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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7 판문점선언 이후 지난 1년간 이어져온 '한반도 평화'를 향한 여정이 북한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을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회 위원장은 국제외교무대에 무려 10번이나 등장했다. 최근 열린 최고인민회의를 통해 대외적으로 북한을 대표하는 인사가 최룡해로 바뀌고, '김정은 유일체제'의 위상이 강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2017년에 결의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안도 북한 경제에 큰 영향을 미쳤다. 북한 경제의 큰 축인 북중 무역의 경우 수출이 90% 줄고, 수입도 30% 감소했다.

4.27 판문점선언 이후 지난 1년간 나타난 북한의 변화를 외교와 정치, 경제분야별로 짚어봤다.

[외교] 10번의 정상회담, 비핵화 향한 열 걸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5일 오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루스키섬 극동연방대학에서 열린 정상회담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5일 오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루스키섬 극동연방대학에서 열린 정상회담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 연합뉴스=크렘린궁 홈페이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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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위원장과 10번의 정상회담 일지

 ▲ 2018년
3월 25~28일 1차 북·중 정상회담
4월 27일    남·북 정상회담
5월 7~8일   2차 북·중 정상회담
5월 26일    남·북 정상회담
6월 12일    1차 북·미 정상회담
6월 19~20일 3차 북·중 정상회담
9월 18~20일 남·북 정상회담

▲ 2019년
1월 7~10일  4차 북·중 정상회담
2월 27~28일 2차 북·미 정상회담
4월 25~26일 북·러 정상회담
 

지난 1년간 북한의 가장 큰 변화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국제외교무대에 여러 차레 등장했다는 점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 2018년 3월 이후 총 10번의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1948년부터 1994년까지 46년간 김일성 주석이 약 96회,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1994년부터 2011년까지 18년간 약 18회 정상회담을 한 것과 비교해봐도 김정은 위원장이 진행한 10번의 정상회담은 상당한 의미를 갖게 하는 규모다.

특히 김정은 위원장의 정상회담은 김일성 주석이나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정상회담과는 달리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여정이었다는 점에서도 차이가 크다. 앞서 김일성 주석의 정상회담은 북한이 제 3세계에 존재감을 드러내고 영향력을 미치려는 목적이 있었다. 동구권과 아프리카·중동 등과 한 정상회담이 각각 약 21회와 39회에 이른다는 사실도 이를 증명한다.   

하지만 김정은 위원장의 10번의 정상회담은 '한반도 비핵화'라는 하나의 목적을 위해 진행됐다. 남북관계의 발전이 북미관계의 진전으로 이어지고, 이는 북미 정상간의 비핵화 협상으로 이어졌다. 특히 70여 년간 적대적이었던 북미의 양 정상이 싱가포르에서 처음 마주한 순간은 미국이 북한의 국가성을 인정하는 장면이기도 했다.

최용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안보전략연구실장은 "10번의 정상회담은 비핵화를 두고 하나의 세트처럼 전략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라며 "짧은 시기에 공개적으로 여러 정상회담이 진행됐고, 정상들이 주요 의제를 직접 결정하는 실용적 접근을 했다"라고 평가했다.

김정은 위원장의 목표인 '경제성장' 역시 김 위원장이 외교무대에 나서는 이유가 됐다.

구갑우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의 생존이 관건이던 김정일의 경우에는 모든 역량을 안으로 집중해야 해서 외교를 할 여력이 없었다"라며 "반면, 김정은은 경제성장을 통해 자신의 정치권력을 강화하고 정치 권한을 정당화하려 한다, 비핵화를 통해 대외적으로 이 조건을 만들어야 하는 절박함이 있다"라고 분석했다.

[정치] 본격적인 김정은 유일체제? 
 
10일 북의 노동당 중앙위원회 7기 4차 전원회의가 열렸다. 김정은 위원장이 자력갱생을 강조한 상황에서 발표된 인사다
▲ 전원회의 10일 북의 노동당 중앙위원회 7기 4차 전원회의가 열렸다. 김정은 위원장이 자력갱생을 강조한 상황에서 발표된 인사다
ⓒ 로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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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에는 '김정은 정권 2기'가 출범했다. 지난 11일 열린 최고인민회의 14기 1차 회의는 이를 공식적으로 보여줬다. 인사 변화도 상당했다. 북한은 헌법상 최고 주권 기구인 최고인민회의의 수장이자 헌법상 국가수반인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김영남에서 최룡해로 교체했다. 대외적으로 북한을 대표하는 인사가 바뀐 것이다.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는 지난 1998년 사회주의 헌법 개정을 통해 최고 주권 기구로 작동해왔다. 당시 개정헌법은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국가를 대표한다'고 명시했다. 그동안 북한은 대내외 국가수반을 분리해 왔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대내적인 대표자였다면 김영남 상임위원장은 대외적인 대표자였다. 

'김정은 정권 1기'에서도 이러한 구도는 변하지 않았다. 국무위원회가 과거 김정일 정권의 국방위원회 기능을 흡수·확장했지만, 최고인민회의 선거에서 국무위원회 위원장을 뽑는 제도는 그대로였다.   그런데 최고인민회의 14기 1차 회의는 최룡해 상임위원장이 국무위원회에 신설된 제1부위원장이라는 자리를 겸한다고 발표했다. 지금까지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국방위원회나 국무위원회 수장보다 낮은 직함을 겸했던 적이 없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대내외적인 통합국가수반으로 가기 위한 조치라는 해석이 나왔다. 

김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형식상으로 대내외 국가수반을 분리했던 북한이 '김정은 유일체제'로 가고 있는 증거라고 해석했다. 김 실장은 "최룡해가 국무위원회 1부원장으로 간 것은 우리로 치면 국회의장이 대통령 아래로 들어간 것이다"라며 "김정은이 통치를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당-정-입법을 하나로 묶었다"라고 분석했다.

외무성의 변화도 주목된다. 이는 최선희 제1부상의 인사로 확인할 수 있다. 최고인민회의에서 최선희 부상이 '부상'에서 '제1부상'으로 승진했다. 우리로 치면 부상은 차관보, 제 1부상은 차관급이다다. 최선희 제1부상은 국무위원에도 이름을 올렸다.

이상근 전략연 부연구위원은 "최선희는 차관급 인사지만 단순히 차관으로만 볼 수는 없다"라며 "최선희는 제1부상인 동시에 국무위원이다, 국무위원회는 청와대의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기능도 하고 있어 비중이 상당한데, 최선희가 여기에 이름을 올린 것"이라고 분석했다. 노동당 중앙위원과 최고인민회의 산하 외교위원회 위원으로도 각각 선임됐다. 외교위원회는 남측 국회의 상임위원회 격이다.

외교위원회는 1998년 9월 김정일 체제가 출범하며 사라졌다가 19년 만인 2017년 부활했다. 이후 북한의 외교 창구로서 역할을 수행해왔다. 국무위원 11명 중 리수용·김영철·리용호·최선희 등 외교라인이 4명이나 포함됐다는 점도 외무성의 위상을 보여준다.
 
김정은 국무위원회 위원장 추대를 경축하는 중앙군중대회가 13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렸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 북한, 중앙군중대회 개최 김정은 국무위원회 위원장 추대를 경축하는 중앙군중대회가 13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렸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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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갑우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이를 김정은 위원장의 '정상회담'과 연결해 분석했다. 구 교수는 "북한은 이제 통일이 아니라 세계화를 생각하며 행동하는 것이다"라며 "영국대사를 한 리용호를 비롯해 북미 협상의 산증인인 최선희에게 힘을 실어주며 변화를 시도했다"라고 말했다.

김일기 실장도 김정은 정권 2기가 '외교'를 중심으로 꾸려졌다고 봤다. 그는 "김정은 정권 1기에서는 군부출신 김영철이 힘을 갖고 남북-북중관계를 지휘했다면 지금은 구체적인 협상에 들어가야 할 시기다"라며 "김영철은 남북관계의 물꼬를 트는 역할을 다 했다, 지금 북한은 외교무대에서 실무적으로 협상할 전문가가 필요한 시기"라고 짚었다.

이어 김 실장은 "그런데 최선희, 리용호 등 전문가들이 전면에 나서면 비핵화 협상 등의 셈법은 더 복잡해질 수 있다"라며 "남북, 북미가 본격적인 비핵화 협상의 게임에 들어섰다, 추상적이지 않고 더 구체적인 사안으로 남북미가 부딪히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경제] 북중 무역, 수출 90% 수입 30% 감소

2018년 북한은 비핵화 협상을 위한 역사적인 정상회담을 여러 번 치르면서도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틈날 때마다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등 '현장시찰'을 하며 경제행보를 이어갔다.

2018년 북한의 경제 상황을 살펴볼 수 있는 잣대는 북중 무역량이다. 북한의 무역은 중국에 상당수 의존하고 있다. 중국에 석탄, 수산물, 섬유 등을 수출해 외화를 벌어온 것이다.

<북중 무역의 현황과 북한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영훈)>이란 논문에 따르면, 2000년 이후 북중 무역의 증가폭이 북한의 경제성장률을 매년 3.5% 이상 증가시켰다고 추정했다. 중국산 물품들이 북한 시장거래의 약 80%를 차지하는 때도 있었다.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안남도 양덕군의 온천관광지구 건설 현장을 시찰했다고 조선중앙TV가 6일 보도했다. 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해 8월 중순과 10월 말에도 이곳을 잇달아 방문해 공사 진행 상황을 직접 챙겼다. 2019.4.6
▲ 5개월여만에 양덕온천관광지구 건설장 시찰하는 김정은 위원장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안남도 양덕군의 온천관광지구 건설 현장을 시찰했다고 조선중앙TV가 6일 보도했다. 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해 8월 중순과 10월 말에도 이곳을 잇달아 방문해 공사 진행 상황을 직접 챙겼다. 2019.4.6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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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에는 북중 무역이 무너진 해였다.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때문이다. 유엔안보리는 2017년 대북제재 결의 2371호와 2375호로 북한산 수산물과 석탄, 섬유 수출을 금지했다. 이어 결의 2397호를 통해 북한의 정제유의 상한선을 50만 배럴로 제한했다.

이어 중국은 2017년 9월 28일부로 북한과의 합작기업 폐쇄령을 내렸다. 북한 기업·개인이 중국에서 단독으로 운영하는 기업을 포함해 현존하는 모든 북·중 합작·합자기업을 9월 12일을 기준으로 120일 이내 (2018년 1월 9일까지)에 폐쇄하도록 한 것이다. 이는 중국이 북한과의 합작사업을 전면 금지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2375호를 이행한 조치였다.   이로 인해 북중 무역은 직격탄을 맞았다. 유엔이 제공하는 국제무역통계인 '유엔 컴트레이드'(United Nations Comtrade)에 따르면, 지난 2018년 한해 수출입을 합한 북중 간 총 교역규모는 미화 약 24억 3100만 달러에 그쳤다. 2017년의 약 49억 7600만 달러와 비교하면 무려 51.4%나 감소한 수치다.

북한에서 중국에 수출한 규모는 약 87.75%, 북한이 중국에서 수입한 규모는 31.6% 감소했다. 결국 2018년 북한은 약 20억 달러의 대중무역적자를 기록했다. 1990년 이후 북한의 대중무역수지 최대 적자액이다.

수출을 할 수 없으니 북한의 무연탄, 철광석 등 광업과 의류를 생산하는 제조업은 불안정한 상태다. 임수호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2016년 기준으로 봐도 광업과 제조업은 북한에서 약 70%를 차지한 산업이지만 2018년 들어 이를 중국에 수출할 수 없으니 타격이 클 것"이라고 짚었다.

연관산업의 피해도 상당하다. 수출용으로 무연탄을 채굴하면 보통 남포항으로 운송한다. 이를 통해 운송에 드는 휘발유 사업, 관련 지역의 식당, 서비스, 숙박 등 연관산업이 성장한다.

그런데 수출이 막히면서 연관산업의 성장도 둔화됐다. 임 연구위원은 "2017~2018년 탈북민들이 광업의 연관산업이 도산했다는 말을 많이 했다"라며 "무연탄의 경우 2000만 톤 정도를 채굴해 운송하는데, 이것이 막히니 연관산업의 피해도 큰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태그:#김정은, #북한, #최고인민회의, #정상회담, #북한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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