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는 과일일까. 채소일까.
뜬금없는 질문이지만, 식물학적으로 말하면 딸기는 채소이다. 채소류에서 열매가 나오는 열매채소라 한다. 보통 나무에서 열매가 열리면 과일이라 하니, 딸기는 과일이 아닌 셈이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채소도 아니고 과일도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식물학적인 분류를 뛰어넘는 애매함을 갖고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채소냐 과일이냐의 논쟁은 우리 삶에 큰 의미는 없고, 우리는 그저 상식적으로 과일로 알고 있으니 과일로 알고 먹어도 몸에 별다른 지장은 없다.
오돌도톨하지만 먹음직한 빨간색의 둥그스름한 몸통, 물에 적당히 씻어 물기 가득한 그 몸통을 한 입 깨어 물면 하얀색 속살이 드러나고, 입안에서는 한동안 새콤달콤한 맛과 향이 감돈다.
딸기가 들어간 우유나 아이스크림, 주스, 잼 등도 맛있지만, 역시 딸기는 과일 자체로 먹어야 제맛이다.
필자가 어렸을 때 딸기는 5월이라야 먹을 수 있는 과일이었다. 보통 노지 재배를 할 경우 5~6월에 수확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대부분의 딸기가 하우스재배를 통해 생산되므로 5월이 되면 딸기의 수확이 거의 끝난다.
덕분에 우리는 추운 겨울부터 봄철에 이르기까지 약 4개월 이상 시중에서 딸기를 사 먹을 수 있다. 이렇게 오랜 기간 우리 땅에서 생산된 제철 과일을 먹을 수 있는 경우도 드물다.
본래 일제 강점기 때 일본으로부터 들어온 딸기는 2000년대 초반까지 육보, 장희 등 일본 품종의 딸기가 주류를 이루었지만, 한국 농업계의 끈질긴 노력으로 '설향'이라는 토종 품종이 개발되었다. 지금은 전체 생산량의 약 90% 정도가 설향 딸기이다. 이 설향 딸기가 인기 수출 품종이 되어 지금 우리나라는 전 세계 5대 딸기 수출국 중 하나로 올라서 있다(이렇게 말하면 "정말이야?" 하고 놀라는 사람들도 있는데, 도시인들의 생각보다 우리 농업 기술과 수준은 꽤 높다).
그래서 그런가. 현재 딸기는 경기도부터 전남, 경남까지 전국 각지에서 생산된다. 주요 생산지만 열 손가락에 꼽기도 힘들 정도로 전국화되어 있다. 저마다 기름진 농토, 맑은 물, 풍부한 일조량을 배경으로 높은 당도의 딸기를 생산한다고 홍보하는데, 이 숱한 딸기 산지들 중 매년 축제까지 하면서 자기 고장의 딸기를 홍보하는 곳이 충남 논산이다.
현재 약 1800여 호의 딸기 농가에서 연간 3만 톤 이상의 딸기를 생산하고 있으니 손꼽히는 딸기 생산지가 맞다.
논산 딸기축제는 해마다 4월 초에 개최하는데, 올해는 4월 4일부터 8일까지 열린다.
사실 4월은 딸기 생산과 맛의 절정기를 약간 넘어선 시기다. 그럼에도 굳이 이때 열리는 것은 논산 일대에 만개하는 벚꽃과 딸기를 함께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과거에는 벚꽃축제를 따로 개최했지만, 지금은 딸기축제라는 이름으로 두 축제를 통합해 운영한다.
축제보다 즐거운 딸기 수확 체험 딸기축제는 북쪽에서 논산 시내를 휘감아 도는 논산천 둔치의 행사장에서 열린다. 축제 행사는 '딸기'가 전면에 나설 뿐 다른 축제 행사와 크게 다르지는 않다.
각종 공연과 경연, 불꽃놀이, 홍보를 위한 딸기 판매와 시식 행사들이 있다. 딸기 홍보가 주목적이라 행사장에는 딸기를 판매하는 공간이 많다. 그 외 딸기와 관련된 딸기 케이크 만들기, 딸기잼 만들기, 딸기 수확 체험 등의 체험 행사가 있고, 기타 다른 행사들은 어디에나 있는 체험 행사들이다.
딸기축제를 가장 잘 즐기는 방법은 역시 딸기 수확 체험이다. 축제에 오는 많은 가족 여행객들의 주 테마이며, 이 점을 논산시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축제 기간에는 논산시에서 주요 딸기 농가까지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20분 간격으로 무료 셔틀버스를 운행한다.
딸기 농가에서는 찾아온 방문객들에게 1인당 1만 원씩을 받고 딸기를 담을 팩을 하나씩 나누어준다.
"자, 하우스 안에 들어가서 먹고 싶은 만큼 마음껏 드시고, 좋아 보이는 딸기는 팩에 채워서 나오세요. 팩에 너무 꽉 채우진 마시고요. 딸기가 눌려서 상하니까요."이럴 때 한국 사람들은 예의 그 화끈하고 욕심 많은 성격대로 비닐하우스 하나를 초토화한다. 약간 과장하면 태풍이 한번 휩쓸고 간 느낌이다.
빨갛게 익어 탐스럽고 먹을 만한 딸기는 물론이고 구석구석을 뒤져 빨간빛이 보이면 어김없이 다 따서 입에 들어간다. 하나 적당히 채우라는 팩은 여지없이 뚜껑을 덮을 수 없을 정도의 높이로 넘쳐난다.
특히, 아이들 데리고 나온 어머니들의 팩은 엄청나다. 어떻게 저렇게 산처럼 쌓아 올렸나 싶을 정도. 팩이 안 닫히니 고무줄로 통째 묶어 버린다. 입이 딱 벌어지고 감탄사가 나온다. 고무줄까지 준비하는 저 센스. 저 정도면 아마 처음이 아니리라. 개인적으로 여러 딸기 따기 체험장을 다녀봤는데, 이 풍경은 대한민국 어디나 비슷하다.
그래서 딸기 농장은 단체로 오는 것보다 개인적으로 찾아오는 걸 더 좋아한다. 단체로 오면 하우스를 초토화시키지만, 개인이나 가족 단위로 오면 비교적 절제한다.
이 딸기 수확 체험은 축제 행사와는 별도로 계속 진행된다. 이미 2월부터 진행했고, 5월까지는 개별 농가에서 계속 진행한다. 다만 축제 이외의 기간에는 개인적으로 직접 찾아가야 한다.
논산 관촉로 벚꽃길에서 벚꽃 즐기기 1996년 군에서 시로 승격한 논산시는 여전히 인구 15만 내외의 크지 않은 소도시로 남아 있어 도시라고는 해도 농촌 느낌이 남아 있는 정감 있는 도시이다. 이 논산에는 여러 곳에 벚꽃길이 있는데, 축제 행사장과 관련하여 가깝게 갈 수 있는 곳이 관촉로이다.
이 논산시의 구시가지에서 취암동 일대의 벌판을 지나 관촉동 관촉사에 이르는 4km의 관촉로가 벚꽃길이다. 대개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4월 5일~10일경에 절정을 이루는 벚꽃은 관촉로 양쪽에 무성하게 피어올라 새하얀 구름 띠를 이룬다.
특히, 봄날의 싱그러움이 감도는 벌판을 가로지르며 직선으로 뻗어 나간 벚꽃길과, 오래된 느낌의 굽이굽이 옛 동네길을 따라 곡선으로 돌아가는 벚꽃길이 연결되어 좋은 대조를 이룬다.
그런데 축제 시기가 되면 보통 취암동 일대의 직선 벚꽃길은 교통 통제가 되어 차들이 통행하지 못한다. 여행객들 입장에서는 참 편안하고 좋은 벚꽃길을 감상할 수 있는 적절한 기회가 된다. 사람들이 많이 몰리기는 해도 따스한 햇볕, 시원한 봄바람을 맞으며 느긋하게 걸어가거나 자전거를 이용해 천천히 페달을 밟아나가는 여유로운 모습이 보기 좋다.
축제장에 가까운 벚꽃길은 교통 통제가 되어 조금 혼잡한 반면, 관촉사 일대의 벚꽃길은 시골처럼 한적한 편이다. 밑동이 굵고 오래된 벚나무들이 아늑하게 휘어져 자연스럽고 편안한 느낌을 준다.
가는 김에 관촉사에 들러 명물 석조미륵보살 입상을 보는 것도 좋다. 석조미륵보살 입상은 높이 19m의 대형 석불로, 우리나라에서 석불 중 가장 크다. '은진미륵'이라는 별칭을 지닌 이 석불은 머리와 머리에 쓴 갓 부분이 몸의 반을 차지하는 기형적인 모양 때문에 더욱 명물로 알려져 있다.
만약 사람 붐비는 것이 싫고 좀 더 한가로운 벚꽃길을 원한다면 관촉사 앞길에서 논산저수지(일명 탑정저수지)에 이르는 코스를 추천한다.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아 한적하고 조용하여 축제장 근처의 길과는 분명하게 대비된다. 차가 있다면 저수지를 한 바퀴 도는 것도 좋다.
이 고장 사람들이 탑정호라고 부르는 논산저수지는 큰 호수처럼 넓어 안정감과 아늑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저수지 옆 도로를 따라 늘어선 예쁜 카페와 호텔, 음식점들 또한 아기자기하다.
약 1400년 전, 그 유명한 신라의 김유신 군대와 백제의 계백 결사대가 한 판 붙었던 논산 벌판. 황산벌로도 불리는 그 곳. 지금은 그 인근에 전국에서 가장 큰 신병 훈련소가 있는 곳. 그 벌판에 들어선 논산시.
가족과 함께 딸기축제가 열리는 논산에 들러 딸기 수확 체험과 벚꽃길을 즐긴다면, 봄 여행길의 만족도가 꽤 높을 것이다.
[여행 정보]축제장 주소: 충남 논산시 강변로 370 (대교동 319)문의: 논산딸기축제 추진위원회 041-746-8386~9, www.nsfestival.co.kr* 주차는 관촉사 주차장 또는 축제 기간에 임시로 운영되는 주차장을 이용하면 된다. 임시 주차장은 약 700~800여 대 이상 주차 가능하다. * 딸기축제에 맞추어 간다면 현지 행사장에서 딸기를 사 가는 것도 괜찮다. 가격 면에서 큰 이익은 없지만, 품질이 우수하다. 딸기 수확 체험을 하는 농가에서도 따로 딸기를 판매한다. * 호남고속도로 논산IC 혹은 천안-논산간 고속도로 서논산IC에서 나온 후 논산 시내로 들어간다. 축제장은 시내 북쪽 논산천변에 있다. 서논산IC로 가면 가장 가깝게 접근할 수 있다. 한편 논산 시내에서 관촉사로 이어지는 643번 지방도로가 벚꽃길이며, 관촉사를 지나 좌측으로 2km 들어가면 논산저수지가 나온다. * 호남선 기차가 논산을 지나 편리하다. 논산역에서 축제장까지 1.5km 정도 거리이므로 충분히 걸어갈 수 있다. 벚꽃길도 마찬가지. 서울과 대전 등에서 고속버스를 이용해서 논산에 가도 된다. 역시 시외버스터미널에서 1.5km 거리의 축제장이나 벚꽃길까지 걸어간다. 관촉사에 가고자 하면 논산 시내에서 관촉사에 이르는 시내버스가 약 30분 간격으로 있으니 이를 이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