배석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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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도 얼마 남지 않았지만, 시간은 더욱 더 부족합니다. 할마당재를 지나갈 때가 오후 3시 45분… 도착 시간 5시까지는 1시간 15분 남았을 뿐입니다. 최고봉까지 포함해 5㎞나 남았는데 시간은 턱없이 부족하고 물도 부족합니다. 다리는 힘이 다 빠져나가 터덜거리고 탈진 증세까지 나타납니다.

이를 악물며, 입술을 깨물며

그래도 가야 합니다. 이를 악물고 입술을 깨물며 한 발짝씩 걸음을 떼어 갑니다. 아까 산행을 시작할 때의 짱짱한 몸 상태라면 한달음에 걸어 올라갈 봉우리인데 체력이 고갈되어 너덜거리는 다리로 올라가려니 다리도 불쌍하고 그 다리를 가진 주인도 불쌍합니다. 올라가다 쉬고 또 올라가다 쉬기를 열 번쯤 반복합니다. 산이 지긋지긋해지기 시작합니다. 영천이 고향인 김제동까지 미워집니다. 아까 할마당재에서 산악회 버스를 탈 걸, 하고 몇 번이나 후회했는지 모릅니다.

하지만 이제는 돌아갈 수도 없습니다. 그냥 올라가는 수밖에요. 그야말로 천신만고 끝에 남사봉 정상에 올랐습니다. 그런데 봉우리가 휑~합니다. 산도 볼품없고 정성석도 없고… 그저 지나간 이들이 달아 놓은 시그널만 메롱~ 하며 가지에 달려 있습니다. 이거 보려고 여기까지 올라왔나, 순간적으로 울컥합니다. 잠시 서서 다 빠져나간 정신을 수습합니다.

 악전고투 끝에 오른 남사봉 정상입니다.
이걸 보려고 올라왔나 싶을 정도로 휑한 풍경입니다.
 악전고투 끝에 오른 남사봉 정상입니다. 이걸 보려고 올라왔나 싶을 정도로 휑한 풍경입니다.
ⓒ 배석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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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이제 신이 납니다. 내려가는 길만 남았습니다. 다리야 힘을 내라, 다 왔다, 소리가 절로 나왔습니다. 은근히 콧노래도 나왔습니다. 하지만 세상일이 그렇듯이 산도 그리 녹록하지 않습니다. 큰 봉우리는 넘었지만 종착지 마치재까지는 작은 봉우리 몇 개가 더 남아 있습니다. 작은 봉우리 하나 넘을 때마다 다 쓴 치약을 꾹꾹 눌러 마지막까지 쓸 때처럼 다리 구석구석에 아주 조금 남은 힘까지 쪽쪽 빠져나갑니다. 설마 저건 넘지 않겠지 하는 봉우리까지 모조리, 남김없이 넘어갑니다. 지치다 못해 허허, 하고 헛웃음까지 나옵니다. 누가 옆에서 봤으면 이상한 눈으로 봤을 겁니다.

5시 20분… 20분 지각이니 예상보다는 양호하게 마치재에 도착해 산행을 마칩니다. 할마당재에서 버스를 타고 온 여섯 명을 빼고는 완주한 사람 중에서 맨 꼴찌입니다. 여기저기서 라면을 좀 먹으라는 소리가 들렸지만 뭘 먹을 수 있는 상태가 아닙니다. 땀에 젖은 옷만 간신히 갈아입고는 버스에 올라 기절해 버립니다.

결심 11 / 부모님 전기를 펴내 보자.

2, 3년 전쯤 부모님의 삶을 담은 전기를 만들어 보자는 생각을 했습니다. 저의 부모님은 사회적으로 높은 지위에 올랐다거나, 어떤 명예를 얻었다거나, 아니면 재산을 많이 모았다거나 하는 것과는 '전혀' 관계없이 평범한 소시민적 삶을 살아온 분들이지만, 그분들의 소소한 삶도 담담한 필체로 엮어 간다면 소책자 한 권 정도 분량은 나올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부모님 댁에 찾아갈 때마다 옛날에 있었던 일을 여쭙고 열심히 메모해 두었습니다. 그런데 거기까지뿐, 게으름 탓에 더 이상의 진도는 나가지 못했습니다.

올해 아버지는 아흔, 어머니는 여든아홉이십니다. 언제 어떻게 되실지 모르는 연세라 전기 발간을 서두를 생각입니다. 목표는 아버지 구순잔치를 열 11월 초, 서둘러야겠습니다.

♤ 낙동정맥 11구간 종주
날짜 / 2017년 4월 8일 (토)
위치 / 경상북도 영천시, 경주시
날씨 / 맑지만 미세먼지 많았고, 한낮 최고기온이 무려 27도까지 올라가는 여름 날씨
산행 거리 / 19㎞
소요 시간 / 6시간 10분
산행 코스(북진) / 서오고개 → 만불산 → 관산 → 할마당재 → 남사봉 → 마치재
함께한 산악회 / 기분 좋은 산행


#낙동정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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