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적 한 소녀는 꿈이 있었습니다. 책을 마음껏 읽고 내 책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여의치 않은 현실은 쉽게 꿈을 허락해 주지 않았습니다. 지금 내 나이 77세, 이제 꿈을 이루었습니다. 소망하면 이루어지나 봅니다. 실은 제 책이 나왔거든요.
글을 쓰고 일 년 조금 넘어 아직 이르게 나온 책이지만 제 인생이 다 담겨 있습니다. 저의 책이 서점 매대에 누워있을 수 있다니 엄청 좋습니다. 꿈만 같습니다.
출판사에서 출간한 책은 아니지만 책을 내면서 오롯이 혼자 힘으로 책 표지도 구상하고 편집도 내 몫이었습니다. 생전 처음 해보는 일, 뭐가 뭔지 몰라 헤매면서 공부하고 이제는 조금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이 책에 있는 글을 나는 휴대폰에 한 손가락으로 꼭꼭 찍어 2/3 가량을 썼습니다. 집에 있는 컴퓨터는 손자가 온라인 수업으로 쓸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요즘 누구 도움을 받을 수 없이 주변은 모두 바쁩니다.
책을 낸다는 사실이 가끔씩은 부담감으로 가슴이 답답한 날도 있었습니다. 책이 나온 이제는 시원합니다. 책 시안을 몇 번을 보았는지 모릅니다. 책이 나오고 오타가 나와도 어쩔 수 없습니다. 내 실력은 거기까지 입니다.
지난 일년, 코로나로 인한 집콕 생활은 나에게 성찰의 시간이었고 글을 쓰는 나날이었습니다. 오랜 세월 내 안에 저장해 놓은 내 보물들을 가지고 놀았습니다. 온 힘을 다하고 살아냈습니다.
내 나이 77세, 머뭇거릴 시간이 없어서 낸 용기입니다. 이제 시작입니다. 내 나머지 시간을 글 쓰고 책을 읽으며 하고 싶은 걸 하렵니다. 혹여 나이 들어 쓴 내 글이 다른 사람에게 선한 역할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글을 쓰고 상처도 치유하고 좀 더 선한 마음으로 살고자 합니다.
글을 쓰는 내내 오늘은 왠지 숙연해지고 말도 경어를 써야 할 것만 같은 날입니다. 기쁘면서도 눈물이 나오는 것은 말할 수 없이 많은 사연을 담고 있는 내 삶의 추억이 소환되기 때문일 것입니다. 나만이 알고 있는 내 비밀 공간 안에서 나는 오늘도 새롭습니다. 거듭 태어난 듯 기쁩니다.
이 책이 나오도록 지도해주신 배지영 작가님에게 정말 고맙다는 마음을 전합니다. 그리고 언제나 정신적으로 든든하게 소리없이 응원해준 가족들, 책 읽고 글 쓰도록 공간을 마련해준 군산 한길문고 대표님에게도 감사드립니다.
또 저에겐 매우 특별한 곳인 오마이뉴스에 제 글들을 송고해 왔는데 그 글들을 편집해 날개를 달아주시고, 세상과 연결해 주신 편집기자들에게도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 제 주변 모든 분들이 저를 살게 합니다. 모두 감사하고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