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들이 개강했지만, 지방 4년제 대학은 신입생 미달 사태가 속출하고 있다. 대구대는 미달이 되자 총장까지 사퇴했다. 미달 사태가 올 것이라는 전망은 오래 전부터 나왔다. '설마' 하다 미달 사태에 직면한 것이다.
전북 지역 대학의 신입생 현황을 알아보고, 미달 사태 해법을 구하고자 전북 사대부고 수학 교사인 정승모 전 전북교육청 학교 교육과 대입지원실장을 지난 18일 전북 사대부고에서 만나 보았다.
정 전 실장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했다.
"작년과 비교해도 매우 심각한 상황"
- 올해 전국적으로 학생수가 줄면서 미달사태가 발생하고 있어요. 전라북도도 마찬가지라는데 지금 상황 어떤가요?
"전라북도 지역의 주요 대학이라고 하는 전북대, 원광대, 군산대, 전주대, 우석대를 기준으로 보면 전부 미달됐죠. 전북대 같은 경우에도 한 10여 명 정도가 미달이 되었다고 해요. 현재까지 발표된 것을 기준으로 미달 정도가 작년과 비교할 때 매우 심각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 2020년엔 어땠나요?
"작년 전북대는 신입생 충원율이 99.7%였어요. 올해는 99.6% 정도로 충원율을 잡고 있어요. 그래서 전북대는 전년도와 비슷하다고 보면 되겠어요. 군산대는 전년도 신입생충원율이 99.8%였으니까 거의 채웠지요. 하지만 올해는 신입생 충원율이 86.5%에요. 굉장히 심각한 상황이라고 볼 수 있죠. 원광대는 전년도 신입생충원율 99.5%이었는데 올해 79.9%, 전주대는 전년도에는 100%, 올해는 92.5%입니다. 우석대도 전년도에 99.1%였는데 올해 84.2%의 충원율이니까 전북대를 제외하고 모든 대학이 심각하다고 볼 수 있어요."
- 지방대 미달 문제는 인구 감소 아닌 다른 이유가 있을까요?
"가장 큰 건 학령인구 감소에 있다고 볼 수 있지요. 연도별 수능 지원자 수로 살펴보면 2019학년도 59만 4924명이었는데 2020학년도에는 54만 8734명입니다. 4만 6190명으로 감소했을 때만 해도 정원은 채울 수 있을 정도였다고 본다면 이제 2021학년도 수능 지원자는 49만 3천여 명으로 2020학년도보다 10.1% 감소했는데 그 감소폭을 감당하지 못한 거죠."
- 취업률도 영향이 있을까요?
"당연히 있죠. 예전 4년제 대학은 학문 연구가 중요했고 전문대는 취업이 목적이었잖아요. 그런데 사실 지금은 4년제 대학이나 전문대학이나 진학하는 가장 큰 목적은 취업이에요. 고등학교 현장에서 학생 진학 지도를 할 때, 대학에서 공개한 여러 자료를 통해 취업상황이 좋은 곳을 추천하여 진학지도 하는 건 당연합니다. 아주 절대적인 지표라 할 수 있습니다. 취업률은 학생들을 유치하는 데 매우 큰 역할을 하지요."
- 외국 유학생도 꽤 있었던 거로 알아요. 코로나 영향도 있지 않아요?
"2020년 4월 대학알리미 발표에 의한 외국인 유학생 수는 전북지역 대학 기준 4300명이었습니다. 코로나로 인한 유학생 수가 급감했을 것으로 보이나 정확히는 2021년 4월 발표를 봐야 알수 있겠습니다. 코로나로 인한 외국인 유학생 수의 감소는 대학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 사립대와 국립대 차이가 있을 것 같은데요?
"국립대는 사립대와 비교해서 감소 폭이 좀 적은 편이라고 볼 수 있지요. 전라북도 국립대에 전북대, 전주교대, 군산대가 있는데 지금까지는 전북대와 특수대학인 전주교대를 나름 선호했습니다. 반면 군산대는 거점국립대에 비해 타격이 좀 심한 편인 것은 타지역 국립대의 상황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미래산업을 준비하지 않으면 국립대도 안전지대가 아니고 사립대는 더 어려운 국면에 처할 것입니다."
"정부에 의지가 있는지 의문입니다"
- 대학의 미달 전망은 예전부터 나왔던 문제잖아요. 대학에서 대비를 안 한 건가요?
"각 대학에서는 이런 사태가 언젠가 올 거라는 생각을 했겠지만 지금까지 체감해 보지 못했고 작년까지 충원했기 때문에 '설마' 했던 대학들이 좀 있었을 것 같습니다. 대학들이 결론적으로 구조조정을 한다는 거잖아요. 학생 수를 줄인다는 거죠. 근데 모집인원을 줄인다는 것은 대학의 경제적인 부분과 아주 밀접한 연관이 있기 때문에 어느 대학도 자율적으로 그걸 계획하거나 시행하지는 못했던 것이죠."
- 학생 수가 줄어들면 구조조정은 해야할 거 같아요.
"학생이 없기 때문에 모집인원을 줄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상이지만 경제적인 부분과 밀접하게 결부되어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정부의 정책이 바뀌어 절대적인 학생수 부족 문제를 지방 대학의 경우 대학에서 책임을 지고 돌파구를 찾아가게끔 하고 있는데 이는 한계가 있다고 봅니다. 지방거점국립대학교의 경우는 국가적 지원을 통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을 수 있겠지만 그 외의 지방 국립대나 사립대는 갈수록 평가지표가 좋지 않아 재정적 지원이나 장학 혜택의 감소로 이어질 수 있으니 구조조정은 어쩔 수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 대학교가 너무 많은 건 아닌가요?
"1995년 김영삼 정부는 '대학 정원 자율화와 대학설립준칙주의'를 도입해 대학 설립기준을 완화하고 정원 확대를 추진했습니다. 대학의 자율성은 신장되었지만, 누구나 대학을 가야 한다는 정서 속에 무자격 대학을 양산하는 결과가 대학 구조조정의 도화선이 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 정부에서는 이에 대한 대책이 없나요?
"2018년 대학 기본역량진단 평가를 하여 모집정원을 감축하고 재정지원을 줄이는 정책을 내세우기는 했지만, 현재 특단의 조치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는 그간 지방대학이 많은 부분(모집정원 감축)을 감당해 왔으며, 그로 인해 수도권과 지방대학 간 격차만 심화하는 오늘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교육부는 2019년 8월 14일에 제3주기 대학 기본역량평가를 발표하였는데, 신입생·재학생 충원 비중이 강화되어(평가점수가 일반대학교는 10점→20점, 전문대학교는 8점→20점)학생 충원 및 취업률이 주요 평가 요소로 작용하였어요.
지방대의 악화는 더 심화할 수밖에 없는 것으로 보여 그간 많은 지방대학에서 부당함을 호소하였으나 2021년 4월이면 제3주기 대학평가 기본역량 평가가 실시되어 이번 신입생 미달사태는 또 한 번의 지방대에 뼈아픈 재정 압박을 줄 것으로 예상됩니다. 물론 대학이 감당해야 할 부분은 대학 책임 있겠지만 절대적인 학령인구감소로 인한 부분은 정부 특단의 조치가 있어야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또한, 교육부는 '제2차 지방대학 및 지역 균형 인재 육성지원 기본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제2차 기본계획은 지역인재 유출 및 학령인구 감소에 대응해, 인구 유출을 막는 '댐'으로서의 지역 협업시스템 구축과 핵심축으로서의 지방대 역할을 재정립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지역인재의 수도권 유출 대응에 중점을 두고, 지방대 의·약·간호학계열과 의학·법학 전문대학원의 지역인재 선발을 의무화했습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어려움을 겪는 지방 사립대가 참여하기 쉬운 정책인지에 대한 의문이 듭니다. 인구감소 대비한 가장 중요한 문제의 핵심인 수도권·비수도권 전제 대학 정원감축 등의 언급이 없는 점은 정부가 지방대학 미달사태에 대한 대책의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 들게 합니다."
"구조조정은 말처럼 쉽지 않지만"
- 지방대 미달로 발생하는 문제는 어떤 게 있을까요? 지방대 미달은 단순히 대학 문제로 한정해 볼 수 없을 것 같은데요.
"지방대 미달사태는 대학에 책임을 묻기에는 상당히 어려움이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당연히 대학들도 뼈를 깎는 자구책을 내놔야 합니다. 이번에 미달사태로 인해 충원율이 80.8%인 대구대학교에서 총장이 사퇴했어요. 원광대학교도 총장 사퇴를 강하게 촉구하고 나섰습니다. 당연히 대학 책임자로서 책무성은 있겠지요. 이런 식으로 시작한다면 그 대학들이 어떻게 질 높은 교육을 할 수 있고 대학들이 마음 편하게 교육을 할 수 있겠어요.
이미 입학한 학생들은 질 높은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또한 각 학과의 교수 입장에서는 학과를 지키고 싶어 하는 욕구와 자존심이 있고 그러다 보니까 이게 구조적인 부분에서 조금 어려움을 겪는 거 같아요. 이것이 이제 한두 해 더 반복되면 미달된 과는 학생이 없으면 당연히 자동으로 통폐합은 되겠지요. 하지만 거기에 몸담았던 교직원들에 대한 대책은 있어야 할 것 같네요."
- 미달된 과가 통폐합되거나 없어지면 그 과를 희망한 학생은 다른 지역 대학으로 갈 수도 있죠. 그럼 인구가 더 줄어들어 악순환이 될 거 같은데.
"일단 대학교를 구조조정을 해야 되는데 그 구조조정이 말같이 쉽지 않잖아요. 해야 된다는 필요성은 당연해요. 그리고 이게 더 심화될 수밖에 없는데 이렇게 되면 아이들이 지금보다 더 지방에서 빠져나가 인구가 줄어들고 수도권 대학들도 연쇄적으로 상위대학으로 이동하게 되겠지요. 그러면 현재 충원을 못 하는 것도 문제지만 재학생을 지키는 것도 엄청나게 큰 문제가 되거든요. 이건 단순하게 그냥 학생을 채웠다고 안심할 수 있는 게 아닌 거예요. 지방대는 중도 탈락자가 엄청나게 많이 생길 가능성이 크죠."
- 미달 문제는 이제 계속 이어질 텐데 생각하시는 해법이 있을까요?
"학령인구는 계속 감소하고 있으니 당분간 미달 문제는 지속되겠지요. 특히 올해 고등학교 입학생(2024학년도 대입) 학령인구는 대비하지 않으면 더 심각한 홍역을 치르게 될 것입니다. 저출산 시대에 맞춰진 정책 차원의 정원 감축 및 자원이 부족한 것에 대해 정부의 노력이 요구되며, 지방 국립대의 통합이 이젠 시간 문제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상당한 진통이 예상되긴 하지만 충분한 대책을 세워 질 높고 학생들이 원하는 교육을 맞춰주는 기능의 대학으로 변신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또한, 수도권 대학과 지방대학을 같은 잣대로 판단하기보다는 지방대가 살아야 지자체가 설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지방대 살리기 정책에 적극적인 투자를 촉구합니다. 이건 단순하게 대학만의 문제가 아님을 지자체와 정부가 알아야 합니다.
현재 한국 대학들의 학과들은 예전에 가지고 있었던 학과들을 그대로 가지고 있는 대단위 학교들도 아주 많습니다. 여기에서 과감하게 탈피하여 미래산업에 필요한 학과들로 거듭나는 수도권 대학이 많은 반면, 지방대학들은 그런 변화에 조금은 뒤처진 느낌이 좀 들어요. 대학들이 급변하는 사회의 변화에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대처를 해서 학생들을 향한 유인책을 강구해야 조금이나마 미달 급간을 줄 일 수 있다 봅니다."
-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려요.
"이번 코로나19 사태처럼 예견되지 않은 상황에도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과정과 결과는 엄청난 차이를 보입니다. 그런데 학령인구 감소는 이미 연도별로 추이가 발표될 만큼 오래전부터 구체적으로 예견된 일입니다. 소극적이고 무대책적인 교육 정책으로 우리나라 교육 전반에 걸쳐 이미 짜 놓은 악순환의 터널을 지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어느 초등학교에는 입학생이 없고 졸업생도 없다는 등의 뉴스는 이젠 뉴스거리가 아니라 흔히 만나는 소재라는 생각이 들 정도여서 정말 준비된 교육 정책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또한 미달 대학의 당사자인 대학들의 뼈를 깎는 아픔으로 자구책 마련을 촉구합니다. 교육은 아주 단순하게 그 시기에 맞는 교육의 진정성만을 고민하고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최고의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정책의 교육 논리로 접근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