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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사건 당일인 지난 2014년 4월 16일 오후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정부서울청사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찾아 사고 상황에 대해 보고 받고 있다.
 세월호 사건 당일인 지난 2014년 4월 16일 오후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정부서울청사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찾아 사고 상황에 대해 보고 받고 있다.
ⓒ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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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보강 : 28일 오후 4시 55분]

세월호 참사 발생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청와대 관저 내 침실에 있었던 것으로 검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 최초 보고를 받는 것과 첫 지시를 내리는 것 모두 침실에서 이뤄진 것이다. 이후에도 박 전 대통령이 계속 관저에 머무르면서 제대로 상황 보고가 이뤄지지 않았다. 사실상 대통령으로서 역할이 없었던 것이다. 특히 당일 오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방문을 결정하는 회의에는 '비선 실세' 최순실씨까지 참석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중앙지검은 28일 오후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발생 당시에 청와대의 '대통령 보고 조작 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실제로 보고가 이뤄진 시각과 횟수가 그동안 박근혜 청와대가 주장해 왔던 것과 다르고, 박 전 대통령의 지시가 적절하게 이뤄졌음을 가장하기 위해 조작했다는 게 수사결과의 요지다. 즉 당일 오전 10시에 첫 보고가 이뤄지고 15분 후 박 전 대통령이 당시 김장수 국가안보실장에게 첫 지시를 내렸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다.

검찰에 따르면 당시 청와대 국가안보실 산하 위기관리센터는 오전 9시 19분경 언론사 속보를 통해 세월호 사고 발생 사실을 인지하고 선박명, 승선인원, 구조인원 등 각종 상황조사를 취합해 오전 9시 57분경 상황보고서 1보 초안을 완성했다. 당시 김장수 안보실장은 오전 10시경 이 1보 초안을 전달받고 박 전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보고하려 했으나 받지 않아 당시 안봉근 제2부속비서관에게 전화를 했다.

이 통화에서 김 전 실장은 안 전 비서관에게 "대통령이 전화를 받지 않으신다. 지금 대통령에게 세월호 관련 상황보고서 1보가 올라갈 예정이니 대통령에게 보고될 수 있게 조치해 달라"라고 말했고, 당시 신인호 위기관리센터장에게 전달을 지시했다. 이때가 오전 10시 12분 경이다. 신 센터장은 다시 상황병에게 전달을 지시했다. 상황병은 상황실에서 관저까지 뛰어갔고 오전 10시 19분 경에 보고서를 예전부터 박 전 대통령의 살림을 도왔던 김아무개씨(71세)에게 전달했다.

그러나 이 상황보고서 1보는 곧바로 박 전 대통령에게 전달되지 않았다. 김씨는 평소에 하던 대로 이를 침실 앞에 있는 탁자에 올려놓았다. 박 전 대통령이 상황을 알게 된 건 김장수 실장의 전화를 받은 안봉근 비서관과 이영선 행정관이 관저 내에 침실로 찾아 그를 불렀을 때다. 박 전 대통령이 침실 밖으로 나오자 안 전 비서관은 "국가안보실장이 급한 통화를 원합니다"라고 보고했고, 박 전 대통령은 "그래요?"라며 다시 침실로 들어가 김장수 실장에게 전화했다. 이 시각이 오전 10시 22분이다.

이 통화에서 박 전 대통령은 "단 한 명의 인명피해도 발생하지 않도록 하라. 여객선 내 객실, 엔진실 등을 철저히 수색하여 누락되는 인원이 없도록 하라"라는 통상적인 지시만을 내렸다. 이때 세월호는 구조를 위한 마지노선인 골든타임이 지났고 더는 구조가 불가능한 상태로 선체가 침몰 중이었다. 애초 청와대가 박 전 대통령이 첫 보고를 받은 시각을 오전 10시로, 첫 지시를 내린 시각을 오전 10시 16분으로 주장한 것은 이에 대한 책임을 모면하기 위해서라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그 이후로도 박 전 대통령은 제대로 상황 보고를 받지 않았다. 김기춘 전 비서실장 등은 국회 운영위원회와 청문회 등에서 수차례 수시로 서면·전화 보고를 받았다고 했지만, 사실이 아니었다. 당시 대통령비서실은 당일 오전부터 오후, 밤늦게까지 총 11회의 상황보고를 작성해 당시 정호성 제1부속비서관에게 이메일을 보냈지만, 박 전 대통령이 관저에 머물러 있어 오후 및 저녁 시간에 각 1회씩 수신된 보고서를 일괄 출력하여 전달했다.

검찰은 또 박 전 대통령이 세월호 상황과는 동떨어진 발언으로 논란이 됐던 중대본 방문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최순실씨가 회의에 참석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최씨는 이날 오후 2시15분경 이영선 행정관이 운전하는 차량을 타고 소위 'A급 보안손님'으로 보안검색 없이 대통령 관저를 방문했다. 최씨의 방문 사실을 알고 있던 정호성, 안봉근, 이재만 등 '문고리 3인방'이 관저에 대기하고 있었고, 박 전 대통령까지 이 5명이 회의를 통해 중대본 방문을 결정했다.

이후 상황은 익히 알려진 대로 윤전추 행정관이 박 전 대통령의 화장과 머리 손질을 담당하는 정아무개 자매를 청와대로 오게 했고, 정호성 비서관이 대통령비서실과 경호실에 연락해 박 전 대통령의 중대본 방문 계획을 알렸다. 준비를 마친 박 전 대통령은 오후 4시 33분 관저를 떠나 오후 5시 15분경에 김기춘 비서실장과 함께 중대본에 도착했다. 중대본 방문을 마치고 오후 6시경 관저로 돌아온 박 전 대통령은 그 후로도 계속 관저에 머물렀다.

이 같은 수사결과는 그동안 논란이 됐던 박 전 대통령의 7시간 동안의 행적을 사실상 확인한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이 이날 관저에 머물렀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었지만, 침실에 머물며 보고를 받고 지시를 내렸다는 것은 이번에 처음 밝혀진 내용이다. 또 중대본 방문 전 '문고리 3인방'으로 불리는 소수의 측근들과 최순실씨를 만나 이후 행동 계획을 논의했다는 것도 처음 확인된 내용이다.

박근혜, 청와대 책임회피 위해 대통령훈령 불법 변조

검찰은 이날 수사결과를 발표하며 당시 청와대가 세월호 참사 이후에 '국가위기관리기본지침'을 불법적으로 변조해 국가 재난 컨트롤타워로서 책임을 회피하려 했다고도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김규현 전 1차장과 신인호 전 센터장은 2014년 7월 31일까지 국가위기관리기본지침을 수정하기로 결정하고 당시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에게 보고했다. 이에 김 전 실장은 신 전 센터장에게 수정을 지시하고, 신 전 센터장은 그해 7월 25일께 위기관리센터 담당자에게 국가위기관리기본지침의 수정 지시를 하달했다. 

이 같은 수정 지시는 박근혜 정부가 세월호 사고에 대해 초기 상황을 파악하지 못해 인명구조 조치 등이 소홀했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국회가 2014년 6월부터 국가위기관리기본지침을 달라고 청와대에 요청한 데 따른 것으로 검찰은 판단했다. 당시 청와대에서는 국가위기관리기본지침이 대외비라는 이유로 국회에 제출하지 않았다. 또 국가안보실이 재난 대응의 컨트롤타워가 아니라고 주장하기 위해 국가위기관리기본지침의 관련 조문을 임의로 삭제, 수정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그해 7월 초순 김기춘 전 비서실장 주재의 국회 대응 회의에서 국가위기관리기본지침 수정이 결정됐다. 법제처 심사 등 정상적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 대통령훈령인 국가위기관리기본지침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훈령을 개정하기 위해서는 법제처의 훈령심사를 거친 후 심의필증을 첨부해 대통령의 재가를 받고 법제처장이 훈령에 일련번호를 부여해 관보에 게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러나 당시 청와대는 법제처에 어떤한 심의도 요청하지 않았고 심지어 박 전 대통령에게도 보고하지 않았다.

검찰이 일부 공개한 불법 변개 내역을 살펴보면 당시 청와대는 대통령훈령 제318호 국가위기관리기본지침 제3조(책무) '국가안보실장은 대통령의 위기 관리 국정수행을 보좌하고 국가 차원의 위기관리 관련 정보의 분석 평가 및 종합, 국가위기 관련 업무의 지휘 및 수행체계 구축 등 위기 상황의 종합 관리 기능을 수행하며 안정적 위기관리를 위해 전략커뮤니케이션의 컨트롤타워 역할은 한다'를 '국가안보실장은 대통령의 안정적 국정수행을 보좌한다'고 바꿨다.

이날 검찰은 이 같은 수사결과를 바탕으로 김기춘 전 비서실장, 김장수 전 국가안보실장, 김관진 전 안보실장 등을 허위공문서 작성 혐의로 불구속 기소할 방침이다. 또 현역 육군 소장인 신인호 전 센터장에 대한 수사는 군 검찰로 이송했고, 해외에 나가 있는 당시 김규현 국가안보실 1차장을 지명수배하고 송환하기 위해 노력할 예정이다. 김규현 1차장은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위증한 혐의도 받고 있다. 같은 혐의를 받는 윤전추 행정관은 불구속 기소할 방침이다.

한편, 당초 이번 수사는 '세월호 사고 당일 오전 9시 30분에 박 전 대통령에게 최초 보고가 되었는데 이를 사후적으로 오전 10시로 변경했다'는 고발에 따라 이뤄졌다. 그러나 검찰은 청와대와 해경의 '핫라인' 통화와 보고서 작성에 걸리는 시간, 박 전 대통령에게 전달되는 시간을 감안할 때 오전 9시 30분 첫 보고는 어려웠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보고 시간을 오전 10시로 수정한 것은 허위공문서 위조 혐의를 적용하지 않았다.


태그:#박근혜, #세월호, #7시간, #최순실, #김기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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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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