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국민들은 미세먼지 상황을 국가 비상 재난 사태로 받아들인다. 왜냐면, 방법이 없으니까. 숨을 안 쉬고 살 수는 없잖나. 정부는 '외출을 삼가라' '마스크를 써라'는 식으로 말로만 조치할 게 아니라 행동을 해야 한다. 즉시 자동차 2부제를 실시하고, 휴교령을 내린 뒤 일부 학부모들에게 재택근무를 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최열 환경재단 이사장은 절박했고 단호했다. 지난 2월 15일부터 '미세먼지 저감 및 관리에 관한 특별법'(아래 미세먼지특별법)이 시행됐고 연속 비상저감조치가 취해지는데도, 최악의 미세먼지는 연일 신기록을 갱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인터뷰 기사를 정리하기 전후에도 계속 휴대전화에 안전 안내문자가 떴다.
- 긴급재난문자 [환경부] 수도권 내일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 시행(총 중량 2.5톤 이상 5등급 차량 서울 운행 단속). 마스크 착용 등 건강에 유의하기 바랍니다.
- 긴급재난문자 [세종시] "고농도 미세먼지 비상저감 조치 재발령. 공공기관 차량 2부제. 외출 자제, 대중교통 이용바랍니다."
"88올림픽 때도 차량 2부제 실시했는데..."
최열 이사장은 5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88 올림픽 때에도 차량 2부제를 실시했는데, 그 효과가 나타났다"라면서 "그때보다 지금이 더 위급한 상황이기에 공무원 차량뿐만 아니라 모든 차량을 대상으로 3일 정도만이라도 2부제를 실시하자"라고 제안했다.
"특별법을 시행하고 비상저감조치 이후에도 미세먼지가 악화되는 것은 정부가 말로만 조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령 현재 차량의 경우 2.5톤, 15년 이상 노후차량만을 대상으로 제한조치를 한다는 것 아닌가. 검사하지 않은 노후차도 앞으로 검사를 받겠다는 증명만 있으면 규제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질적으로 자동차 규제는 없는 것으로 봐도 된다."
최 이사장은 "관계 장관 회의를 해도 실질적인 내용은 없고, 특별법이 시행돼도 법적인 강제 조치가 필요한데, 정부는 지방의회를 통과해야 하기 때문에 미세먼지가 잦아드는 11월에야 가능하다는 복잡한 말만 하고 있다"라면서 "지금이라도 광역시·도지사들이 결단을 내리면 차량 2부제 등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피해자는 국민... 오염자들에게 책임 묻자"
최열 이사장은 "미세먼지의 피해자는 국민"이라면서 '오염자 부담 원칙'을 강조하면서 정부의 단호한 대처를 거듭 주문했다.
"요즘 공기정화기가 불티나게 팔린다는 말을 들었다. 마스크는 하루 100만 장 이상 팔릴 것이다. 호흡기 질환자도 급증했다. 우리나라에서 1년에 대기오염으로 조기 사망하는 사람을 1만8000명으로 추정하고 있다. 서울의대 연구진(홍윤철 서울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팀)에 따르면, 이중 초미세먼지로 조기 사망한 사람이 1만2000명이다. 여기서 1/3 정도가 뇌졸증으로 인한 것이라는 데이터가 있다.
국민들은 이렇듯 미세먼지로 막대한 대가를 치르고 있는데도 정부는 아직까지 이런 저런 이유를 들어서 오염자인 기업의 입장을 봐주고 있다. 정부가 좀 더 강력하게 미세먼지 배출 기업들을 규제해야만 한다."
그는 "정부가 디젤과 가솔린에 붙는 세금 10조 원의 15% 정도만 대기오염을 줄이는 데 쓰고 80% 이상은 도로와 항만 건설 등 환경 부담을 늘리는 데 사용하고 있다"라면서 "이제는 자가용 수를 늘리는 정책을 지양하고, 버스나 친환경 트랩 등 대중교통 시설을 확충하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그에게 현 정부가 공약으로 내건 '미세먼지 30% 감축'의 실현 가능성을 물었다. 그는 "불가능하다"라고 확신했다. 그 이유는 이랬다.
"중국이 지난 5년간 미세먼지 30% 저감에 성공한 가장 큰 이유는 공무원들에게 할당량을 준 뒤 목표량을 맞추지 못한 공무원들을 문책했고, 미세먼지 배출 기준량을 초과한 기업에 대해서도 가차 없이 처벌했기 때문이다. 상벌이 있어야 한다. 중국은 강력한 미세먼지 대책을 펼치면서 노후차량 2000만 대를 폐차시켰다. 한국 전체 차량 수와 맞먹는 양이다."
그는 "독일도 폴크스바겐이 문제가 돼서 2022년부터 경유차를 생산하지 않기로 했다"라면서 "우리나라도 노후한 경유차는 빨리 교체하고, 신규 생산은 중단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1세대 환경운동가인 최 이사장은 1982년에 국내 최초의 전문 환경운동단체인 '한국공해문제연구소'를 만들어 활동해왔다. 그에게 30여 년 전의 상황과 지금 상황을 비교해달라고 했다.
"20~30년 전에는 유황 성분을 함유한 벙커C유를 많이 썼다. 연탄도 많이 사용했다. 사실 특정 지역의 경우는 지금보다 공기가 더 나빴다. 연탄공장 주변의 주민과 의사조차도 진폐증에 걸렸다. 서울과 울산 등의 인구-공장 밀집 지역이 특히 그랬다. 와이셔츠를 하루만 입어도 새까맣게 될 정도였다. 지금은 우리나라 전체의 공기 질이 나쁘다."
"환경이 밥 먹여주는 시대가 왔다"
그는 "우리가 살고 있는 탄소 문명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철 1톤을 생산하려고 석탄을 태우면 이산화탄소 2톤이 나온다. 석탄 1톤을 태우면 이산화탄소 3.5톤이 발생한다. 화석연료를 태워서 온실가스로 기후변화가 생기고, 이걸 태우면서 초미세먼지가 발생한다. 또 석유를 합성해서 플라스틱을 만든다.
결국 우리 살고 있는 문명은 탄소문명이다. '탄소 통조림'이다. 공짜니까 막 까먹었고 지구 환경 용량을 초과해서 기후 재난을 불러일으켰다. 탄소로 돈을 벌면서 환경을 훼손하는 탄소 문명을 바꿔야만 미래가 있다. 욕망을 줄이고 생태와 문화 쪽으로 우리의 문명을 바꾸어야 한다."
그는 "'환경이 밥 먹여주냐'는 질문도 많이 듣는데, 쾌적한 환경에서 강한 경제가 나온다"라면서 "환경은 21세기 반도체"라고 강조했다.
"우리가 쓰는 컴퓨터 반도체는 모래가 원료다. 정보혁명이 모래에서 비롯됐다. 햇빛을 전기로 만드는 태양광 패널의 원료도 모래다. 이 모래를 어떻게 사용해야 하나? 시멘트와 섞어서 토목공사에 사용하는 것보다 환경을 살리고 경제도 살릴 수 있는 모래로 사용해야 한다.
경제를 살린다면서 4대강 공사 때 모래를 죄다 퍼냈는데, 그렇게 해서 수십만 개의 일자리가 나왔나? 경제도 죽이고 환경도 죽였다. 이젠 환경이 밥 먹여주는 시대다."
그가 1년 전에 창립한 환경재단 미세먼지센터는 오는 4월께 유튜브 방송 '미세먼지 TV'를 개국할 예정이다.
최 이사장은 "국민들이 자기의 건강과 생명에 관심이 없다면 정부나 정치인이 나서지 않는다"라면서 "정부의 미세먼지 정책을 감시하고, 국민들이 원하는 내용을 정부에 제안하는 한편, 전문가들을 패널로 불러서 국민들은 어떻게 대응하고 행동해야 하는지 등의 궁금증을 해소하겠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