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충북 청주 지역 활동가가 북한이 포섭 대상자로 지목한 것으로 알려진 진보정당 인사를 상대로 도리어 법적 소송을 제기하는 등 갈등을 빚은 사실이 확인됐다.
또한 북의 지령을 받아 진행했다는 미국 스텔스기 도입 반대운동 역시 아들 등 가족과 조직원들을 동원한 '자작극'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북한 포섭 대상자'와 오히려 갈등
수사당국은 '자주통일충북동지회'(이하 충북동지회)가 북한으로부터 스텔스기 도입 반대운동과 더불어 남한 내 정치·노동계 인사들을 포섭하라는 지령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단체는 2019년 대북보고문에 민중당 인사의 신상 정보와 동향을 작성했고, 북한 공작원은 포섭 대상자로 지목한 정치인들과 '속마음을 터놓을 정도로 인간적인 관계를 맺으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충북동지회 활동가 4명 중 한 명인 손아무개씨는 오히려 민중당(현 진보당) 인사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손씨는 2020년 자신의 당직 선거 출마를 방해했다며 민중당 인사 A씨를 상대로 직무정치 가처분 소송을 냈다. A씨는 북한이 포섭 대상자로 지목했다는 인물이다. 또 민중당 당직자 B씨를 상대로 징계결정 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민중당 관계자는 "A씨에 대한 소송에서 손씨는 기각 판결을 받았고, 다른 한 건(B씨)의 소송은 지난 5월을 전후에 자진 취하했다"고 전했다.
인터넷언론 대표인 손씨는 수사 대상이 오른 충북동지회 활동가 4명 중 유일하게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나머지 3명은 지난 2일 구속됐다.
'불길 번진다'던 F-35 스텔스기 반대투쟁 실체
이밖에 충북동지회 활동가들은 미 스텔스기 도입 반대운동을 진행하면서 자신들의 활동을 극단적으로 부풀리고 자화자찬 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지회는 2020년 2월 16일 자신들이 운영하는 인터넷 커뮤니티에 '충북에서 반제평화와 국민주권시대, 봉화가 올랐다'는 제목의 글을 올려 마치 대단한 일이 벌어진 것처럼 홍보했다.
이들은 "수급자이자 무산자로, 이번 21대 총선에서 세상을 일구어가는 주인으로 21대 총선에서 전면투쟁에 나서겠다고 선언한 새세기민주노동청년회 이○○ 대표에게 F-35A도입반대 지지서명운동 등에 대한 정책협약 제안서를 발송했다"고 밝혔다. 같은 날 '새세기민주노동청년회 이 대표와의 면담'이란 제목의 게시물도 올라왔다.
이틀 뒤인 2월 18일에는 '자주, 민주, 평화통일세력의 통일단결로 반제 평화의 불길이 번진다'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F-35A도입반대 청주시민대책위와 국민주권모임은 전국 41개 정당과 500여 개 시민사회단체에 정책협약 제안서를 전격 발송"했다는 내용이다. 앞서 면담한 새세기민주노동청년회 대표인 이씨도 정책협안 제안서에 적극 찬성 입장을 밝혔다고 홍보했다. 이들은 '총선 유력인사' 이씨의 합류로 스텔스기 도입저지 운동이 확산되는 것처럼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자신들의 제안에 따라 "남북공조를 복원하고, 2020년 새롭게 태어난 새 생명, 고사리 손이 갈쿠리(갈퀴)가 되도록 허리가 굽어지도록 한 평생을 헌신하고 살아온 노동자 민중, 우리 모두가 근원적으로 바뀐 이 시대의 주인으로 함께 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밖에 이 대표와 F-35A도입반대 청주시민대책위, 국민주권모임, 의회권력재편충북시민연대가 21대 총선을 앞두고 대담을 진행했다고도 알렸다. 대담자는 4명이다. 의회권력재편충북시민연대 손아무개씨, 국민주권모임 김아무개씨, F-35A도입반대청주시민대책위 박아무개씨와 새세기민주노동청년회 대표인 이씨다. 손씨는 기사형식으로 된 해당 게시글들의 작성자이기도 하다. 대체 이들은 누굴까?
먼저 의회권력충북재편충북시민연대 손씨는 앞서 언급된 충북동지회 소속이다. 국민주권모임 김씨는 손씨의 부인이다. F-35A도입반대청주시민대책위 박씨는 동지회 혐의로 구속된 부부의 차남이다.
새세기민주노동청년회 이씨는 동지회 소속 인사들이 1998년 결성한 새아침노동청년회의 구성원으로, 20년 넘게 이들과 함께 활동했다. 이씨는 동지회 구성원이 작성한 또 다른 게시글에서 F-35A도입반대청원시민대책위 위원장으로 소개되거나 오창주민 등으로 표기되기도 했다.
즉 자신들끼리 운동을 제안하고 동의하면서, 마치 미 스텔스기 도입저지 운동이 활발하게 번지는 것처럼 과장한 셈이다.
국가정보원과 경찰은 간첩 활동을 한 혐의로 충북동지회 활동가들을 수사 중인 반면, 피의자들은 국보법 위반 조작 사건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충북인뉴스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