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오후 땅을 빌려서 가꾸는 밭에 가보았습니다. 지난달 감자를 캐서 거둬들인 다음 한 달만에 찾았습니다. 한달 만에 갔는데 밭은 전혀 다른 모습으로 바뀌어 있었습니다. 감자를 캘 때 드문드문 자라던 결명자가 사람 키만큼 자라서 벌써 노란색 꽃이 피었습니다.
씨앗 뿌리지도 않았는데 밭 뒤덮은 토마토와 결명자
결명자뿐만 아니라 토마토도 자라서 여기 저기 노란색 토마토가 열렸습니다. 올해는 밭에 감자만 심어서 거둬들이고 다른 것은 전혀 심지 않았습니다. 지금 자라는 결명자와 토마토는 작년에 땅에 떨어진 씨앗이 싹을 틔워서 자랐습니다.
토마토 역시 그렇습니다. 저는 토마토를 밭에 심은 적도 없습니다. 이 토마토도 이웃 밭에서 심엇던 토마토 씨앗이 옮겨와서 자랐습니다. 이웃에서 밭을 가꾸시는 분들이 장에서 볼 수 있는 푸성귀보다는 늘 새로운 것을 찾아서 심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웃에서 밭을 가꾸시는 어르신들이 붉은 색 토마토와 다른 노랑 토마토를 가꾸시는 모습을 본 적이 있습니다. 늘 볼 수 있는 것보다 새로운 것을 심어서 가꾸어서 수확하는 것이 더 새롭고 재미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토마토와 결명자 아래에는 그것이 지지 않을 만큼 여러 가지 잡초도 듬뿍 자라고 있었습니다. 결명자가 속도를 내서 훌쩍 자라다 보니 다른 잡초는 모두 가려서 보이지도 않습니다.
토마토와 결명자는 일부러 씨앗을 뿌리지도 않았는데도 온통 밭을 덮었습니다. 아마도 겨울 날씨가 혹독하게 춥지 않기 때문에 작년 가을 땅에 떨어진 씨앗이 땅 속에 숨어있다가 싹을 틔은 것 같습니다.
이곳 시가현은 한 가운데 호수가 있고 둘래에 산이 있는 높은 곳이라 날씨 변덕이 심합니다. 갑자기 비가 내리고, 우박이 떨어지는 경우도 흔합니다. 이렇게 비가 자주 내리는 곳이라 푸성귀들이 힘껏 자랐나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가을에 떨어진 씨앗이 땅에 묻혀있다가 봄에 싹이 나서 자라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렇게 자라서 열매를 맺으면 혹독한 겨울 추위를 견뎌냈기 때문인지 열매가 단단하고, 맛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렇게 밭에서 겨울을 나고 자란 씨앗을 전라도에서 똘씨라고 합니다.
겨울 날씨가 춥지 않아서인지 이곳 일본 시가현에서 자란 푸성귀는 똘씨라고 해도 먹을만합니다. 살아있는 씨앗이 자라서 열매를 맺는 것처럼, 살아있는 땅과 바람과 물은 푸성귀를 키우면서 세상을 윤택하게 합니다. 그것이 생명의 본질이기도 합니다.
덧붙이는 글 | 박현국 기자는 일본 류코쿠(Ryukoku, 龍谷)대학 국제학부에서 일본 학생들에게 주로 우리말을 가르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