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면허의사(의사+한의사). 한국의사한의사 복수면허자협회 학술이사. 올바른 의학정보의 전달을 위해 항상 고민하고 있습니다. 의학과 한의학을 아우르는 통합의학적 관점에서 다양한 건강 정보를 전달해 드리겠습니다.[기자말] |
인플루엔자(이하 독감)의 계절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올해는 예년과 다르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과 독감이 동시에 유행하는 트윈데믹(Twindemic)의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독감 백신 접종에 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습니다.
정부는 8일부터 생후 6개월~만 9세 미만 어린이를 시작으로 독감 예방접종을 시작했습니다. 올해 무료 접종 대상 국민은 생후 6개월에서 만 18세, 만 62세 이상 국민 1900만 명입니다. 전 국민의 63%인 만 19~61세까지는 무료 접종 대상에서 제외됐습니다. 이들이 독감 접종을 받으려면 3만 원 정도 내야 합니다.
국민의 43%, 독감 백신 접종하고 싶어도 못 해
지난 14일 정세균 국무총리는 국회에서 열린 대정부질문 답변에서 "1900만 명은 무료 접종, 1000만 명은 직접 본인이 비용을 내고 접종하도록 해 전체적으로 2900만 명 분의 독감 백신이 준비돼 있다"라고 답변했습니다. 우리나라 인구 5178만 명(2019 인구주택총조사) 중 2278만 명은 독감 백신을 접종할 수 없습니다.
지자체 중에는 자체 추가 예산을 마련해 모든 주민에게 무료 독감 예방접종을 하겠다는 곳도 있습니다. 지난 8월 부산시 남구는 모든 구민에게 무료 독감백신 접종을 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최근에는 경북 안동시가 코로나19 유사 감염증 확산예방을 위해 전 시민 인플루엔자 예방 접종을 하기로 했고, 경남 진주시도 22일부터 모든 시민에게 독감 백신을 무료로 접종한다고 밝혔습니다. 제주도도 10월 13일부터 정부 지원에서 제외된 만 19~61세 모든 도민에게 무료 접종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정부 발표대로라면 각 지자체의 독감 백신 무료 접종 열기와는 다르게 우리나라에 확보된 독감 백신의 물량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전 국민의 43%는 독감 백신을 접종하고 싶어도 접종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그렇다고 앞으로 독감 백신을 더 확보하기도 힘든 상황 같습니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지금 확보했거나 확보 중인 백신도 지난 3월부터 생산을 시작해 공급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독감 백신 공급 상황은 나아지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독감 예방 접종이 올해 특히 필요한 까닭
올해의 독감은 예년의 독감과 결이 다릅니다. 예년의 경우 독감의 전형적인 증상이 나타나면 작은 의원급에서도 독감 키트 검사로 독감 유무를 판별한 후 타미플루 등의 항바이러스제를 사용하여 치료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올해 독감과 유사한 증상을 앓는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하면서 작은 병·의원에서는 독감 유사증상을 보일 경우 섣불리 독감 키트 검사를 하기가 어려운 상황입니다.
독감 예방 접종을 반드시 해야만 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가 이 때문입니다. 독감 유사 증상이 독감 때문인지, 코로나 때문인지 알 수 없어 작은 병·의원에서는 선별검사를 하기가 어려워졌습니다. 결국 독감과 증상이 유사한 환자들로 인해 코로나 선별진료소의 줄은 지금보다 훨씬 더 길어질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이러한 사태는 이미 올해 여름부터 예견되었습니다. 코로나19와 독감의 동시 유행 우려는 이미 여러 차례 언론을 통해 보도가 되었고, 이미 코로나19와 함께 겨울을 겪은 남반구에서는 코로나19와 독감이 동시에 유행하는 트윈데믹이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독감 백신 판매 사이트 다운 되기도
"독감 백신 구하기가 하늘에 별따기"란 말이 의사 커뮤니티 이곳저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작년까지는 볼 수 없던 독감 백신 품귀 현상입니다. 예년 같으면 제약업계가 병·의원마다 개별 판촉 행사를 해야 팔 수 있었던 독감 백신이 올해에는 별다른 판촉 행사를 하지 않아도 금방 동이 나고 있습니다.
병·의원에 독감 백신을 판매 중인 블루팜코리아 홈페이지는 지난 15일 오전 순간적으로 구매 물량이 폭주하면서 약 30분간 다운이 되기도 했습니다.
이와 같은 역대급 독감 백신 구매 전쟁은 코로나19 환경에서 나타난 특별한 현상입니다. 독감 백신 접종에 대한 이와 같은 관심은 지난 2009년 신종플루 사태 때와 비견할 만합니다.
물론 올해 초 코로나19가 유행하면서 위생 수칙과 사회적 거리두기를 철저히 지켜 독감이 조기 종식된 점으로 미루어 볼 때 트윈데믹의 가능성이 생각보다 크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로선 트윈데믹 가능성에 대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전문가들은 무료 접종 대상이 아니더라도 예방 가능한 독감 백신의 접종을 권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2278만 명의 국민이 올해 독감백신 접종 없이 겨울을 지내야 한다는 것입니다. 독감 백신 접종이 코로나19 사태에 새로운 뇌관으로 떠올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