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노트 사줘서 고마워요."손녀 콩콩이가 엄마에게 쓴 감사 편지다. 이제 다섯 살, 생후 51개월째다. 지난 5월에는 친구 이름을 쓰기 시작하더니 조금 살이 붙었다. 가방에 꼭꼭 숨겨둔 쪽지를 슬그머니 내민다.
아무 데나 낙서한다. 철자도 바르지 않다. 엄마에게 편지를 쓰고 선생님에게도 쓴다. 온몸이 벌건 갓난아이, 뒤집기를 하려고 발버둥 치는 아이의 과거 영상을 보고 또 본다. 아이들과 함께한 세월, 길지 않지만 아름다운 추억이다.
5~7세가 인생의 폭풍 성장기라는 말이 실감 간다. 손녀와 대화를 나누던 중 "커서 할아버지에게 뭘 사줄 거야?"라고 묻자 "벤츠"라고 답했다.
날씨가 무덥다. 지난 7일 오후, 손녀들을 데리고 인근 공원에 갔다. 연녹색 나뭇잎이 푸르름을 더해가고 있었다. 팔각정에서는 할머니 몇 분이 더위를 피하고 계셨고, 놀이시설에는 7~ 8명의 어린이가 신나게 놀고 있었다.
우리는 메뚜기 채집을 하기로 했다. 놀이기구를 타고 노는 것도 좋지만 흙을 매만지는 것도 아이들에게는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나무 밑을 살펴보던 아이들이 기겁한다. 개미를 본 모양이다. 일개미들이 바삐 움직이는 모습을 들여다보면서 놀라고 흥겨워한다.
아직은 메뚜기가 크지 않은 탓인지 새끼 메뚜기만 눈에 띈다. 잡은 메뚜기를 페트병에 넣는다. 풀 속을 메뚜기처럼 폴짝폴짝 뛰어다닌다. 메뚜기 찾느라 신이 났다. 한 마리, 두 마리 욕심이 생겼다. 누가 많이 잡나 시합이라도 하는 듯이 메뚜기 채집에 열중이다.
육각형의 얼굴, 앞뒤 날개, 더듬이도 들여다본다. 홑눈과 겹눈 눈이 다섯 개, 다리가 여섯 개다. 아이들은 쪼그리고 앉아 여기저기 살핀다. 조그만 메뚜기가 귀엽게도 생겼다.
한참을 놀다 보니 시간이 많이 흘렀다. 어둑어둑해졌다. 집에 가야 할 시간이다. 아이들은 안 가겠다고 앙탈을 부린다. 언니 콩이가 달랬다. 메뚜기를 놓아주었다가 며칠 후 다시 보러 오자고, 얼마나 자랐는지 보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