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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2020 올해의뉴스게릴라로 민병래 서부원 이봉렬기자를 선정했습니다. 올해의뉴스게릴라에게는 상패와 상금 150만 원을 드립니다. 수상자 모두 축하합니다.[편집자말]
 
 횡단보도에 세 명의 그랩푸드 라이더가 신호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자전거 두 대와 휠체어 한 대.
횡단보도에 세 명의 그랩푸드 라이더가 신호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자전거 두 대와 휠체어 한 대. ⓒ 이봉렬
 

지하철역에서 휠체어를 타고 지나가는 그랩푸드 라이더를 본 게 올해 10월이었습니다(그랩푸드는 배달의 민족과 같은 음식 배달 앱 업체입니다). 처음엔 잘못 본 줄 알았습니다. 휠체어를 타고 음식을 배달한다는 걸 생각해 본 적이 없었으니까요. 하지만 다시 봐도 특유의 초록색 옷도 그렇고 휠체어에 장착된 푸드박스도 그렇고 분명히 라이더였습니다.

그때 결심을 했습니다. 그분을 인터뷰해서 기사로 써야겠다고. 휠체어를 타고 음식 배달이 가능한 도시 구조라면 장애인이 일상 생활하는 데도 별 어려움이 없다는 의미이고, 장애인이 직업을 선택할 때도 선택지가 훨씬 많다는 걸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고 판단했습니다. 바깥에 나가는 것 자체가 큰일인 한국 장애인의 현실에 변화를 줄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휠체어를 탄 라이더를 만나는 일은 쉽지 않았습니다. 휴일마다 식당가 입구에서 서성거렸지만 만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랩푸드에 전화를 했으나 그랩푸드에서는 라이더를 뽑을 때 장애인인지 아닌지를 확인하지 않기 때문에 누가 휠체어를 탄 라이더인지 파악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외식을 할 일이 있어도, 쇼핑을 할 일이 있어도 늘 그 라이더를 만난 쇼핑몰로 갔습니다. 우연히라도 다시 만나기를 바라면서. 그러다 두 달 만에 휠체어를 탄 다른 라이더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알고 보니 그 지역에만 휠체어를 타고 배달하는 분이 넷이나 됐습니다.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라고 소개하고 인터뷰 약속을 잡았습니다. 인터뷰 장면과 실제 배달하는 장면을 동영상으로 녹화하기 위해 아내와 함께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상황을 더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인터뷰 형식이 아닌 독백 형식으로 기사를 작성했습니다. 배달 장면을 동영상으로 기사에 넣기 위해 동영상 편집도 처음으로 배웠습니다. 내용을 영어로 번역해서 인터뷰이에게 확인까지 받느라 기사 출고할 때까지 꼬박 열흘이 걸렸습니다.

☞ 기사 읽기: 나는 휠체어 탄 배달라이더... 어디든 갑니다(http://omn.kr/1qsmm)

그래도 신났습니다. 예전에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기자가 "가슴이 뛰는 기사를 써라"라고 말하곤 했는데 이 기사를 준비하는 내내 정말로 가슴이 뛰었습니다. 싱가포르 소식을 전하는 연재를 시작한 후로 정보 전달을 위해서, 하고 싶은 말을 하기 위해서, 교훈이 될 것 같아서 기사를 썼지만 때로는 마감에 밀려 그냥 기사를 쓴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기사는 가슴이 뛰어서 썼습니다. 제 가슴이 뛰는 만큼 독자들의 가슴도 뛰게 되길 기대했습니다.
 
 휠체어를 타고 음식을 배달하는 라이더 한 분을 인터뷰 했다. 왼쪽이 필자.
휠체어를 타고 음식을 배달하는 라이더 한 분을 인터뷰 했다. 왼쪽이 필자. ⓒ 이봉렬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보람이 있습니다

기사가 발행되고 톱기사로 배치되었습니다. 조회 수는 그리 많지 않았지만 독자들로부터 많은 응원을 받았습니다. 공유도 많이 해주셨고, 댓글도 긍정적인 반응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기사와 동영상을 장애인 관련 교육자료로 써도 되느냐는 문의도 여러 번 받았습니다. 제 기사가 그런 일에 쓰일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쁜 일입니다. <오마이뉴스> 시민기자가 된 보람을 느낄 좋은 기회였습니다.

2020년 올해의 뉴스게릴라로 선정됐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기사를 쓰면서 제 가슴이 뛰었고 그렇게 나온 기사가 우리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기분 좋은 일인데 (꼭 그 기사 때문은 아니겠지만) 이런 큰 상도 받게 되었습니다. 기쁜 일입니다.

올해 <오마이뉴스>에 시리즈면(http://omn.kr/1pu17)이 생기고 '어마무시한' 시민기자들이 다양한 소식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그 안에서 맨 끄트머리에 있는 저에게 이런 큰 상을 주는 걸 보니 제게 아직도 격려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게 분명합니다. 다른 분들은 이런 상 아니어도 좋은 기사 척척 내놓으니까요.

그렇지만 상은 분명 좋은 것입니다. 제 기사를 읽는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내년에도 제 가슴이 뛰는 그런 기사를, 아니 독자 여러분들의 가슴도 함께 뛸 수 있는 그런 기사를 쓸 수 있도록 주위를 잘 둘러보도록 하겠습니다.

[주요기사]
버스정류장의 한 소녀, QR코드에 드러난 끔찍한 진실(http://omn.kr/1nymj)
코로나 와중에 파티, 새벽 2시에 경찰이 급습한 사연(http://omn.kr/1oor9)

#올해의 뉴스게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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