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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것도 서러운데 돈 없는 서러움은 없도록 하겠다"로 축약되는 문재인 케어는 비급여의 급여화, 선택진료비 폐지 등을 통한 의료의 보장성 향상, 재난적 의료비의 완화를 위한 저소득층 지원 등을 골자로 한 건강보험 개혁이다. 환영하는 국민과 걱정하는 국민 간에 의견이 갈린다. 하지만 이 논란에는 핵심이 빠져 있다.

핵심은 흙수저와 금수저 사이에 있는 건강수준의 차이를 줄이거나 없애는 것이다. 그런데 건강보장성을 확대하면 이런 차이가 줄고 국민이 건강해지는가? 꼭 그렇다고 할 수 없다. 의료서비스에 대한 접근성 향상만으로는 건강수준을 향상시킬 수 없다. 인류가 평균수명을 연장할 수 있었던 것은 의학의 발전이나 치료약의 개발에 의한 것이 아니라 영양개선, 환경개선 및 생활수준의 향상과 같은 의료 외적인 요인(사회적 요인)에 의한 것이었다.

국민 전체의 건강수준 향상을 목표로 한다면 의료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을 향상시키려는 정책만으로는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건강형평성까지 고려한다면 턱없이 부족하다. 문재인 케어의 본질이 모든 국민이 차별없이 건강하게 오래살 수 있도록 하는 것에 있다면 현재의 모양새는 잘못된 틀이다. 좀 더 큰 틀이 필요하다. 건강이 사회적으로 결정된다는 관점에 기반한 정책틀 안에서 이런 보장성 확보가 자리를 잡아야 한다. 지금처럼 보장성 확대에 급급하면 흙수저들이 느끼는 차별의 설움을 달래주는 정도에 그칠 것이다.

문재인 케어에는 재원관리 대안에 대한 치밀함이 부족하다. 보장성이 확대되면 당연히 재원지출이 증가될 것이다. 보장성이 확대되지만 지출을 줄일 수 방법을 찾아 철저하게 이를 실천하여야 한다. 건강보험 지출을 줄이려면 질병에 이환되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 하지만 이번 문재인 케어에는 이를 위한 정책이 잘 보이지 않는다. 오바마 케어를 구성하는 중요 정책은 지역사회 중심의 건강증진사업이었다.

문재인 케어 이전에 이미 정부가 하고 있던 사업들로 가름하겠다는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대안이 마련되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분명한 것은 현재 정부가 수행하고 있는 질병예방 건강증진 사업의 틀은 낡았다는 것이다. 보건소가 중심이 되어 정부가 일방적으로 끌고가는 질병예방 및 건강증진정책, 다른 부처와 연계 협력이 체계화되어 있지 않은 분절적 사업추진, 분절된 사업을 하나로 조율하고 연계할 수 있는 실질적 거버넌스의 부재, 시민이 주체가 아닌 대상화된 사업내용들은 오래 전에 포기되었어야 할 관행(적폐)들이다. 건강보험 지출을 줄이기에 효과적인 근거가 있는 정책들인가? 특히 비용효과적이며 효율적으로 시행될 수 있는 정책들인가의 렌즈를 들고 따져보고 적절한 대응책을 마련하여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건강정책은 "국가가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겠다"에 두어야 한다. 건강에 대한 책임은 국민 개개인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사회에 있다는 뜻이다. 과음하면 나쁘다는 것을 몰라서, 절주할 의지가 없어서 과음을 자주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그런 잔소리를 하는 정책은 지난 정부에 맞는 방식이다. 세계 최고의 술 권하는 사회, 음주에 관한 한 가장 자유스런 환경을 만들어 놓았기 때문에 많이 자주 마실 수밖에 없고 그로 인해 여러 가지 질병을 얻는 것이니 음주폐해를 예방 또는 감소하려면 잔소리 정책을 할 것이 아니라 술 권하는 환경을 개선하는 정책을 하겠다고 해야 한다. 

국민 각자가 건강한 생활습관을 가져야 한다는 계몽교육을 강조하거나 이미 질병에 이환된 사람에게 의료서비스를 직접적으로 제공해 주는 정책만을 강조하지 않아야 한다. 왜냐하면 이런 정책은 생각보다 비용효과적이지 않다는 과학적 근거가 있기 때문이다. 건강한 생활습관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모두에게 보장해 주는 정책의 틀로 전환되어야 한다. 운동(신체활동)이 좋다는 것을 몰라서 운동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일상생활에서 쉽게 운동할 수 있는 '환경(조건)이 안되기 때문에 못하는 것이다'라는 관점이 필요하다.

효과적인 질병예방 및 건강증진 정책이 되려면 소통과 협력이 정부조직 DNA가 되어야 한다. 문제해결을 위해서라면 부처와 영역에 따라서 구분된 칸막이를 뛰어 넘음과 동시에 시민사회를 앞에 세우는 소통과 협력이 필요하다. 이런 노력을 지금처럼 형식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내용상으로는 그렇게 되어야 한다.

정부·공무원이 결정하고 기획한 행사에 참석하는 것이 시민참여가 아니다. 시민의견이 존중되고 숙고된 의사결정을 하도록 지원하고 함께 추진해 나가는 방식의 시민참여 정책이 필요하다. 신고리 원전사업 의사결정처럼 건강정책이 추진될 수 있어야 한다.

국민이 건강하게 오래살고 그런 사회에 차별이 없게 하려면 의료보장성의 확대와 함께 건강증진 사업이 활성화되어야 한다. 건강하지 못한 행동을 개선하라고 계몽하는 것이 아니라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이 저절로 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줘야 한다.

사업을 끌어가는 세력은 공무원이 아니고 평범한 생활을 올 곧게 사는 시민들이 되어야 한다. 정부는 문제해결을 위해 협력과 연계를 할 수 밖에 없는 평가기전을 가져야 한다. 이런 노력들이 수반된다면 문재인 정부는 건강분야에서 성공할 것이다.


#문제인 케어#건강정책#건강증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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