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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겉표지 고바야시 구니오의 〈힘 있게 살고 후회 없이 떠난다〉
책겉표지고바야시 구니오의 〈힘 있게 살고 후회 없이 떠난다〉 ⓒ 아날로그
어느 날 갑자기 병이 발견되어 여생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선고를 받는다면 어떻게 할까요?  폐가 새까맣다고, 간이 퉁퉁 부어 있다고, 위에 큰 종양이 있다고, 그래서 몇 년 밖에 살지 못한다는 의사의 소견을 받았다면 말이죠.

대부분 당황하고 혼란스러워 하겠죠. 그리고는 분노하지 않을까요? '왜 나냐고?' '왜 많고 많은 사람들 중에 내가 그래야 하냐고?' 그렇게 혼자 세상을 향해 불평과 원망을 쏟아놓지 않을까요? 신을 믿는 사람이라면 자신이 믿는 신에게 항의도 해 보고, 고함도 쳐 보겠죠.

"사실 '나 죽는대!'라고 여기저기 외치고 싶은 충동도 일었다. 하지만 내게는 작긴 해도 경영하는 회사가 있다. 직원들도 동요할 테고, 은행이 융자금을 회수할지도 모른다. 가족이나 회사 최측근에게는 솔직히 털어놓더라도 그 외에는 내 일과 멀찌감치 떨어진 사람에게 말해야 한다. 그래서 업무와 관련 없는 친구에게 이야기한 것이다."(27쪽)

고바야시 구니오의 <힘 있게 살고 후회 없이 떠난다>는 책에 나온 내용입니다. 그는 일본 사이타마현 기타우라와의 유서 깊은 국가등록유형문화재 가옥에서 유명 가이세키요리 전문점을 운영하며 계절별 일식 문화를 계승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간질성 폐렴'으로 2년 반 만에 죽을 수도 있다는 진단을 받습니다.

사실 사람은 어느 누구도 자신이 죽는 방식을 선택할 수는 없겠죠. 건강하게 장수하고 임종하는 사람도 있고, 사고나 재해나 심장이나 뇌 질환으로 급작스럽게 죽는 사람도 있고, 노환으로 몸져누운 채 그 죽음을 마냥 기다리는 사람도 있고, 이 책을 쓴 고바야시처럼 어느 날 갑자기 병이 발견돼 그 삶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선고받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과연 그럴 때 어떤 기분이 들지, 그럴 때 어떤 대책을 세워야 할지, 그럴 때 어떤 방식으로 자신의 죽음을 맞이하며 살아야 할지, 이 책에서 상세하게 알려주고 있습니다. 물론 그만이 취하는 방식이라 다들 따를 필요는 없겠지만, 내게 혹은 내 주변 지인에게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한 번쯤 참고해 볼만은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 책에 따르면, 대부분 사람은 죽음을 받아들이는 과정이 여섯 단계라고 하죠. 첫 번째는 '부인'하게 되고, 두 번째는 '분노'하게 되고, 세 번째는 '거래', 네 번째는 '우울', 다섯 번째는 '수용', 그리고 마지막 여섯 번째는 '기대와 희망'의 단계라고 말입니다.

다른 단계는 쉽게 이해가 되는데 세 번째와 여섯 번째 단계는 뭔가를 깊게 생각하도록 합니다. 이른바 '거래'의 단계에서는 "나쁜 점이 있으면 고칠 테니 어떻게든 살고 싶다"거나 "절대적인 존재인 신에게 의지하는 것" 등을 소개하고 있고, '기대와 희망'의 단계에서는 "사후 세계를 믿는 사람이 수용 단계를 거쳐 영원한 미래를 적극적으로 애타게 기다리는 단계"라고 알려주죠.

"사람은 살아 있는 동안 추억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고, 때때로 추억을 음미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리고 언젠가 마지막에 그 추억과 이별하는 것도 중요하다. 여행은 정신이 기댈 수 있는 기둥이다."(145쪽)

"내 병은 의학적으로는 아직 고칠 수 없다. 나는 이미 포기했고, 기적은 바라지도 않지만, 종교를 권한 지인은 꽤 진지하게 나를 살리고 싶어 한다. 그녀는 지금까지 교단에서 그런 기적적 체험을 몇 차례나 봤기 때문에 약간 자신도 있는 듯하다."(174쪽)

"내 아버지는 살아생전 자신의 장례식 준비 방법을 매뉴얼로 남기셨다. 손으로 쓴 그 매뉴얼에는 남은 우리가 해야 할 작업 항목이 예순 여섯 가지나 기록되어 있었다. 우리 가족은 아버지의 유언을 되도록 충실하게 따르며 장례를 치렀다."(181쪽)

위의 내용들은 이 책 제 4장에 나오는 부분으로서 "이 세상을 떠나기 위한 마지막 준비"에 관한 이야기들입니다. 여행을 통해 인생을 정리해 본다든지, 자기 임종 때 '연구용 시신 기증'을 한다든지, '무언가를 의지하는 마음으로 종교를 가진다'든지, 장례식 준비를 미리 정리해 둔다든지, 하는 내용들이죠.

치료법도 특효약도 없는 '간질성 폐렴'이라는 진행성 난치병에 걸렸다는 통보를 받은 때가 2014년 7월이었고, 2년 반이 지나면 저 세상으로 간다고 각오하며 살았는데, 어느덧 3년이 지났다던 고바야시.

지금은 몸이 쇠약해져 정상적인 호흡이 힘들고, 결국 작년 6월부터 호흡기를 사용하며 생활한다고 하죠. 하지만 그는 지금도 힘을 내서 전국 각지에서 강연회를 열고 있다고 합니다.

어쩌면 '저 세상으로 가는 마지막 그 날'까지 의미있는 인생의 향연을 펼치고자 함이 아닐까요? 그가 어떻게 죽음을 맞이하고 있는지 그의 동선을 따라 읽는 것만으로도, 독자들에겐 큰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힘 있게 살고 후회 없이 떠난다 - 단 한 번의 인생, 단 한 번의 죽음

고바야시 구니오 지음, 강수연 옮김, 아날로그(글담)(2017)


#고바야시 구니오#힘 있게 살고 후회 없이 떠난다#간질성 폐렴#진행성 난치병#어떻게 살아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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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확한 기억력보다 흐릿한 잉크가 오래 남는 법이죠. 일상에 살아가는 이야기를 남기려고 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에요. 사랑하고 축복합니다. 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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