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광주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이하 조직위)가 "죽음과 시대의 차별을 넘어서는 세상을 바란다"며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 기념 논평을 발표했다.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은 1990년 5월 17일 세계보건기구(WHO)가 동성애를 정신질환 목록에서 삭제한 것을 기념하는 날로 알파벳 앞글자를 따 '아이다호데이(IDAHO DAY)'로도 불린다.
조직위는 논평을 통해 "세상은 변할 수 없는 우리의 정체성을 고쳐야 하는 대상으로, 질병으로 인식해왔다"라며 "우리의 이름이 질병이 아님을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아이다호데이를 맞아 성소수자들이 자신의 정체성에 당당한 일상, 성소수자의 권리에 대해 인지하는 광주, 죽음과 차별을 넘어선 사회를 바란다"라고 밝혔다.
조직위는 또 "올해의 절반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김기홍, 변희수, 이은용이 우리 곁을 떠나갔다"며 "'또 다른 우리'이자 '그냥 사람'이었던 그들을 잊지 않고 기억하겠다"고 했다. 이어 "오늘은 제41주년 5·18 전야"라며 "5·18이 그러했듯 죽음과 아픔을 넘어 희망을 꿈꾸며 앞으로 나아가겠다"라고 밝혔다.
17일 제3회 광주퀴어문화축제 정욱 조직위원장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정욱 위원장은 "올해에도 민주와 인권의 도시 광주에서 퀴어문화축제를 진행할 생각"이라고 계획을 밝혔다.
"차별금지법, 이 정부 끝나기 전에 해결해야"
- 성소수자 인권운동을 시작하시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제가 광주에서 성소수자 당사자로 살면서 느낀 건데요. 광주가 민주와 인권의 도시를 표방하고 있지만 정작 성소수자와 관련된 목소리는 들리지 않아요. 2018년에 제1회 광주퀴어문화축제가 개최되기 전까지 관련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거의 없다시피한거 같아요. 그래서 광주가 이래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나부터 뭐라도 해보자는 생각에서 활동을 시작했어요. 제1회 광주퀴어문화축제 때 조직위원으로 활동했고, 올해 조직위원장이 되었어요."
- 제1회 광주퀴어문화축제는 어땠나요?
"제가 정의당 광주시당 성소수자위원회(아래 성소위)에서도 활동하고 있는데요. 저희 성소위에서 5·18 당시 시민들이 마지막까지 지키고자 했던 도청과 다양성을 상징하는 무지개를 합친 배지를 만들었어요. 그리고 광주 전역에 제1회 광주퀴어문화축제 개최를 축하한다는 내용의 현수막도 게시했어요. 드디어 광주에서도 성소수자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한 거죠."
- 5·18 전야제인 오늘(17일)은 무얼 하실 계획인가요?
"오늘은 제41주년 5·18 전야제가 열리는 날인데요. 저는 오늘 전야제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기로 했어요. 1980년 5월 당시 광주시민들이 죽음을 넘어 아픔을 넘어 희망을 꿈꾸었듯이, 저희도 5·18의 의미를 되새기면서 희망을 꿈꾸어 보고 싶어요. 그날 항쟁에 뛰어든 시민들에게는 "더 나은 내일이 온다"는 희망이 있었는데, 그 '내일'에는 성소수자를 비롯한 모든 소외된 이들의 존재도 포함된다고 생각해요. 죽음을 무릅쓰고 도청을 지켰던 분들이 믿었던 '좋은 세상'에 어떤 이들은 배제된다면 그건 좋은 세상이 아니잖아요."
- 이번에 발표한 논평에서 차별금지법 이야기를 하셨는데요?
"사실 차별금지법이 처음 이야기된 게 노무현 정권 시절이었는데요. 20년에 가까운 시간이 지나도록 법제화가 이루어지지 않았고, 그사이에 정말 많은 분들이 차별과 혐오로 세상을 떠나셨어요. 만약 차별금지법이 있었다면 우리 곁에 지금은 없는 사람들도 그대로 남아 있었을 거예요. 여기에 대해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작년에 국가인권위에서 발표한 '2020년 차별에 대한 국민인식조사'를 보면 응답자의 88.5%가 차별금지법 제정에 찬성했어요. 인권변호사 출신이면서 매년 5·18이 되면 광주에 오는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여당이 이번 정권이 끝나기 전에 이 문제를 해결해주었으면 좋겠어요.
- 광주시에 어떤 변화가 필요할까요?
"충남도의회는 도의회 본회의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어요. 하지만 민주와 인권의 도시를 표방하고 있는 광주시에서는 관련 논의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아요. 광주가 민주·인권·평화의 도시를 표방하면서 인권헌장이라는걸 만들었는데요. 광주 인권헌장 제12조에 보면 성적 지향에 따라 차별받아서는 안 된다는 언급이 있어요. 스스로 만든 약속에 걸맞은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좋겠어요. 특히 시의회에서 관련 조례나 결의안도 만들고, 차별과 혐오에 희생되고 있는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예산도 편성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 제3회 광주퀴어문화축제는 어떻게 진행되나요?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방역 수칙을 지켜가며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동시에 진행하지 않을까 해요. 자세한 내용이 결정되면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에 있는 '광주퀴어문화축제' 페이지에 공지될 거에요. 사실 코로나19 때문에 2020년에는 축제를 진행하지 못했는데, 많은 분이 아쉬워하셔서 올해에는 어떤 형태로든 진행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