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박종훈 KBS 기자협회장
박종훈 KBS 기자협회장 ⓒ 이영광

지난달 22일 고대영 KBS 사장이 해임되었다. 이날 KBS 이사회는 임시 이사를 열어 찬성 6표 기권 1표로 고 사장에 대한 해임제청안을 가결 시켰다. 언론노조 KBS 본부(비상대책위원장 성재호, 아래 KBS 새노조)가 파업에 돌입한지 141일 만이고 KBS 기자협회가 제작거부에 돌입한 지 148일 만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3일 해임제청안을 재가했고, 24일 KBS 새 노조는 오전 9시부로 업무에 복귀했다.

하지만 KBS 앞에 놓인 상황은 녹록지 못 하다. 사장 선임 문제는 둘째로 치더라도 뉴스 신뢰도 먄에서 방송사중 하위 그룹에 속해 있기 때문에 신뢰도를 어떻게 끌어 올릴 것 인지가 KBS 기자들에겐 고민이다. 그래서 앞으로의 뉴스 재건 방향을 듣고자 지난 달 29일 서울 여의도 KBS 사옥에서 빅종훈 KBS 기자협회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다음은 박 기자협회장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 파업을 중단하고 업무 복귀한 지 5일 되었잖아요. 어떻게 보내셨어요?
"그동안 떠났던 보도국에 다시 돌아오니 달력이 지난해 8월이더라고요. 그때 나왔잖아요. 정말 오랜만에 돌아와서 책상을 정리했어요. 그리고 KBS가 어떻게 하면 국민의 방송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연구나 토론을 통해 더 나은 회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그 어느 때보다 바쁜 것 같아요."

- 고 전 사장 해임 소식은 어떻게 들으셨어요.
"고 사장 해임 소식을 들으려고 광장에 모여 있다가 잠깐 쉬는 사이 김밥을 먹으러 갔어요.김밥집에서 해임 소식을 들었지만 다른 손님이 계셔서 소리도 못 질러서 아쉬웠어요. 10분만 늦게 나왔으면 다 같이 부둥켜안고 감격의 순간을 경험했을 텐데 말이죠."

- 느낌이 어땠어요?
"잠깐은 너무너무 기뻤는데 책임감이나 의무감도 생기더라고요. 이제 어떻게 뉴스를 살리는지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또 다 같이 손에 손을 맞잡고 KBS 뉴스를 바뀌기 위해 구성원들이 많은 일을 해야 한다는 것, 국민이 준 기회를 어떻게 살려서 KBS를 바로 세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바로 들더라고요. "

- 고 전 사장 해임의 의미는 뭐라고 보세요?
"고 전 사장의 해임은 국민이 KBS가 다시 설 수 있도록 준 기회인 것 같아요. KBS 구성원도 많은 노력을 했지만, 국민이 준 기회라고 생각하고 KBS를 다시 세우는 기회로 만들어야만 이 기회를 준 국민에게 보답하고 KBS를 다시 그런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6일 고대영 전 KBS 사장이 해임된 것에 대해 "방송법 개정을 외면한 채 고대영 사장을 해임한 것은 공영방송 경영진까지 자기 사람을 심겠다는 것"이라며 "적폐"라고 방통위를 비판했는데,
"안 대표가 지난해 8월 말 KBS를 찾아 왔을 때 파업 지지한다는 걸 들었어요, 그때 분명히 고 전 사장의 문제점에 대해서 인식을 같이한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같은 분인데 지금은 말씀이 달라졌기 때문에 저희는 실망을 많이 했어요. 그때와 지금 뭐가 다르길래 말이 180도 다른지 저희 입장에서는 이해가 안 가요. 안 대표가 해명할 부분이 아닌가 싶어요. 이 부분에 있어서는 왜 입장을 바꾼 것인지 해명을 해주시면 좋겠어요."

- 안 대표 등 야당은 방송법 개정을 먼저하고 사장해임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방송법 개정을 먼저 하고 사장을 새로 뽑을 때까지 시간이 길다는 것은 누구나 알아요. 때문에 방송법 개정을 먼저하고 사장해임을 해야 했다는 얘기는 사실상 고 사장 임기를 보장했어야 한다는 말과 똑같아요. 그런 말씀을 하신 건 고 전 사장이 KBS에 얼마나 많은 해악을 끼쳤고 KBS를 몰락시켰고, KBS의 공정성 등을 얼마나 추락시켰는지 대한 인식이 없으셨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 149일 제작거부와 파업을 통해 세상을 보는 시각이 달라진 게 있나요?
"방송이 멈춰져 있었잖아요. 제가 21년 차인데 제작자가 아니라 시청자로서 뉴스를 바라본 적은 처음인 거 같아요. 파업 땐 시청자로 뉴스를 보면서 언론인이 가져야 할 자세는 무엇인지 다시 한 번 되돌아보게 되었어요. 아마도 다시 돌아온 저희는 뉴스를 만드는 시각이 달라졌을 거예요. 단지 뉴스 공급자가 아닌 시청자의 시각에서도 동시에 뉴스를 볼 수 있었기 때문에 제 생각에는 앞으로 뉴스를 만들 때 어떤 뉴스를 시청자가 원하고 어떤 뉴스를 전달해야 하고 필요한 뉴스가 무언인지를 보게 된 계기였던 것 같아요."

- 언론인이 가져야 할 자세는 무엇인가에 대해 되돌아보셨다고 하셨는데 답은 얻으셨어요?
"언론인으로서 제공하는 서비스의 품질을 좌우하는 건 얼마나 공정하고 세상의 이면을 하나도 숨김없이 낱낱이 시청자들에게 전달할 수 있는지 그리고 단순한 사실만 전달해서 기계적 중립을 지키는 게 아니라 시각과 관점을 가지고 전달해야 하는 언론인으로서 방향을 많이 생각하게 된 것 같아요."

- 언론이 시각과 관점을 가지고 전달해야 한다고 하셨잖아요. 하지만 시청자들의 시각을 제한할 수도 있지 않나요? 언론사가 시각을 갖고 보도하면 시청자들은 그게 정답으로 알 수도 있어요. 물론 여러 언론을 비교하는 사람은 다르겠지만 보통 자기 성향과 맞는 언론만 봐요. 예를 들어 <조선일보>의 시각으로 보도하면 기계적 중립보다 더 문제 아닌가요? 시청자들이 판단할 수 있도록 자료제공 하는 게 언론이 할 일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래서 시각을 가지고 보도할 때는 제작자의 자율성이 중요합니다. 사주가 있는 언론사의 경우 사주 한 명의 시각이 뉴스에 투영되어 문제가 될 수 있겠지만, KBS와 같은 공영방송의 경우 다양한 제작자들의 시각이 어우러져 더욱 품질 높은 뉴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 경우 시각이 치우치는 것을 막기 위해 데스크의 독단적인 결정이 아닌 다양한 구성원들의 합의를 통해 스스로 자율 규제를 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 이전 정권과 같이 언론장악 하려는 세력이 앞으로 정권을 잡을 수도 있잖아요. 물론 방송법 개정도 중요하기만 내부 대책도 필요할 것 같은데.
"가장 중요한 게 일단 보도 책임자들에 대한 임면 동의제나 직선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래서 기자협회는 제작거부 기간 임면 동의제 가안을 만들었습니다. 앞으로 보도국장이나 본부장이 임명될 때 구성원의 동의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인 거예요, 이는 보도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최소한의 장치라고 봅니다. 저희 구성원 과반수가 찬성을 하는 거죠.

또한, 임명뿐만 아니라 해임에 대해서도 구성원의 동의를 묻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봤어요, 예를 들어 보도국장이나 본부장이 기자들의 기사를 지키다가 해임을 당했을 때도 역시 기자들의 동의를 받는 임면 동의제를 통해서 보도의 독립성을 지키려는 거죠. 새로 오는 사장 후보들에게도 임면 동의제나 직선제를 보장하는 동의를 얻는 노력을 할 생각입니다. 새로운 사장에게 임면 동의제나 직선제를 관철해서 보도국의 독립성을 높여가고 싶습니다.

임면 동의제뿐만 아니라 KBS의 여러 가지 편성 규약엔 모호한 부분이 많아요. 그리고 편성 규약을 통해 보도위원회가 있어서 감시 활동을 하게 되어 있지만 지난 고 전 사장 체제에서는 무시하다시피 했거든요. 더욱이 이를 어겼을 때 강제적인 규정이 없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고 사장 시절에는 보도위원회가 제대로 열린 적이 별로 없었어요. 앞으로 보도위원회를 강화해서 사 측이 전횡을 휘두르거나 편파적인 보도를 하지 않도록 보도위원회 등 여러 편성위원회를 더욱더 공정한 규약들을 만들 수 있도록 기자들은 계속 노력할 것이에요."

- 사장은 이사회 제청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 하잖아요. 구성원과 합의가 안 돼도 대통령이 임명하면 끝 아닌가요?
"동의 안 한 거나 공정방송 의지가 없는 사장 후보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성명 대응이나 미리 후보 단계에서도 선 대응을 하고 그런데도 공정방송 의지가 없는 사장이 된다면 고대영 전 사장 때처럼 끝까지 싸워야겠죠."

- 직선제와 임면 동의제면 될까요?
"그것에 대해서는 제도개선 TF에서 한 달 반째 연구했고 그걸 이제는 뉴스혁신 TF와 조직 개혁 TF로 나눴어요, 여기서 각각 10여 명의 기자가 활동하고 있습니다. 연구한 자료를 토대로 새로운 사장에게 꼭 필요한 안건을 계속 만들고 있습니다."

- TF는 어떻게 출범하게 됐나요?
"국민이 준 기회라고 할 수 있는 149일의 제작거부를 통해서 KBS를 되살리기 위한 절호의 기회를 절대 놓치지 않으려는 노력이었습니다. 더구나 단순히 사람만 바꿔서 되는 게 아니라 시스템적으로 완전히 송두리째 바꿔야 KBS가 되살아나고 공정방송도 세울 수 있다고 생각해요.

TF를 만든 이유는 사람이 아니라 공정방송을 시스템으로 보장받기 위해서 한 거죠. 여러 가지 혁신이나 개혁의 결과물들을 새 사장 선임 단계에서 일차적으로 만들고 그다음 단계에서는 KBS를 완전히 바로 세울 수 있는 혁신적인 안을 만들어갈 생각입니다. 젊은 기자와 고참 기자들이 함께 모여서 논의하고 있어서 경험과 참신함이 어우러져 새로운 혁신안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 MBC가 최승호 사장 출범 후 몇 가지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는데.
"그동안 워낙 힘들었기 때문에 회사를 빨리 바꾸고 싶은 생각이 많은 거 같아요, 물론 빨리 바꾸는 것도 중요하지만 조급함을 가지면 실수 등이 나올 수밖에 없거든요. 물론 그동안 KBS가 망가진 것이나 지금 심연으로 추락한 정도에서 생각해보면 저도 마음이 조급해지는 건 사실입니다. 너무 조급해서 잘못되는 것보다 차분한 마음을 가지고 KBS가 어디로 가야 하는지 더 큰 그림을 그린 다음 차분히 전진해 나가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 KBS도 그런 실수를 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맞아요. 그런데 반대로 이런 생각도 들어요. 요즘 실리콘 밸리에서 유행하는 성공의 좌우명이 더 빨리 자주 실패하라는 말이거든요. 실수하지 않으려고 노력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실패를 너무 두려워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해요. 왜냐면 새로운 시도를 하는 데 두려움이 생기면 조직은 정체되거든요. 끝없이 새로운 시도를 하고 실패를 했으면 거기서 교훈을 얻어 나가면 된다고 생각해요, 저는 그 점에서 MBC도 실패했지만 빨리 시청자들에게 사과하고 거듭나기 위해 자기 스스로 검토했죠.

저희 KBS도 앞으로 정상화하고 바로 서는 길에 나섰을 때 실수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실수했을 때 좌절하는 게 아니라 더 노력하고 그 실수를 통해 배우고 앞으로 전진할 기회로 삼아야 KBS가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 이제 KBS는 새로운 출발 선상에 섰습니다. 지금부터는 보도를 통해 달라진 KBS를 시청자에게 보여줘야 할 텐데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세요?
"이미 제작거부 기간에도 특별 취재단을 만들었습니다. 무려 9개 팀이 활동했고 그중 4~5개 팀은 곧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는 그동안 기다려주신 시청자들에게 드려야 할 보답이라고 생각하고요. 중기적으로는 앞서 말씀드린  뉴스혁신 TF와 조직 개혁 TF를 통해서 달라진 뉴스를 보여드리기 위해 뉴스도 완전히 혁신하고 조직 자체도 바꾸려 합니다.

뉴스도 지금까지의 포맷을 넘어서서 시청자의 달라진 니즈를 맞춰야죠. 지금은 디지털 시대인데 예전처럼 뉴스를 한다면 뉴스 혁신 TF에서는 새로운 니즈를 반영한 뉴스를 준비하기 때문에 조직과 뉴스를 혁신한 상태에서 중기적으로 보여드릴 거고요.

마지막으로는 장기적인 대책은 기자들의 역량을 강화하는 것입니다. 저희 기자협회는 제작거부 기간 동안 실무 아카데미를 운영했는데요, 선후배 기자들이 많은 취재 기법과 공정방송의 원칙 등을 서로 전수하고 소통을 해왔습니다. 이 같은 노력을 통해 장기적으로 KBS의 역량을 끌어올려서 더 낫고 획기적인 뉴스 공정한 뉴스를 만들어갈 생각입니다."

- 지금은 미디어 환경이 달라졌잖아요. 뉴스가 파편화되어 시청자들이 뉴스 시간에 보는 것보다 SNS를 통해 꼭지별로 보잖아요, 그에 대한 대책도 필요할 거 같은데.
"그래서 더욱더 뉴스 자체 품질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생각해요. 옛날처럼 시청자들이 단순히 뉴스를 편안한 상태로 단순히 수용하는 게 아니라 자기가 원하는 뉴스를 골라서 보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콘텐츠가 중요하죠, 뉴스를 단순히 수용하는 게 아니라 골라보는 뉴스라면 뉴스 콘텐츠로 승부를 해야지 KBS라는 스테이션 이미지만으로 시청하는 게 아니잖아요. 그러기 위해서는 심층이나 탐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현재 언론지형은 JTBC가 가장 앞서고 그 뒤를 SBS와 MBC가 뒤따르죠. KBS는 이제 시작이라 조급함도 있을 것 같은데.
"제가 쓴 책 제목이 <역전의 명수>예요. 기본적으로 역전을 하는 건 제가 보기에는  불리한 프레임을 유리하게 바꾸는 것으로 딱 하나예요. KBS가 뒤처진 건 구체제 자체가 KBS 구성원 능력을 최대한 끌어올리지 못했기 때문인데 저희는 시스템이 개선된다면 기대할 수 있죠. 저희가 MBC보다도 늦어서 조바심이 없는 건 아닙니다만 제가 보기에는 KBS가 과거 제자리를 찾을 날이 아주 이른 시일 내에 올 것으로 생각합니다."

- 마지막으로 한마디 부탁합니다.
"MBC는 저희보다 파업이 빨리 끝났잖아요. 저희가 늦은 만큼 더 확실하게 회사를 바로 세우고 회사를 바꿔서 시청자들을 찾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KBS가 새롭게 변화할 수 있도록 기자협회가 노력하겠습니다. 지켜봐 주시고 응원과 격려 부탁드립니다."


#박종훈#KBS기자협회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