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 유문철

관련사진보기


ⓒ 유문철

관련사진보기


ⓒ 유문철

관련사진보기


ⓒ 유문철

관련사진보기


10년 전 농사꾼으로 변신하면서 장만한 국내 유일의 농사 전용트럭 기아 세레스. 요즘 나오는 전자장비로 무장했지만 수수깡처럼 약한 트럭들과 달리 무쇠같은 내구성은 기본이다. 포장, 비포장, 급경사지까지 짐을 한가득 싣고도 못가는 곳 없는 전천후 사륜구동 트럭이다.

저속엔진을 장착한 이 트럭은 조금 빨리 달리는 경운기나 마찬가지다. 요란하고 덜컹거리지만 털털 거리며 시골길을 달리면 벤츠 부럽지 않다. 중고차 가게에서 250만 원 주고 지난 10년 동안 잘 타고 다녔다. 지금 팔아도 2백만 원이 넘는 농민들이 사랑하는 트럭이다. 소소한 부품 교체와 수리는 했지만 큰 말썽없이 농사일을 묵묵히 도와주었다.

단골카센터에서 기본 정비와 성능 체크를 하고 공업사에서 정기검사를 받았다. 올해도 검사를 무난히 통과했다. 정비를 하던 카센터 김 사장님은 너무 낡아 정기검사 통과 못한다고 장담을 했지만 그의 예상은 올해도 보기좋게 빗나갔다. 고물트럭 그만 끌고 쿠션 좋고, 소음도 적고, 속도도 빠른 트럭 사라는데 세레스 만한 농사용 트럭이 어디 있어야 말이지.

공업사에 들린 김에 적재함 수리를 했다. 농용굴삭기를 몇 번 실었더니 적재함이 주저앉아 뒷문 한쪽이 닫히지 않았다. 보기가 좋지않아 수리해야지 하면서도 미루다가 떡 본 김에 제사 지내기로 했다.

공업사 대형판금부에 트럭을 대니 연세 지긋한 기사님이 씩 웃는다.

"머 할라고요?"
"아, 예. 트럭 적재함이 주저앉아 문이 안 닫혀요."
"어쩌다 이래 됐는데?"
"기술센터에서 농용굴삭기 빌려 싣고 내리다 이래 된 거죠."
"이거, 그냥 타요. 폐차 할 때까지. 바로잡아 봐야 또 휘어져."
"좀 해주세요. 문짝은 닫고 다녀야죠. 농사 짓는 트럭인데요."
"글쎄, 이거 되겄나?"


초장부터 빙글거리며 놀리는 듯 아닌듯 말수작을 하던 기사님이 크레인 트럭을 불러와서는 트럭을 들고는 작업을 시작한다. 휘어진 적재함 바닥을 해머로 두드려 펴고 삭아서 떨어진 부분을 맞춰 용접을 한다. 삼십분 가량 뚝딱거리더니 적재함이 새 것처럼 변했다.

"되긴 되네. 굴삭기 또 실으면 또 망가지니까 알아서 하시고."

역시 기름밥 먹는 노동자는 말투가 투박하다. 농을 거는 것처럼 놀리는 듯 하면서도 경험 많은 기사님은 어떻게 작업할지 다 계산을 한 거다. 대형 판금부에서 파손된 수많은 자동차를 고친 분이 이까짓 거 소일거리도 되지 않는 일 아니던가?

뼈가 부러졌다 붙으면 더 단단하듯이 절단된 쇠를 용접해 다시 붙이면 더 야물다. 그렇게 고쳐 놓고는 겸손하게 굴삭기 실으면 또 망가진단다. 가난한 농사꾼이 나이 먹은 트럭을 아껴 타란 뜻으로 풀이한다.

정비와 수리를 깔끔하게 마친 스무살 내 세레스 트럭이 속도 겉도 환골탈태 했다. 농사 지으며 앞으로 10년은 더 탈 수 있도록 애지중지 해야지.

▶ 해당 기사는 모바일 앱 모이(moi) 에서 작성되었습니다.
모이(moi)란? 일상의 이야기를 쉽게 기사화 할 수 있는 SNS 입니다.
더 많은 모이 보러가기


#모이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충북 단양에서 유기농 농사를 짓고 있는 단양한결농원 농민이자 한결이를 키우고 있는 아이 아빠입니다. 농사와 아이 키우기를 늘 한결같이 하고 있어요. 시골 작은학교와 시골마을 살리기, 생명농업, 생태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