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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경대전 목천판 계미중춘판   소장자가 제공한 동경대전 계미중춘판과 그에 따른 자료. 아랫줄 맨 오른쪽이 동경대전.
동경대전 목천판 계미중춘판 소장자가 제공한 동경대전 계미중춘판과 그에 따른 자료. 아랫줄 맨 오른쪽이 동경대전. ⓒ 노준희
 
동학의 수난기에 최시형의 주도로 간행된 『동경대전』은 동학을 창도한 최제우의 글을 모은 일종의 문집이다. '동경'이란 동학의 경전, '대전'이란 동학의 경전을 다 모은 큰 책이란 의미다. 

어떤 글이 실렸을까, 주요 내용은 포덕문ㆍ논학문ㆍ수덕문ㆍ불연기연ㆍ축문ㆍ주문ㆍ입춘시ㆍ절구ㆍ강시ㆍ좌잠ㆍ화결시ㆍ탄도유심급ㆍ결ㆍ우음ㆍ팔절ㆍ우ㆍ제서ㆍ영소ㆍ필법ㆍ유고음ㆍ우움ㆍ통분ㆍ통유ㆍ의식ㆍ발문ㆍ간기 등이다.

최초의 판본인 『동경대전』은 이른바 경진년판은 아직까지 발견되지 않고, 최시형이 1883년 2월 충청도 목천군 구내리 김은경의 집에 경전간행소를 설치하고 1천부를 간행하였으나 이 판본도 현전하지 않는다. 같은 해 경주에서 목활자본으로 간행한 경주간판이 가장 오래된 판본이다. 서울시 지방문화재 나 1ㅡ20099로 지정되었다.   
동경대전 동경대전에 있는 '논학문'
동경대전동경대전에 있는 '논학문' ⓒ 동경대전
 
『동경대전』의 핵심은 아무래도 「포덕문」과 「수덕문」그리고 「논학문」이다. 포덕이란 동학의 출현을 의미하며, 하느님의 큰 덕을 일반에 널리 알린다는 뜻이다. 다음과 같이 시작된다.

"대개 상고 이래로 봄ㆍ가을이 바뀌고 사시의 성하고 쇠함이 옮겨지지도 않고, 바뀌지도 않으니 이는 역시 하느님ㆍ조화의 자취가 천하에 소연한 것이다."

「논학문」은 동학의 본질을 밝히는 글이다. 여러 가지 질문을 하고 수운이 직접 답하는 형식이다. 현대문으로 정리된 질문을 살펴본다. 

 1. 천령이 강림하였다는데 어찌하여 그렇게 되었습니까.
 2. 도의 이름을 무엇이라 합니까.
 3. 양도(洋道) 서도(西道)와 다름이 없습니까.
 4. 양도와 다른 것은 어찌하여 그렀습니까.
 5. 도가 같다고 말씀하신다면 그 이름을 서학이라 합니까.
 6. 주문의 뜻은 무엇입니까. 
 7. 천심이 인심과 같다면 어찌하여 사람의 마음에 선악이 있습니까.
 8. 온 세상 사람들이 어찌하여 하느님을 공경하지 않습니까.
 9. 도를 훼방하는 사람은 무슨 까닭입니까.
 10. 도를 훼방하는 자 있을 수 있다고 하시는데 어찌하여 있을 수 있습니까. 
 11. 중도에(도를 버리고) 다른 데로 가는 사람은 무엇 때문입니까.
 12. (중도에서 돌아가는 사람은) 어찌하여 족히 거론 할 것이 못된다고 하십니까.
 13. 입도할 때의 마음은 무엇이고 돌아설 때의 마음은 무엇입니까.
 14. 어찌하여 (저들에도) 강령이 됩니까.
 15. 이런 사람은 해도 덕도 없습니까. (주석 14)
 
 천도교의 경전인 <동경대전>.
천도교의 경전인 <동경대전>. ⓒ 안병기
 
「수덕문」은 도인들이 도를 닦는 방법을 설명한다. 인의예지와 수심정기를 가슴에 안고 닦아야 할 항목을 차례로 제시한다. 

 1. 한번 제를 올리는 것은 길이 모시겠다는 중한 맹세다.
 2. 모든 의혹을 깨치는 것은 정성을 지키는 때문이다.
 3. 의관을 정제하는 것은 군자의 행실이다. 
 4. 길에서 먹고 뒷짐지는 것은(천부)의 할짓이다.
 5. 도를 믿는 집에서 먹지 않는 것은 네발 달린 나쁜 고기다.
 6. 따뜻한 몸을 해치는 것은 찬 샘물에 급히 앉는 것이다.
 7. 유부녀의 방색은 국법으로 금하는 것이다.
 8. 누워서 큰 소리로 주문을 외는 것은 도에 정성을 드리는데 크게 게으른 것이다. (주석 15)

『동경대전』에는 최제우가 남긴 많은 시문도 실렸다. 임의적으로 몇 수를 뽑았다. 

 평생에 천년의 운을 받았으니
 성스러운 우리집은 백세의 업을 잇겠네.
                               「절구」

 운이여 운이여 얻었는가 못 얻었는가
 때여 때여 깨달은 이로다.
                               「화결시」

 천하에 큰 운이 이도에 돌아오니
 그 근원이 극히 깊고 그 이치가 아득하도다.
                              「탄도유심급」
 우리도는 넓으면서도 간략하니
 많은 말뜻을 쓸 것 없도다
 별다른 도리도 없고
 성ㆍ경ㆍ신의 석자뿐이다.
                   「좌잠」

 한가로히 떠가며 젓는 노에
 물결은 일지 않고 백사장은 십여리일세
 떠돌며 한가로이 이야기함이여
 등산에는 달이 오르고 북쪽바람이 부는구나.
                                  「화결시」

 태산의 높고 높음이여
 공자께서 오른 것은 어느 때인가
 맑은 바람이 천천히 불어옴이여
 도연명은 지난날의 잘못됨을 깨달았도다
 맑은 강의 넓고 넓음이여
 소동파가 손님과 함께 하는 적벽의 풍류로다
 연못의 깊고 깊음이여
 주렴계가 즐기는 바로다.
                 「화결시」

 방방곡곡으로 다 돌아다니니
 물과 산을 다 알겠네.
                        「명소」

 소나무와 잣 나무는 푸르게 섰고
 가지마다 잎마다 모두 절개일세.
                        「명소」


주석
14> 정재호, 「동학경전과 동학가사연구」, 『동학연구(8)』, 31쪽, 한국동학학회, 2001.
15> 앞의 책,  33~34쪽.

 

덧붙이는 글 | [김삼웅의 인물열전 / 해월 최시형 평전] 은 매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해월#최시형#최시형평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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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독재 정권 시대에 사상계, 씨알의 소리, 민주전선, 평민신문 등에서 반독재 언론투쟁을 해오며 친일문제를 연구하고 대한매일주필로서 언론개혁에 앞장서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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