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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공범자들>의 최승호 감독이 28일 제주MBC 노동조합 사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야기하고 있다.
 영화 <공범자들>의 최승호 감독이 28일 제주MBC 노동조합 사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야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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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공범자들> 최승호 감독이 28일 제주MBC 노동조합 사무실에서 지역 언론인들과 간담회를 갖는 모습.
 영화 <공범자들> 최승호 감독이 28일 제주MBC 노동조합 사무실에서 지역 언론인들과 간담회를 갖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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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직 언론인 출신인 영화 <공범자들>의 최승호 감독이 "다시 MBC에 복직하게 된다면 PD 수첩을 바로 세우고 싶다"고 말했다. 다음 달 예정된 KBS와 MBC 등 공영방송 총파업을 앞둔 상황에서 시민들의 전폭적인 지지도 잊지 않았다.

28일 영화 시사회를 위해 제주를 찾은 최 감독은 제주MBC <라디오 제주시대>에 출연한 뒤 기자 간담회를 갖고 이 같이 밝혔다. 최 감독이 그간 전화 등을 이용해 지역MBC 프로그램에 출연한 적은 있으나 스튜디오를 직접 찾은 것은 이번이 해직 후 처음이다. 꼬박 6년 반의 시간이 걸린 것이다. 일각에서는 최 감독의 출연을 저지하려는 경영진과 노조원 사이의 마찰이 발생하지 않을까 우려했지만 다행히도 별다른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라디오 방송과 기자회견이 무난하게 진행된 것을 두고 최 감독은 "다른 지역에서는 (해직자 방송 출연이) 생각하기 어려운 정도"라며 "이 정도면 파업을 꼭 해야되나 싶을지 고민해봐야 한다"고 농담을 던졌다.

"공영방송 마지막 적폐 왕국... 시민 전폭 지지 필요"

최 감독은 지난해 박근혜 탄핵 정국을 떠올리며 "세상이 모두 바뀌고 있는데 공영방송인 KBS와 MBC만 적폐의 왕국으로 남아 있구나라고 느꼈다"며 "국민의 재산인 공영방송을 되찾아야 하는 이유를 시민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제작에 나섰다"고 소개했다.

내용에 대한 감독의 평가는 일단 합격점. 성향이 보수적인 관중조차 "영화를 보고 나서 언론의 작동방식에 문제가 많다는 것을 느끼는 것 같다. 영화에 담겨 있는 내용은 가감없는 사실로 많은 분들이 문제를 느끼고 공감을 표시했으면 좋겠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다음 달 예정된 공영방송 연대파업에 대한 시민사회의 지원을 요청했다. "방송 구성원들은 이번에 죽어라 싸울 거다. 2012년과 같은 결과를 얻으면 더 이상 일어날 수 없다"며 "관건은 얼마나 많은 국민들을 설득할 수 있느냐다. 국민여론이 일어나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번 투쟁을 좌파정권과 노조의 방송 장악으로 바라보는 보수정치권의 시각에도 선을 그었다. 최 감독은 "언론적폐 범인인 자유한국당이 지금와서 엉뚱하게 노조를 탓하고 있다"며 "언론장악으로 피해 본 사람들이 다시 일하겠다는 것을 방송장악이라고 하면 인간적으로나 상식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이라고 일축했다.

"100만 관객 달성하면 여론의 변화된 흐름 보일 것"

28일 제주를 찾은 영화 <공범자들> 최승호 감독이 제주MBC 라디오에 출현했다. 사진 왼쪽은 윤상범 제주MBC 아나운서.
 28일 제주를 찾은 영화 <공범자들> 최승호 감독이 제주MBC 라디오에 출현했다. 사진 왼쪽은 윤상범 제주MBC 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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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도 최 감독은 공영방송 정상화를 위한 당장의 필요조건으로 영화의 '대박'을 꼽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그는 "100만 정도 관객을 돌파하면 여론의 확고한 흐름과 변화가 보일 것"이라며 "꼭 100만이 아니라도 몇십 만 수준만 되더라도 새로운 여론이 형성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지난해 국정원 간첩조작사건을 다룬 영화 <자백>과 올해 초 해직 언론인 문제를 다룬 <7년 그들이 없는 언론>에 이어 세 번째 작품을 선보인 최 감독은 다만 상영관 문제에 아쉬움을 토로하며 좀 더 많은 관객들이 볼 수 있도록 시민들이 도와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최 감독이 소개한 <공범자들>의 유머 코드는 이렇다. 그는 "나름 품격 있는 공영방송의 사장들을 관찰하는 행태가 기가 막힌다"며 "어떻게 저런 사람이 사장이 됐을까? 영화의 재미는 거기서 나온다"고 안내했다. 그러면서도 "막상 MBC 구성원은 그걸 보면 웃지 못한다. 저렇게 어처구니 없는 사람에게 당했다는 대목에서 울분이 터질 것"이라고 말을 흐렸다.

"MB, 나랑 케미 잘 맞아... 언론인 연대정신 키워야"

4대강 사업을 두고 톰과 제리처럼 쫓고 쫓기는 건곤일척(?)을 다룬 이명박 전 대통령과의 일화도 소개했다. 며칠 동안의 '뻗치기'(무작정 기다린다는 언론계 은어)를 각오했지만 퇴임 당일 바로 맞닥뜨렸다는 것.

최 감독은 "임기 마지막 날 경호가 무척 허술한 것 같다. 지지자들과 악수하면서 나와 맞닥뜨렸다"며 "MB와는 나름대로 케미가 맞는 것 같다. 다른 사람들은 어려운데 나는 그런 장면을 찍는 게 이상하게 쉽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웃음을 보이던 최 감독이 이내 진지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는 세 번째 민주정부 출범에도 불구하고 언론의 자유를 보다 넓게 보장하고 품격을 높이기 위한 여러 제도적 보완장치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언론장악 방지법 가운데 하나는 지배구조를 고쳐 공영방송 사장을 대통령이 결정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언론사 내부에서 편집과 보도의 독립을 지킬 수 있도록 법제화하는 것"이라며 "우선 공영방송이 좋아지면 한국 언론이 새로운 기준을 만들 수 있다. 언론인들의 투쟁으로 가치과 기준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언론인이란 진보든 보수든 뭉쳐서 같이 가야 한다"며 "언론 투쟁의 구조가 진보와 보수의 대립이 아닌 사주와 언론인 사이의 대립관계가 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MBC 복직하면 PD수첩 바로 세울 것"

인터뷰 내내 답변을 주저하지 않았던 최 감독은 막상 복직을 하면 무엇을 하고 싶느냐는 질문에 망설이는 눈치였다. 생각 끝에 그가 꺼낸 답변은 "PD수첩을 맡다 쫓겨났기 때문에 우선은 PD수첩을 똑바로 세우고 싶다"며 "제가 어떤 역할을 어떻게 해야 할지는 상황을 보며 검토하고 판단하겠다"고 말을 아꼈다.

해직 후 새로운 보금자리 역할을 해온 독립언론 <뉴스타파>에 대한 애정도 잊지 않았다. 최 감독은 "제가 해야 할 일 다 끝나면 뉴스타파로 돌아오는 것이다"라며 "뉴스타파라는 시민들이 후원하는 독립언론의 존재는 앞으로의 시대에서도 분명히 필요하다"고 못박았다.

끝으로 최 감독은 "예전에는 언론인들이 공정방송을 주장하며 파업에 나서면 법이 정한 근로조건이 아니라며 외면당했지만 조만간 대법원에서 최종 확정 판결을 통해 인정받게 될 것"이라며 "모든 언론 노동자들에게 희망이 되는 좋은 판결이 나올 것을 기대한다"며 관객과 만나기 위해 길을 나섰다.


태그:#제주, #공범자들, #MBC, #KBS, #최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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