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를 보내고 맞이하는 시기가 되었다. 백기완 선생님의 말씀을 빌려 표현한다면 "온널판(우주)에 한 자리 차지한 땅별(지구)에도 헌날은 저물고 새날을 맞을 때가 되었네" 정도 될까.
2017년만큼 조용하면서도 격정적인 한 해도 드물다. 그렇다 하여 그 조용함이 절대적이라는 이야긴 아니다. 상대적으로 예년에 비하면 크게 순리를 거스르지 않고 넘겼다는 이야기다. 그러면서도 격정적일 수밖에 없는 변화의 시기였다. 그런 한 해를 돌아보며 새해를 맞이하는 마음들엔 희망으로 충만하다.
이 시기면 많은 이들이 해맞이를 위해 산이나 바다를 찾는다. 전국 어디나 바닷가 전망 좋은 자리엔 사람으로 넘친다. 이른 새벽부터 추위를 무릅쓰고 산을 오르거나 바닷가에서 해가 뜨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모습엔 매일 뜨는 해라도 새해 첫날 만나는 해에겐 더 많은 기대를 지녔음을 알 수 있다.
양양군은 해돋이 명소가 많은 고장이다. 산이야 두 말 할 거 없이 설악산 대청봉이 있고, 44번 국도의 가장 높은 고개인 오색령(한계령)도 해돋이 명소다. 그리고 오래 전부터 널리 알려진 낙산 의상대와 하조대, 죽도정도 좋은 해맞이 장소다. 비단 이런 장소가 아니더라도 양양군의 해수욕장과 항구들도 해맞이를 하려는 이들이 즐겨 찾는다.
1980년대에 비교할 수는 없지만, 설악산 대청봉의 해맞이는 여전히 많은 산악인들의 꿈이다. 1980년부터 몇 년 동안은 대청봉을 오르는 최단 구간인 오색마을엔 방이 없어 부엌은 물론이고 바람만 피할 수 있다면 헛간도 상관 없으니 빌려 달라는 이들로 넘쳤다. 잠을 조금 자고 새벽 3시 정도에만 출발해도 충분히 대청봉 정상에서 동해에 떠오르는 해를 볼 수 있어 산악인들이 많이 찾았다.
이젠 교통편이 발달하기도 했고, 전국의 지자체들이 앞다퉈 해돋이 명소라며 홍보를 하여 예전 같지는 않아도 여전히 많은 이들이 찾는 고장이 양양군이다.
양양군은 올해도 고장을 찾는 이들을 위해 해넘이 축하공연을 12월 31일 저녁 9시부터 준비했다. 특별히 올해는 낙산해변에서 진행하는 해넘이축하공연 1부~3부 사이에 깜짝이벤트로 MC가 진행하는 퀴즈와 퍼포먼스에 참여하는 관람객에게 2018 평창동계올림픽 경기장 입장권을 증정하기로 했다. 역시 동계올림픽의 해가 시작된다는 걸 실감할 수 있다.
전국 어느 고장에서나 양양군으로 오는 길은 좋아졌다. 수도권이야 고속도로와 양평을 거쳐 오는 44번 국도나 춘천을 경유하여 양구를 거쳐 오는 길이 있고, 부산을 비롯한 경남권과 충청·전라도권역에서도 예전에 비하면 이용할 수 있는 교통편이 다양해졌고 길도 좋아졌다.
양양사람들은 양양을 야양이나 '애'와 '예'가 혼합이 된 발음을 붙여 예양으로도 발음한다. 그런데 양양이 양양으로 이름이 정해진 뜻을 먼저 알아 둘 필요가 있다. 분명 퀴즈에서도 이 문제가 나오지 않을까 싶은데, 양양은 한자로 오를 양(襄)과 볕 양(陽)자를 써서 해가 오르는 고장이란 의미를 지녔다.
양양군의 해맞이 행사에서는 자정을 기해 낙산사의 범종 타종식과 낙산해변의 불꽃놀이가 동시에 진행된다.
이 공연들을 함께 즐기려면 도시와는 달라서 24시간 영업을 하는 식당도 거의 없고, 연말연시라 방을 구하기도 어렵기 때문에 미리 숙소를 정한 뒤 나서야 한다.
가장 중요한 해돋이 시간은 오전 07시 41분이다.
낙산해변이나 남애항 등에서는 바다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로 음식을 내는 식당이 많고, 진전사 방향으로 들어가면 막국수를 내는 식당이 많다. 떡국과 같은 따뜻한 국물이 있는 식사를 하려면 양양 시내를 찾아야 하고, 산채전문 음식점들은 오색온천과 약수가 있는 오색마을에 많은 식당이 영업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정덕수의 블로그 ‘한사의 문화마을’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