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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원 마산회원구 국립3.15민주묘지 내 3.15기념관에 '마산 3.15의거 이후 우리나라의 발전상'이라 해놓고, 그 아래에 '박정희정부' 내지 '박근혜정부'라는 설명을 해놓았다.
창원 마산회원구 국립3.15민주묘지 내 3.15기념관에 '마산 3.15의거 이후 우리나라의 발전상'이라 해놓고, 그 아래에 '박정희정부' 내지 '박근혜정부'라는 설명을 해놓았다. ⓒ 윤성효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정농단으로 탄핵된 지 5개월 가까이 되어 가는데, 국립3·15민주묘지 기념관에는 아직도 박 전 대통령의 흔적이 남아 있다.

지난 3월 10일 헌법재판소는 대통령(박근혜) 탄핵심판 청구에 관해 재판관 8인 전원일치로 인용 결정을 내렸다. 그 뒤 박 전 대통령은 물러났고, 구속되었다.

당시까지 3·15기념관에는 박정희·박근혜 전 대통령의 흔적이 많았다. 이에 경남지역 촛불을 주도했던 단체인 '박근혜퇴진 경남운동본부'(현 '적폐청산과 민주사회건설 경남운동본부')는 철거를 요구했던 것이다.

이때까지 국립3·15민주묘지 관리소는 기념관 입구에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3년 5월 5일 어린이날 청와대에서 어린이들과 함께 찍은 대형사진을 걸어 놓았다.

경남운동본부는 여러 차례 사진 철거를 요청했고, 그래도 떼어내지 않자 사진에다 케첩을 뿌리기도 했다. 그 뒤 관리소는 케첩을 닦아낸 뒤 다시 박 전 대통령 사진을 붙였고, 탄핵 뒷날에야 사진을 떼어냈다.

사진이 걸려 있었던 그 자리에는 새싹 문양과 함께 "나라사랑 큰 나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다.

'슬라이드 영상'도 문제였다. 기념관에는 '마산 3·15의거 이후 우리나라의 발전상'에 박정희·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진을 슬라이드 영상으로 계속 보여주고 있었다.

이 영상은 새마을운동과 소양강 다목적댐 준공, 파독 광부, 파월 장병, 경부고속도로 공사 등 장면이 나왔다. '우리나라 발전상'이라고 하면서도 올림픽이나 월드컵 소개도 없었고 김영삼·김대중·노무현정부에 대한 내용도 없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뒤, 이 슬라이드 영상은 멈추었다. 관리소는 '우리나라 발전상'과 함께 나란히 있는 '3·15 정신 계승한 민주화 운동'의 슬라이드 영상 상영도 중단했다.

8월 1일 기념관을 찾았다. 박 전 대통령 대형사진이 걸려 있었던 곳은 여전히 '나라사랑 큰 나무'로 장식이 되어 있었고, '슬라이드 영상'은 운영되지 않고 중단되어 '먹통'이었다.

그런데 '우리나라 발전상'의 설명과 그 아래 사진은 그대로다. 설명은 다음과 같다.

"시대적인 변화를 바탕으로 박정희정부는 1962년부터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추진하여 '한강의 기적'이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질 정도로 우리 경제는 고도성장을 이룩하여 오늘날 경제발전의 밑거름이 되었으며, 여기에 더하여 파독광부와 간호사, 베트남 파병으로 경제발전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한 것도 큰 역할을 하였다.

3·15의거가 우리나라 민주발전의 씨앗이 되어 오늘날의 민주주의를 꽃피웠으며, 박근혜정부를 맞아 튼튼한 안보를 바탕으로 단절과 갈등, 분단의 70년을 마감하고 신뢰와 변화로 북한을 끌어내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통일기반을 구축하게 될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5개월이 다 되어 가고, 문재인정부가 들어선 지 3개월이 다 되어 가는데, 3·15기념관 내 설명판은 아직도 박정희정부와 박근혜정부를 미화하고 있다.

관리소 관계자는 "기념관을 2015년에 재개관하면서 '우리나라 발전상'을 소개하고 슬라이드 영상을 만들어 바뀌었다"며 "바로 바꾸려고 하니까 예산도 든다. 전시와 영상은 재개관하기 전의 원래대로 바꿀 것이다. 서울에 있는 업체에 디자인을 의뢰해 놓았다"고 밝혔다.

'적폐청산과 민주사회건설 경남운동본부' 김영만 의장은 "새 정부로 바뀐 지가 언젠데 아직도 박근혜정부를 미화하는 설명판이 그대로 있으니 황당하다"며 "새로 디자인을 한다고 하는데, 여론을 수렴해서 제대로 해야 할 것"이라 말했다.

3·15의거는 1960년 3월 15일 경남 마산에서 이승만 자유당정권의 부정선거에 항의하여 일어난 시위다. 기념관을 비롯한 3·15민주묘지는 국가보훈처가 관리하고 있다.

 김영만 '적폐청산과 민주사회건설 경남운동본부' 의장이 8월 1일 국립3.15민주묘지 내 기념관을 둘러보고 있다.
김영만 '적폐청산과 민주사회건설 경남운동본부' 의장이 8월 1일 국립3.15민주묘지 내 기념관을 둘러보고 있다. ⓒ 윤성효

 국립3.15민주묘지 내 기념관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의 대형 사진이 걸려 있었던 곳에 지금은 사진을 때어 내고 '나라사랑 큰 나무'라는 글자가 붙어 있다.
국립3.15민주묘지 내 기념관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의 대형 사진이 걸려 있었던 곳에 지금은 사진을 때어 내고 '나라사랑 큰 나무'라는 글자가 붙어 있다. ⓒ 윤성효



#3.15의거#박정희#박근혜#김영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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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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