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의 육아를 누군가는 기록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으로 연재를 시작했습니다. 시간은 흐르고 언젠가 막이 내릴 시대이지만 안 그래도 힘든 육아에 이 시국이 무언가로 고통을 주는지 알리고 공유하며 함께 고민해 보고 싶었습니다. 항상 말미에 적는 글이지만 아기를 양육하고 계시는 이 시대의 모든 부모님들께 위로와 응원 너머의 존경을 보내는 마음으로 글을 씁니다.[기자말] |
지난해 10월 12일 5시 32분 아기가 태어났다. 코로나로 말썽인 시기가 1년 9개월여 되어가는데, 그 시간들을 아기가 함께한 것이다. 그래서 더더욱 아기와의 지난 1년이 믿기지 않고 감사할 뿐이다.
아기가 태어나던 때에 아기의 증조할머니들께서는 모두 살아계셨다. 친증조모는 아기의 백일이 되던 시점에 갑자기 안타깝게 돌아가셨지만, 나의 외가와 아내의 친가, 외가의 할머니들께서는 여든이 넘는 연세에도 아기의 성장 과정을 함께 하셨다.
이 시대에 태어난 아기는 친지들의 얼굴을 직접 보지 못하고 영상 통화나 유튜브로 어른들을 만난다. '왕 할머니'라고 칭하는 80대와 90대의 증조할머니들도 아기의 얼굴과 모습, 그리고 성장 과정을 보시기 위해 우리 아기의 유튜브 채널을 찾는다.
아기는 이제 11개월에 접어들었고 다음 달 드디어 대망의 돌잔치를 앞두고 있다. 하지만 집에서 돌잔치를 하거나, 가까운 가족과 간단히 식사를 하는 방향으로 고민하고 있다. 이런 사정 때문에, 친지분들은 더더욱 아기의 유튜브 채널을 찾으신다. 또, <오마이뉴스>에 아기의 소식을 연재하면서, 친지분들의 사랑이 아기에게 더 잘 전달됐다.
"못 봐서 서운해도 어쩔 수 없제"
지난 주말, 전남에 사시는 나의 외할머니에게 연락이 왔다. '왕할머님'이라고 표현하는 아기의 외증조모님의 연락이었다.
"아가 잘 크제... 이런 때에 태어나도 감사하게 건강만 하네이..."
"네 아기 잘 크고 있어요. 덕분입니다."
"아기 돌 때 되었제... 반지랑 참기름이랑 보냈어라. 아가 못 봐서 서운해도 어쩔 수 없제. 미리 축하하네. 미안하다이."
"아닙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아기가 좋아하는 참기름은 전남의 외할머니께서 직접 농사를 지어 선물하신 것이라 더 의미가 깊었다. 아기는 이유식을 시작한 이후 줄곧 왕할머니의 정성이 담긴 참기름을 먹어 왔었다. 아기에게는 아직 줄 수 없지만 고춧가루도 아기의 증조할머니께서 직접 농사를 지어 선물하신 물품이었다.
그리고 얼마 전, 아내의 친할머니이자 또 다른 왕할머니인 경남 함양의 왕할머니께서도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오셨다.
"아 잘 크고 있다믄서? 반지랑 선물이랑 보냈데이... 축하한데이..."
"아 네. 할머님 감사합니다."
아기는 다음 달 12일 돌을 앞두고 있다. 예전 같으면 동네잔치를 하고도 모자랄 판이지만 추석 때 3000명의 확진자가 넘어가는 이 시국에 친척들과 만나서 아기의 돌잔치를 하는 것은 애석하게도 허락되지 않았다. 이런 연유로 모두 80대 중반을 넘어서신 증조 할머님들께 미리 아기의 생일 축하를 받게 된 거다.
아기의 왕할머니 중 제일 가까이 사시는 분은 불과 100미터가 떨어지지 않은 곳에 사시는 아내의 외할머니이시다. 결혼 후 거처를 정하고 놀랐던 부분도 이거였다. 할머님의 집과 우리의 집이 가까워도 너무 가까웠고, 근처에 아이의 이모 할머님들이 많이 살고 계셨다.
가까이 사시는 왕할머님과 이모 할머님들은 아기의 유튜브를 구독하시면서 아기가 좋아하는 것들이 보이면 항상 풍성하게 선물을 보내 주셨다. 그래서 아기는 좋아하는 음식들을 더 자주 만날 수가 있었다.
아기는 바나나와 샤인머스켓을 좋아했다. 제철 과일이나 아기가 좋아하는 과일을 먹이는 것이 아기의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여기는 부부에게 아기가 좋아하는 간식과 과일은 매우 중요했다. 아기가 샤인머스켓을 매우 잘 먹는 모습을 보이자 아기의 이모 할머님들께서는 한아름 샤인머스캣을 선물해 주셨다.
우리 아이 첫돌, 동네방네 소문난 사연
얼마 전, 아기와 산책을 하다가 예전 기사에서도 언급했던 이웃 할머님들을 만났다. 그때 아기를 바라보며 "돌 다 돼 가지요? 언젠교?"라는 물음을 들었는데, 딱 며칠이라 대답하는 것이 부담스러워서 "네, 벌써 그렇게 되었네요. 시간 참 빠르죠?"라고만 대답해 드렸다.
할머님께서는 정말 지금이 돌이라 생각하셨는지 주위 할머님들께 그렇게 동네방네 말씀을 하셨단다. 그래서 이웃 할머님들께서는 밤과 과일들, 그리고 옥수수를 삶아오시고 과일들을 주셨다. 그 할머님들 중에 일부 할머님께서는 복숭아를 손질해서 보내시고 다른 한 분은 크나큰 호박을 보내오셨다.
할머님은 호박을 주시면서 '늙은 호박은 아기의 무사한 안녕과 건강을 바라는 뜻에서 예전부터 아기의 돌 때 전해줬다'고 설명하시며 아기의 돌을 축하하고 건강을 빌어주셨다.
비록 직접 만나지 못하고, 만나더라도 마스크 때문에 서로의 얼굴을 마주할 수 없더라도 이런 비대면 랜선 응원과 친지들, 이웃들의 아기 사랑이 있었기에 오늘이 가능했다. 다시 한번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이번에 아기의 '셀프 돌상'을 차리며 아기의 돌잡이와 돌잔치 상을 또 영상으로 기록하려고 한다. 아기의 특별한 기념일을 최선을 다해 준비해, 보답해 드려야겠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아기를 사랑으로 기르고 계실 모든 엄마, 아빠들께 응원과 격려 그리고 감사와 존경을 보낸다. 이웃의 왕할머님들께 제일 많이 받은 선물은 밤이었다. 밤을 주시면서 할머님들께서 했던 말씀이 있다. 그 할머님의 말씀을 독자님들에게도 전한다.
"밤꽃의 향기가 아 엄마 가슴 냄새 아인교. 밤은 아기가 엄마의 사랑을 잊지 마라고 주는 거라."
"그러니까 추석 차례상에 항상 올리고 이번에도 올렸다 아인교. 밤은 조상이랑 어른의 사랑 아인교. 다 아 잘 되라고 주는 기라. 아 정승 되라꼬 잘 되라꼬. 벼슬하라꼬."
"알밤처럼, 이 환장할 시기에 튼튼하게 아프지 말고 건강해라고 준다 아닌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