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는 지난 26일 '대전의 한 중학교에서 남학생들이 여교사가 진행하는 수업 시간에 집단 자위행위를 하는 일이 벌어져 충격을 주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또 자위행위에 가담한 학생이 10여 명에 이른다고 썼습니다.
그런데 이와 관련 대전시교육청과 해당 일선 학교가 파장을 줄이기 위해 의도적으로 사건을 축소, 왜곡하고 있다는 의혹을 품게 하는 일이 연이어 일어나고 있습니다.
26일 해당 학교선도위원회는 가해 학생 8명에 대해 특별교육이수 5일을 결정했습니다.
반면 대전시교육청은 다음 날인 27일 언론보도에 대한 해명자료에서 네 가지 핵심 조사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요약하자면 1)속옷 위로 신체 특정 부위를 만지고 서로 음모 크기를 비교했다 2) 집단적인 것이 아니다 3)고의가 아닌 장난으로 한 행동이다 4)교사 몰래 개별적으로 하다가 교사가 근처로 오면 행동을 그만뒀다는 해명입니다.
해명 자료가 겨누고 있는 네 가지 핵심은 이를 처음 보도한 <오마이뉴스> 보도에 맞춰져 있습니다.
즉, 1)자위 행위는 없었고 2) 각각 개별적으로 우연히 함께 한 일로 3)대수롭지 않은 일이다 4) 여교사가 눈치채지 못하게 해 교사가 받은 충격은 없었다는 취지가 담겨 있습니다. <오마이뉴스>가 수업 시간에 남학생들이 집단 자위 행위를 했다는 보도에 대한 반박인 셈입니다.
27일 오전 대전시교육청 관계자는 기자에게 "자위 행위는 하지 않았고, 학생들이 몰래 해 수업이 진행되는 동안 여교사는 알지도 못했다고 한다"며 "사실과 다른 보도로 사건이 커졌고 오해를 받고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기자는 "몰래한 것은 맞지만 전체적으로 취재한 내용과 다르다"며 "목격한 학생 등에 대한 세밀한 조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사건의 핵심은 학생들의 부적절한 행위로 교사와 교실 내 학생들이 속수무책 성폭력을 당한 것"이라고 오히려 지적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같은 날 오후 이번에는 해당 학교 학생의 학부모라며 기자에게 전화로 오보에 대해 책임지고 기사를 삭제하라고 요구해 왔습니다.
그는 오보 내용을 묻는 말에 1) 자위행위는 단 한 건도 없었고 옷 위로 만지거나 크기를 비교 했다 2) '해당 교사는 수업 도중 나가지 않았고 끝까지 수업했다'고 강변했습니다.
그는 별일도 아닌 일을 키워 우리 아이들이 받은 엄청난 피해에 대해 책임지라며 법적 절차를 밟을 예정이라고 항의해 왔습니다. 자위 행위는 없었고, 나머지는 대수롭지 않은 행동으로 다른 학생이나 여교사에게 피해가 없었다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이날 오후부터 SNS 등을 통해 해당 학교 관련 방에 '이번 사건 팩트체크'라며 1) 자위행위가 아닌 자신의 성기를 이용한 장난(서로 비교 등) 2) 선생님은 수업 도중 나가지 않음, 학생들에게 주의를 준 뒤 수업을 끝까지 진행 3) 학교폭력위원회(아래 학폭위)가 열릴 사안이 아닌데 외부인의 개입으로 학폭위가 열리게 됨 4) 사실상 학생들의 봉사 활동 결정으로 사건이 종결됨 등의 글이 게시됐습니다.
마찬가지로 별것도 아닌 일이 언론의 오보로 사건이 확대됐다는 취지입니다.
시 교육청 및 해당 학교, 학교 학부모, SNS 글이 사실상 일치합니다. 적어도 사건 처리를 하는 해당 기관 관계자들이 비슷한 관점으로 사안을 보고 있다고 추정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오마이뉴스> 보도는 오보일까요? 분명히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당일 사건을 목격한 복수의 학생들은 1)자위 행위가 있었고 2) 해당 학급에서는 다른 반 교사의 수업 때도 여러 차례에 걸쳐 같은 행위를 하는 일이 있었으며 3) 조직적으로 벌어진 일이었다고 증언하고 있습니다.
시교육청과 일선 학교가 사건을 의도적으로 축소, 왜곡하고 있다는 의혹은 이 때문입니다. 이것이 아니라면 시 교육청의 조사가 피해자와 목격자 증언에 귀 기울이지 않은 엉터리 조사라는 반증입니다.
시 교육청 등의 해명이 충격적인 또 다른 이유는 '성폭력'을 대하는 태도입니다. 학교 성폭력 대응 매뉴얼에 따르면 '성희롱', '성추행', '성폭행' 모두 성폭력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사건의 구체적인 진위 여부를 떠나 시교육청이 밝힌 내용만으로도 이는 교사와 학급 학생에 대한 '심각한 성폭력'입니다. 성폭력은 여러 피해를 수반하는 학교폭력입니다.
수업 시간에 공공연하게 벌어진 심각한 성폭력 사건에 대해 '고의가 아닌 장난으로 한 행동'이고, '교사 몰래 했다'는 게 조사 결론이라니요.
전교조 대전지부는 해당 학교에 대한 '특별감사'를 요청했습니다. 해당 학교 교직원과 학생들에 대해서는 관련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대응체계 마련도 요구했습니다.
여기에 더해 시교육청과 해당 일선 학교가 사건을 축소하고 왜곡하려 한 것은 아닌지도 밝혀야 합니다. 학교 성폭력 사건에 대해 '대수롭지 않은 일'로 치부하고, 사건의 파장을 줄이기 위해 피해자들의 진술을 외면하거나 피해자 보호 조치를 소홀하지 않았는지 답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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