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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장훈련법 ③
모방하기

오늘은 '필사' '고쳐쓰기'와 함께 문장훈련법 세 가지 방법 중 마지막인 '모방하기'에 대해 알아보자.

모방한다는 말에 혹 남의 문장을 흉내 내는 것이 문장 공부에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일지 모르겠다. 우리 솔직하게 얘기해보자.

우리가 지금 사용하고 있는 문장 중 우리 자신이 독창적으로 만든 것이 얼마나 된다고 생각하는가. 만약 여러분의 대답이 "많다"이면, 나는 그건 착각에서 빚어진 대답이라고 말하겠다.

우리가 사용하는 문장 중 상당수는 다른 사람들이 만들어놓은 것을 기억하고 있다가 필요할 때 무의식적으로 꺼내 활용하는 것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는다.

언어 습득 과정을 생각해보라. 한국에서 태어난 사람은 한국어에 능통하고, 미국에서 태어난 사람은 영어에 능통하다. 그 이유는 뭘까. 태어나자마자 그 나라의 말을 들으면서 그 언어를 학습했기 때문이다.

아이가 처음 말을 배울 때 어떻게 하는지를 생각해보면 앞의 논리가 타당성을 확보한다. 말을 하려고 하면 대부분이 "엄마" "아빠" 하며 따라해 보라고 한다. 그러면 아이는 어눌한 채로 툭툭 "엄마" "아빠"를 열심히 말한다. 그리고 그 단계가 지나 아이가 몇 마디를 할 수 있게 되면 그 다음엔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이 하는 말을 따라 하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아이들은 이런 반복 학습을 통해 많은 말(문장)을 자신의 기억창고에 저장하면서 성장한다. 초등학생과 중학생, 고등학생 각각의 나이에 문장구사력이 다른 점, 그리고 나이가 들수록 나아지는 점을 보면 이 같은 현상은 이해가 된다.

몇 년 전 이세돌 9단과 맞붙어 세계적 화제가 되었던 '알파고'가 어떤 학습을 했는지 상기해보자. 알파고 개발자는 알파고에게 수많은 기보를 입력시키면서 학습시켰다. 그 결과 알파고는 수많은 기보의 습득을 통해 기력을 향상시켜 왔는데, 상대의 한 수 한 수에 대한 대응이 알파고의 창의적 발상이라기보다는 학습한 것 중에서 같거나 비슷한 경우를 추출하여 그 대응수를 둔다는 점이다.

혹자는 논리의 비약이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우리 인간들도 알파고의 학습법과 크게 다르지 않는 방법으로 수많은 학습을 통해 말 하고 글 쓰는 법을 배워서 생활에 활용한다.

그런 점에서 다른 사람의 문장을 모방하는 것으로 공부하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런 방법일지도 모른다.

예를 들어보자. 가령, 이런 구절이 있다고 해보자.

"요즘 들어 당신은 나 보는 것을 무척 역겨워한다. 좋다. 당신이 나를 떠난다고 한다면 붙잡지 않을 것이다. 나는 아무 말 없이 당신을 보내줄 것이다."

어디서 많이 본 문장 같지 않은가. 맞다. 그 유명한 김소월의 시  「진달래」의 한 구절을 모방해서 쓴 문장이다.

"…나 보기가 역겨워/가실 때에는/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

시를 읽고 앞의 예시문장을 다시 읽어보자. 「진달래」의 한 구절을 어떻게 모방했는지 보일 것이다.

이처럼 좋은 문장을 모방해보는 것도 문장을 공부하는 좋은 방법이다.

그렇다면 모방할 문장을 어떻게 골라야 할까?

나는 주로 시를 활용하여 모방해보는 방식으로 문장을 공부했던 것 같다. 모방하기의 텍스트로 산문보다 시를 먼저 선택했던 것은 짧으면서도 문장이 좋은 '시'는 곧바로 문장의 특징이 발견되거니와, 곧바로 모방할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었다.

반면 모방하려는 문장을 산문으로 정하면, 우선 양이 너무 많기도 하고 문장의 특징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나는 산문보다는 시로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누구나 좋아하는 시인 한 명쯤은 가슴에 품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주저하지 말고 그 시인의 작품을 모방하기의 텍스트로 삼아보라.  

이왕 한 시인을 골랐다면 좋아하는 시집 한 권을 고르고 그 시집의 시들을 하나 하나 따라서 문장을 써본다.

좋아하는 시집 한 권을 모방해보는 것은 시인들이 시 공부를 하는 방법이기도 한데, 실제 한 권을 모방하고 나면 문장력이 상당히 향상돼 있음을 느낄 것이다.

그런 다음 이쯤에서 우쭐하여 모방하기를 멈추지 말고 내친 김에 좋아하는 소설가의 문장도 모방해본다. 좋아하는 작품을 한 편 골라 시를 모방해보듯 그렇게 한 문장 한 문장 모방해보라. 생각보다 빨리 그리고 높이 문장력이 향상됨을 느낄 것이다.

문청 시절 나는 인상 깊게 읽었던 단편소설을 하나 정해놓고 그 단편소설의 문장을 모방하며 문장을 써내려가는 방법으로 공부했었던 적이 있었는데, 이 방법이 생각보다 효과가 컸던 것 같다. 필사의 대상이었던 김승옥의 「무진기행」이었다.

시나 소설이 아니라도 좋다. 좋아하는 책이 있다면 그 사람의 문장을 흉내내보는 것은 문장공부에 많은 도움이 된다.

이 모방하기는 필사와 유사한 점이 있어 필사의 효과도 함께 누릴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문장의 구조와 구사력을 몸으로 익힐 뿐만 아니라 실제로 비슷하게 써보는 것이기 때문에 창의성도 함께 배워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진부하지만 결코 진부하지 않은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이다!"는 말을 허투루 듣지 말길 바란다.

덧붙이는 글 | * 이 기사는 네이버 블로그 '조성일의 글쓰기 충전소'에도 포스팅했습니다.



#글쓰기 #문장훈련법#문장공부#모방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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