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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공원국 작가의 <춘추전국이야기>가 완간됐다. 이 책은 총 11권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기획에만 3년이 걸렸고, 완간되기까지는 10년이 걸렸다. 사실 공원국 작가와 나는 구면이다.

 <춘추전국이야기> 표지
<춘추전국이야기> 표지 ⓒ 위즈덤하우스
2013년 모 경제방송에서 주관한 인문학 강의의 강연자와 기획자로 만났다. 그 강의의 주제도 <춘추전국이야기>였는데 중국 각지를 걸어 다니며 풀어낸 소회가 남달랐다. 아니, 그야말로 공원국의 개고생이 생생하게 느껴져 마음이 짠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이다.

강의가 끝나고 공원국과 나는 추어탕을 곁들여 막걸리를 한잔했다. 점심 때라 권커니 잣거니 많은 술을 나눌 수는 없었지만, 그가 강의에서 하지 못한 스펙터클한 경험담을 들을 수 있었다.

10여 년간 중국 곳곳을 누비다 보니 공안에게 잡힌 얘기며, 음식 탓에 배탈이 난 얘기를 들으니 초면임에도 파안대소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막걸리 두 병을 먹고 나서 다음을 기약할 찰나, 공원국이 쏜살같이 계산대로 달려가 막걸릿값을 치르는 게 아닌가. 나는 그에게 빚을 지고 말았다.

공원국은 처음에는 호기심과 재미로 중국 여행을 시작했다. 그러다가 여행을 다니면 다닐수록 다음과 같은 화두가 생겼다고 말한다.

"어쩌다가 황하 유역에서 시작한 조그마한 부족국가가 '자연이 허락하는 경계'까지 닿게 되었을까? 그들은 어떻게 서로 다른 이질적인 문화를 통합하여 오늘날의 '중국'이라는 거대한 나라를 만들어 냈을까? 그것은 '자연적인' 역사의 진행 과정이었을까? 그렇다면 그것은 언제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이 녹록지 않은 화두는 공원국을 서안, 낙양 등 고도에서부터 산서고원과 사천분지, 장강과 그 주변 도시들. 그리고 기련산맥을 넘어 고비사막까지, 타클라마칸 사막을 건너 멀리 파미르 고원까지, 곤륜산맥을 넘어 히말라야까지 종횡무진으로 움직이게 했다. 그의 이런 고된 여정은 11권의 책에 담기에도 부족해 보인다. 그렇다면 왜 '중국'이고 '춘추전국'이어야만 했을까?

중국의 춘추전국시대란 기원전 770년 주나라가 융족에게 밀려 동쪽 낙양으로 옮겨온 시대부터 진(秦)이 전국을 통일한 기원전 221년까지 대략 550년의 기간을 말한다. 바로 이 시기 중국 하면 떠오르는 여러 정치, 사상의 원형들이 형성되었다.

또한, 춘추전국의 무대에서는 영웅, 철인들이 힘과 지혜를 겨루고 수천 만의 민초들이 그 속에 삶을 녹였다. 인륜과 패악, 덕과 힘, 명분과 실리의 길들이 서로 부딪치며 움직였고, 결국 승리와 패배의 엄혹한 갈림길을 만들어냈다.

중국과 수천 년의 역사를 부대끼며 살아온 우리에게 이 거대하면서도 만만치 않은 나라는 항상 피할 수 없는 운명이면서도 기회였다. 오늘날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우리는 중국이라는 나라를 얼마나 이해하고 있을까? 우리와 얼굴을 맞대고 있지만 여전히 중국은 속속들이 알기 어려운 존재다. 모르면 그만이면 좋겠지만, 우리의 과거는 물론이고 오늘날도 중국이라는 존재는 우리에게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중국은 끊임없이 이데올로기를 관철해나갔고, 오늘날까지도 수사법이나 행동양태가 연속성을 지닌다. 마오쩌둥이 <진서>나 <사기>를 즐겨 읽거나 시진핑이 공자의 <논어>를 인용하는 식으로 말이다.

지피지기면 백전불태라고 했다(知彼知己 百戰不殆).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쏘아 올리는 혼란의 정국에 한국•중국•일본의 외교적인 수싸움은 이미 춘추전국시대에 있었던 일이다(트럼프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같아서 판단 보류). 우리가 <춘추전국이야기>를 읽어야 할 이유다.

 야쿠츠크에 있는 공원국 작가
야쿠츠크에 있는 공원국 작가 ⓒ 공원국

공원국은 지난 10월에 잠시 귀국했다가 다시 중국으로 떠났다. 워낙 바쁜 사람이다보니 아직 막걸리빚을 갚지 못했다. 지금은 러시아의 야쿠츠크에 있는 모양인데 다음에 귀국할 때는 그와 함께 '동쪽 울 아래에서 국화꽃을 따다가, 유연히 남산을 바라보며' 추탕에 탁주라도 대접하고 싶다. 그가 보드카를 들고 오면 더 좋고.

"과거는 지나갔고, 뼈저리게 후회할 방법도 없다. 미래를 안다면 과거를 후회할 것이나 미로 속에서 무슨 수로 지나온 길을 평가하랴. 다만 오늘 이토록 어질지 못함을 부끄러워하고, 그저 내일 한 뼘만 더 어질고자 다짐한다." – 공원국


춘추전국이야기 1~11 세트 - 전11권

공원국 지음, 위즈덤하우스(2017)


#춘추전국#공원국#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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