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사람들은 자신의 상태를 솔직히 드러내지 않을까? 너무 힘들어서 알릴 만한 힘도 남아 있지 않은 걸까? 난 늘 알 수 없는 갈증을 느꼈고 나와 비슷한 사람들과의 공감이 필요했다. 그래서 그런 사람들을 찾아 헤매는 대신 내가 직접 그런 사람이 되어 보기로 했다. 나 여기 있다고 힘차게 손 흔들어 보기로 했다. 누군가는 자신과 비슷한 내 손짓을 알아보고, 다가와서 함께 안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나처럼 겉으로 보기에는 멀쩡하지만 속은 곪아 있는, 애매한 사람들이 궁금하다. 세상은 아주 밝거나 지나치게 어두운 부분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 같다. 나의 우울을 이해하지 못했던 주변의 반응이 떠오른다. 도대체 어떤 모습과 상황이어야 이해받을 수 있을까. 아니 이해의 영역이긴 할까?" -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서문 중에서.
책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서문을 읽고부터 이 '애매하고 솔직한' 작가를 만나고 싶었다. 그렇게 3일 합정역 근처 카페에 도착하니 백세희 작가는 책을 읽으면서 술을 마시고 있었다. 오후 2시에 '치맥'도 아니고 '피맥'도 아니고 '책맥'이라니. 나도 덩달아 맥주를 한 병 시켰다. 졸지에 술을 마시면서 인터뷰를 하게 됐다.
독립 출판물부터 4쇄까지... 첫 책으로 '홈런' 때려
지난 2월 백세희 작가는 첫 에세이 책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를 냈다. 10년 넘게 '기분부전장애'(경도의 우울증)와 불안장애를 앓고 있는 백세희 작가가 자신의 정신과 의사와 상담한 기록을 솔직하게 풀어낸 책이다. 원래 독립 출판물로 소규모만 인쇄해 마음 맞는 사람끼리 나눠 가질 요량으로 찍어낸 책이 소위 '대박'이 났다.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텀블벅을 통해 단숨에 2000만 원을 모아 당초 예상했던 200부를 훌쩍 뛰어 넘어 1500부를 찍게 된 것이다. 이 책은 이후 1인 출판사 '흔'을 통해 6월 말 정식 출간돼 4쇄까지 나왔다. 첫 타석에 홈런을 친 격이다.
백세희 작가는 "참 얼떨떨하다. 얼마 전에 대형 서점 베스트셀러 서가에서 내 책을 봤는데 너무 신기하더라"라고 말했다. 그리고는 "이렇게까지 잘 나갈 일인가"라고 하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얼마 전까지 출판사 편집자로 일했으니 요즘 4쇄까지 나가는 일이 쉽지 않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그였다.
- 첫 책인데, 상당히 많이 팔렸다. 기분이 어떤가."진부하지만 사실 신기하고 놀라운 마음이 크다. 마이너한 감성의 책이라고 생각했고 이렇게까지 잘 팔릴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서문에 '애매한 사람들이 궁금하다'는 말을 썼다. 난 내 스스로가 애매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나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고 하나도 안 우울해 보이지 않나? (웃음) 가면을 쓰고 사는 사람들이 많다고 생각했는데, 이 정도로 많을 줄 몰랐다. 그래서 마음이 아팠다. 동시에 연대하는 느낌도 들었다. 나랑 같은 사람들이 내 주변에 이렇게 많다는 사실에 오히려 위로를 받았다고 해야 할까."
- 설사 우울증을 앓고 있다고 하더라도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그렇다. 자기 감정을 모르는 사람들도 많고 감정을 언어로 표현하는 것에 서툴고 미숙한 사람들도 많다. 감정을 잊고 살기도 하고. 사는 게 바쁘고 힘드니까 내 감정에 집중할 여유도 없다."
- 주변에서 많이들 '우울하긴 하지만 병원에 갈 정도인가'라는 생각도 하더라."그런 사람들이 정말 많다. 내가 유난 떠는 건 아닐까. 나 역시 그렇게 생각했고 돌이켜 보면 그렇게까지 불행한 삶을 살아온 것도 아니었다. 물론 학창 시절에 공부도 못했고 지금보다 살도 쪄 있었고 사랑받지 못했다. 하지만 이런 외적인 요소를 충족하기 위해 스스로 많이 노력했다. 나는 오히려 이것들이 다 충족되고 나서 가장 우울했다. 다 해결되면 행복해질 줄 알았는데, 바닥을 치는 기분이 들었다.
주변에서도 '너는 너를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 네가 그렇게 우울할 이유가 뭐가 있어. 너보다 안 좋은 사람들도 많아'라고 한다. 그런데 난 그 말이 너무 이상하고 싫었다. 환경이 나쁘면, 나보다 뚱뚱하고 좋지 못한 대학을 들어가고 애인이 없으면 불행해도 된다는 말인가? 말이 너무 이상했다. 가만히 있다가도 교통사고를 당하는데 마음이 갑자기 뚝 부러지는 일도 생기지 않을까. 우울증이 과거에 내가 겪었던 일과 전혀 무관할 수는 없겠지만 그것만이 이유가 될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행복과 불행은 따로 떨어져 있지 않아
- 책 제목이 인상적이다.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라는 제목 때문에도 SNS 상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일단 나는 밥처럼 떡볶이를 먹을 수 있다. 오늘 떡볶이를 먹었다고 내일 안 먹는 게 아니라 말 그대로 주식처럼 먹고 있다. 나는 '기분부전장애'라는 경도 우울증을 앓고 있다. 얕은 정도라고 해도 우울이 파도처럼 왔다 갔다 한다. 심각하게 우울한 날에는 죽는 상상도 한다.
그러다가 친구가 그만하고 떡볶이 먹으러 가자고 하면 난 또 신나서 떡볶이를 먹으러 간다. 5분 전에는 죽고 싶어 하다가 5분 뒤에는 너무 맛있다면서 떡볶이를 먹는 내 자신이 너무 싫었다. 이게 말이 되나.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떡볶이는 맛이 있다. 그런데 나 역시 우울증 환자에 대한 편견이 있었던 거다. 우울증 환자들에게 조금이라도 힘이 생기면 그 힘으로 자살을 선택했다는 식의 이야기를 많이 봤다.
그러니까 우울하면 계속 우울해야 되는 줄 알았다. 그러다가 마르텡 파주의 <완벽한 하루>라는 책을 구해 봤다. 25살짜리 남자가 아침에 권총으로 자살하는 상상을 하면서 일어난다. 하루종일 죽음을 생각하는데 심각하기만 한 게 아니라 재미있다. 작가는 이런 모든 것이 한데 모인 게 인생이고 모든 게 공존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아, 그래 행복과 불행이 따로 떨어지는 게 아니구나, 우울하다가도 배고픔을 느낄 수 있고 죽고 싶다가도 웃긴 말을 하면 웃을 수 있는 게 인생이구나, 당연한 거구나 받아들이게 되면서 마음이 많이 편해졌다. 사실 떡볶이는 그렇게 모순적인 감정에서 지어보았다. 슬픈 마음인데 제목을 위트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더라."
- 나는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다'는 제목에서 오히려 좀 더 희망적인 느낌을 받았다. 자리를 딛고 일어나 좋아하는 음식을 먹으러 가는 상상을 하면서."그렇게 해석하시는 분들도 있더라. 결국 살고 싶은 마음 아니냐고. 그것도 맞다. 삶과 죽음은 공존하는 거니까. 정말 죽고 싶다면 이런 마음도 들지 않겠지. 당장 죽어버리겠지."
-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는 정신과 의사와의 상담 일지를 기록한 책이다. 상담은 언제 처음 시작하게 됐나."2017년 6월부터 상담을 받고 약물 치료를 시작했다. 내원할 때마다 의사 선생님께서 증상을 물어본다. 약은 부작용을 동반할 수밖에 없다. 마치 '퍼즐 맞추기'처럼 내게 약이 맞는지 아닌지 알아보고 약의 용량도 조절하고 그러면서 점차 내게 맞는 약을 찾아갔다."
- 10년 동안 '정신과를 전전했다'는 말이 책에 나온다."맞다. 나는 대학생 때부터 (상담 등) 시도를 많이 해봤다. 대학교에 있는 무료상담센터도 이용해봤는데 잘 맞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와는 맞지 않았다. 그때가 22살이었는데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나의 내면을 처음 본 사람에게 용기를 내 털어놓았는데 상처를 받고 돌아왔다. 오히려 그 대답들이 나를 더 무너지게 만들었다. 돌아오는 길에 엄청 울었던 기억이 아직도 난다. 그 뒤로 무기력해 있다가도 3~4번 정도 더 다른 곳에 다녀봤다.
증상만 간단하게 파악하고 바로 약물 처방을 해주는 병원도 있었다. 시행착오를 겪고 회사를 다니는 동안에 아예 다니지 못했는데 오히려 상태가 악화되더라. 작년에 그게 극에 달했다. 밤마다 울지 않은 날이 없었다. 폭식하고 울고, 폭식하고 울었다. 그럼에도 아침에 일어나면 멀쩡하게 회사에 갔다. '나 우울증 맞아? 나 너무 일상에 감사할 줄 모르고 예민한 것 같아'라는 생각에도 휩싸였다.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근처 정신과를 찾아갔다. 이번에도 별로면 다시 상담을 받지 않을 거라고 말했는데 우연히 좋은 분을 만났다. 이후 지금까지 1년 동안 상담을 받고 있다."
- 지금은 어떤가."동굴을 파는 듯한 우울감은 사라진 상태다. 아, 책에 뚜렷한 결말을 내지 않았다. 이렇다 할 결말이 없는 게 별로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고 그게 좋았다는 분들도 있더라. 난 우울증이 일종의 난치병이라고 생각한다. 보통 '마음의 감기'라고 하는데 그 말에는 동의하기 힘들다.
어렸을 때부터 유전성 아토피를 앓고 있는데 지금도 여기가 (백 작가는 팔을 보여주었다) 빨갛지 않나. 아토피는 난치병이다. 불치병은 아닌데, 낫기 힘든 병이고 평생 관리를 해야 하는 병이다. 우울증도 마찬가지다. 그게 어떻게 하루 아침에 없어지겠나. 이런 걸 안고 있다는 걸 인정하고 계속 관리하면서 나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 상담이든 약물 치료든 한 번 시도를 해보고 맞지 않아 마음을 접는 사람들이 많다. 그럼에도 상담이 필요한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에게 어떤 말을 해주나."일단 마음이 닫힌 사람에게 억지로 권유하지 않는다. 내 주변에도 확실히 병원에 가보는 게 좋겠다 싶은 친구가 있다. 하지만 그 친구에게 내 말이 불쾌감으로 다가올 수 있다. 또 심리 상담을 받으러 간다는 것 자체가 '내가 비정상인 건가'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사회기 때문에 하늘이 무너지는 일처럼 여기는 사람도 있다. 이해한다. 나는 내가 상담 받은 이야기를 많이 한다. 내가 들었던 좋은 이야기들, 친구의 고민과 맞닿은 이야기들을 하는 거다.
그런데 예약까지 하고 당일에 가지 않은 친구도 있다. '아직 용기가 나지 않는다'고 하더라. 용기는 남이 꺼내줄 수 있는 게 아니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일 시간이 필요하다. 아직 준비가 안 됐고 용기가 없는데 억지로 가는 건 스스로를 더 괴롭게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내 마음을 치료하고 싶은 의지가 있다면 자신과 맞는 병원을 찾아 나서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노력하는 게 힘들 때면, 나처럼 옆에서 대신 괜찮은 병원을 알아봐줄 수도 있다. 그리고... 만약 내원해서 불편함이 느껴지면 중단하고 나와도 된다고 생각한다.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다'고 말해도 된다."
-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정신과 치료'에 대한 편견을 갖고 있다."맞다. 우울증에 대한 편견이 강하다. '정신병'이라는 말을 장난처럼 표현하는 경우도 많다. 우울증을 감추는 분위기가 싫었다. 그게 자기 약점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더라. 몸에 상처가 나거나 부러졌을 때 몸이 마음대로 안 되는 것처럼 마음도 마찬가지다. 마음이 골절된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연고를 바르거나 누구에게든 털어놓아야 한다. 내 잘못이 아니고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는 걸 알아줬으면 한다. 상처가 났는데 곪고 썩을 때까지 계속 놔두면 당연히 나을 때까지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 오래 안고 살았다면 빨리 치유되는 게 더 이상하다.
만일 몸이 조금 나아져 뭔가를 할 수 있는 상태가 된다면 샤워하기를 추천한다. 조제 작가님의 <우울증이 있는 우리들을 위한 칭찬책>(아래 <칭찬책>)은 내가 한 모든 일을 다 칭찬하는 책이다.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때 샤워하는 일도 힘들다. 큰 도전이다. 예를 들어 내가 다리가 다쳤는 데도 재활치료를 하기 위해 한 걸음 한 걸음 걸었다면 그건 대단한 일이지 않나. 내가 마음이 아파서 몸도 움직이기 힘든데 샤워를 하고 하늘을 봤다면, 그것 역시 엄청난 일인 거다. 또 밖에 나가서 나무 보고, 풀잎이나 꽃을 보는 일처럼 일상에서 생동감을 느끼는 일도 도움이 될 것이다."
- 말씀하신 <칭찬책>을 비롯해서 요즘 우울증을 겪는 사람들이 내는 독립 출판 에세이나 '이런 삶도 괜찮다'는 느낌의 책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말하면 편해진다. 혼자 안고 있을 땐 엄청난 일인 것처럼 보이는데 말을 하면 별 거 아닌 일이 되기도 한다. '나 이런 상태다'라고 솔직하게 드러내기 시작한 것 같다. 드러내는 사람이 많을수록 점점 더 자연스러워 보이겠지. 지금은 감춰뒀던 걸 드러내는 변곡점에 있지 않나 싶다."
"이것도 나라는 걸 소중한 사람들이 알아줬으면"
- "삶이 죽음보다 고통스럽다면 기꺼이 그 삶을 끝낼 자유도 존중해주어야 한다"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왜 살까?'라는 물음에 답을 찾을 수 없는 순간이 '훅' 들어오면 삶이 너무 고통스럽게 느껴진다. 태어났으니 사는 거라는 말은 무책임하게 느껴진다. 샤이니 종현의 사건을 보면서 가슴이 아팠다. 그는 멋있고 노래도 잘 하고 곡도 잘 쓰고 돈도 많고 완벽해 보인다. 그런데 그의 유서를 보고 눈물을 펑펑 쏟았다. 나는 고장난 사람이라는 말에... 지금도 울컥한다. 그 유서에 '수고했다고 해줘'라는 글이 있었다. 전체적으로 그가 만든 음악에 짙은 우울감이 깔려 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런 선택을 하니 너무 가슴이 아프면서도 많이 힘들었겠구나 싶다.
강아지들의 심장 소리를 듣고 있으면 어느 날은 나도 살아 있고, 얘네도 살아 있다는 감각을 느낀다. 또 어느 날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 같다. 살고 싶다는 생각은 한다. 어찌 됐든 지금 난 살아있고, 책도 냈다. 나를 사랑하기 때문에 삶에 대한 의미도 계속 찾는 게 아닐까. 7일 중에 4일은 괜찮은 날이길 바라면서 살고 있다."
- 책에 가족들에 대한 이야기가 종종 나온다. 가족들이 책을 냈다는 사실을 알고 있나."아빠, 엄마, 언니 모두 알고 있다. 그 전까지는 내 병을 가족들에게 철저하게 숨겼다. 티를 낸 적도 없다. 죽을 것 같아도 부모님 앞에서는 웃었다. 어떻게 생각할지 고민이 돼 첫 장을 가족들을 위해 썼다. '어두운 면을 드러내는 건 내가 자유로워지는 하나의 방법이다. 이것 또한 나라는 걸 내 소중한 사람들이 꼭 알아주면 좋겠다'라고.
주말에 집에 갔더니 (책을 읽고) 엄마는 펑펑 울었고 또 칭찬해주었다. 이렇게 힘든 줄 몰랐고 우울증을 극복하고자 병원에 다니면서 책을 쓴 용기가 멋지다고 하더라. 되게 의외였다. 왜 이런 걸 책으로까지 썼냐고 할 줄 알았다. (웃음) 언니와 있었던 갈등도 고민하다가 넣었다. 솔직히 나의 삶을 가장 많이 지배했던 사람이 언니다. 안 넣으면 거짓말이 돼버리는 거라 많이 순화해서 넣었다."
- 굉장히 솔직하다."내 친구들이나 내 지인들에게 내 장점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솔직한 것이라고 말한다. 솔직함의 힘은 세다. 솔직하게 이야기를 해버리면 편하더라. 그게 내가 자유로울 수 있는 방법이다. 이 책을 쓰기 위해 어떤 용기를 냈느냐고 많이들 물어보시는데, 특별히 용기를 쥐어짜서 낸 게 아니다. 그냥 '이게 나야'라고 자연스럽게 말하듯이 책을 쓰고 냈다. '이렇게 구질구질하고 지질하고, 모두들 나를 좋아해줬으면 좋겠고, 너네가 좀 알아줬으면 좋겠어 이것도 나라는 것을'이라고."
- 책 마지막에 보면 '2권에서 계속'이라고 돼 있다. 2권도 나오는 건가."겨울 쯤 나올 것 같다.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2>로 마무리를 짓고 싶다. 이 책은 독자들로 하여금 불편함을 덜 느끼게 하고 싶은 마음에 적정선을 지키려고 한 책이다. '죽고 싶었다', '뛰어내리고 싶었다' 이런 부분을 많이 뺐다. 그런데 2번째 책에서는 좀 더 불편해질 수도 있는 깊숙한 이야기를 할 거다. 이상한 강박이나, 자해 같은... '이 사람 좀 이상하네' '심각하네' 느낄 정도의 이야기를 내고 싶다. 다들 이 책을 보고 솔직하다고 하지만 나로서는 조금 '애매하게' 솔직한 느낌이다. 2권에서는 눈치 안 보고 제대로 까고 싶다. 물론 편집자가 동의해줄지는 모르겠다. 뭐, 동의 안 해주면 싸워 봐야 한다." (웃음)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책 서문에도 나와 있지만 자기가 힘든 줄 모르고 사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나는 타인의 잣대로 스스로를 평가하고 억압하는 게 가장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힘들 땐 자기가 제일 힘든 거다. 우울함에 덜하고 말고가 어디 있겠나. 내가 힘들면 힘든 거고 우울하면 우울한 거지 남들과 비교할 필요가 없다.
나 역시 과거에는 나보다 심한 우울증을 겪는 사람들의 사례를 읽고 나를 엄청 채찍질 했다. '유난 떨지 말아야지' '노력해야지'... 그럴수록 속이 썩어들어가는 느낌이었다. 사람들이 보다 자신의 감정에 집중했으면 좋겠다. 담백하게, 힘들면 '힘들구나'하고 우울하면 '우울하구나'라고 온전히 느끼고 받아들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 힘든 거 아니야, 이 정도 조건에서 우울해 하면 안돼, 감사해야 해, 이런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라는 책에 '인간의 고통은 기체의 이동과 비슷한 면이 있다. 일정한 기체를 빈 방에 들여보내면 그 방이 아무리 크더라도 기체가 고르게 방 전체를 채울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인간의 고통도 그 고통이 크든 작든 인간의 영혼과 의식을 완전하게 채운다. 따라서 고통의 크기는 완전히 상대적인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아무리 좁든 넓든 고통이 들어가면 가득 채워지는 거다'라는 말이 있다. 자신의 고통이 '완전히 상대적'이라는 걸 알아주셨으면 한다. 이 말을 하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