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꾸라지를 닮은 물고기. 그러나 미꾸라지에 비해 날렵하고 줄무늬가 있으며 사는 곳과 생태적 특성은 전혀 다른 아름다운 물고기. 아름다운 줄무늬가 있는 날렵한 미꾸라지 모양의 물고기라 할 수 있는 기름종개를 만났다.
기름종개를 대구 동화천에서 만난 것이다. 지난주 대구환경운동연합과 담수생태연구소가 함께 한 물고기 조사에서 만난 것.
조사를 맡은 담수생태연구소 채병수 박사는 "기름종개는 낙동강과 형산강 수계 등지에서 발견되는 우리나라 고유종이고, 물이 맑고 하천바닥이 모래로 구성된 곳이 주로 산다"고 밝혔다.
이날 조사에서는 기름종개 이외에도 마치 황금갑옷을 입은 것 같은 금빛이 아름다운 '버들치'와 이름도 낯선 '긴몰개' 그리고 '참갈겨니', '참붕어', '피라미' 등 총 8종의 물고기를 만났다.
이들 중 버들치와 참갈겨니, 기름종개 등은 물이 맑고, 산소가 풍부한 수역에 주로 사는 종들이다. 이들이 살고 있는 곳이 바로 대구 동화천이다. 이들이 목격됐다는 것은 이곳 대구 동화천이 아직은 수생태가 양호하다는 의미라고 채병수 박사는 설명했다.
대구의 명산인 팔공산에서 발원해 흘러나오는 동화천이 대구의 마지막 남은 생태하천이라 불리는 이유다.
그러나 마지막 생태하천 동화천은 지금 심각한 변화를 맞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공사)에서 이곳 동화천을 따라 수천 세대가 넘는 대규모 택지개발에 나서고 있고, 대구시는 대구4차순환선이라는 이름으로 대규모 도로사업을 함께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화천에서 만난 기름종개와 버들치 등의 생존에 심각힌 위기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동화천 양안에서 무분별하게 진행되는 택지개발에 따른 동화천의 구조개선 또한 이루어지고 있다.
동화천 일부 구간은 강 전체가 공사판이 되어 있었다. 수생태계를 생각한다면 있을 수 없는 하천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전 구간을 공사판으로 만들어버리는 이런 식의 하천개발은 물고기 생태엔 치명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천개발을 하더라고 구간을 나누어 순차적으로 해야 하는 이유다. 그러나 우리나라 하천개발은 작업공기을 앞당기기 위해 천편일률적으로 하천 전체를 한꺼번에 쓸어버리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물고기를 비롯한 양서파충류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근본적인 이유인 것이다.
앞으로 대구 동화천에서 이들 물고기를 만나게 될 날도 많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대규모 공사가 전방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이라도 한쪽을 공사를 하면 반대편은 그대로 놔두고, 제방과 호안도 전부를 콘크리트로 채울 것이 아니라 물길에 터질 위험이 있은 수충부 구간에만 하고, 강바닥은 가급적 건드리지 않는 하천개발이 되야 한다. 그래야 물고기를 비롯한 수생생물들에게 위해를 덜 끼치게 될 것이다"
채병수 박사의 말이다. 이 나라의 하천개발이 어떻게 진행되어야 할지를 옅보게 한다.
아파트와 도로가 넘쳐나는 대구에서, 벌써부터 미분양에 대한 걱정까지 언급되는 현실에서, 꼭 이렇게 대구모 택지개발이 자연상태가 양호한 생태거점 구간에 이런 대규모 공사들이 꼭 이루어져야 하는지를 이들 물고기들은 묻고 있는 것은 아닐까.
대구시와 한국토지주택공사의 생태적 인식이 너무 아쉬운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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