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 북부와 중부의 건조 및 반건조 지역이다. 이곳에서 영농형태양광 아래에 심어진 작물의 부분적인 음영이 물에 대한 필요성을 줄이고 태양으로부터 가축 보호소를 제공할 수 있다. 일사량이 많은 건조한 기후에서는 일반적으로 잘 자라지 않는 과일도 다양하게 재배할 수 있다."
막스플랑크연구소와 함께 독일의 과학기술을 대표하는 프라운호퍼연구소가 칠레에서 영농형 태양광을 운영한 경험을 이와 같이 2018년에 발표한 바 있다. 그러면서 "동시에 생성된 전기는 워터 펌프 또는 담수화 시스템을 작동하는 데 사용할 수 있어서 외딴 지역에서는 삶의 질이 엄청나게 향상된다"고 결론짓는다.
이 연구소의 보고에는 "사하라 사막 이남의 아프리카에서는 농촌 인구의 약 92%가 전기를 사용할 수 없는데, 영농형태양광은 기본적으로 지역 인구에 새로운 수입원을 제공하는 동시에 디젤 발전기에 필요한 화석 연료에 대한 의존도를 줄인다. 전기가 생산되면 농작물을 냉각 및 처리하는 데 사용할 수 있으므로 보존이 가능하고 수익성이 더 높아진다"는 내용도 있다. 가히 지구촌 모델이 될 만하다.
영농형태양광은 농지를 소유하고 경작하는 농민이 직접 참여하는 사업으로 동일 부지에서 농사와 전기 생산이 가능하여 효율적인 토지 활용하므로 해외에서는 '솔라 쉐어링(Solar Sharing)'이라고 명명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정부 주도하에 2013년부터 농지에 영농형 태양광 발전사업을 인가하여 운행 중이며 현재 3000개소 이상이 설치되어 운용 중이다.
나라마다 수익구조는 그 나라의 작물 작황과 시장 가격, 그리고 전기값이 달라 다소간 차이는 있으나 보통 농민의 해당 농지에서 얻어지는 기존 수익의 5~10배의 수익을 보장할 수 있는 사업으로 평가받고 있고 우리나라의 경우 농가에 적지 않은 수익을 제공할 수 있는 사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작물 농사와 발전사업을 동시에 진행하여 농가의 수익을 늘리고 국가 농지보존에 초점을 둔 국가사업으로 토지의 타 용도변경 없이 발전사업을 할 수 있도록 법이 제정되고 있다. 세계 각국에서 주목하고 있는 재생에너지 사업이며, 영농형 태양광 발전사업을 부작용 없이 농가에 보급하기 위해 국가와 기업들이 많은 연구 개발 및 실증에 노력 중이다.
흔히 알려진 '농촌태양광'과 다른 영농형태양광
농촌태양광은 한마디로 '농사를 짓지 않고 전기만 생산토록 허용한 것'으로서 방향을 잘못 잡은 정책이다. 염해농지는 어느 곳이나 허용하고 또 일반농지도 농업진흥구역만 아니면 어디든지 농사 대신 태양광사업을 허용하고 있는데, 이것은 우리의 식량안보와 어긋나는 정책이다. 비판받아 마땅하다.
영농형태양광은 이와 전혀 다르다. 식량 생산을 위주로 하면서 함께 전기 생산을 한다. 특히 물을 적게 사용하는 작물이거나 그늘을 필요로 하는 작물에는 일석삼조의 시설이다. 생산농가에 실질소득을 증가시킴으로써 동시에 지속적인 농촌 거주를 가능케 하는 선순환 기능이 있다.
에너지 자립과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능력을 길러줄 뿐 아니라 농촌 공동화도 막는다. 청년 귀농도 유도할 수 있다. 기업형 농촌태양광과 이름이 비슷해 보이지만 본질이 다른 것이다. 농민뿐 아니라 일반국민도 혼동하면 안 된다.
국내 1인당 쌀 소비량의 지속적 감소하고 있어 쌀값이 안정화되지 않고 있고 농촌 인구의 고령화 등으로 농촌 인구가 줄어들고 있으며 농촌의 공동화 현상마저 현실이 되어가는 시점이다. 농지를 도시민이나 대자본이 헐값에 사들여 형질을 변형시켜 농지가 감소하고 식량 안보를 지킬 수 없게 되어가고 있는 현시점에 중요한 정책이 아닐 수 없다.
혹자는 말한다. "영농형 태양광은 식량생산이 80%밖에 안되니 생산량의 절대량이 줄어드는 것 아닌가?" 단편적인 지적은 가능하지만 전체적으로는 그렇지 않다. 안정적인 소득으로 정착하는 농민들이 늘어나면 유휴농지가 훨씬 줄어든다. 전체적으로는 생산량에 차이가 없는 것이다.
게다가 영농형 태양광은 농지가 갖고 있는 공익적 기능을 담보하고 있다. 원래 논은 담수 효과로 비가 올 때 홍수 조절 기능을 해준다. 논농사가 유지되고 논에서 담수를 함으로써 온난화에 대한 기후 조절 등도 수행을 하면서 전기를 생산하는 점도 큰 장점이다. 또한 작물의 종류에 따라서는 물순환 관리가 가능하여 재배기술의 고도화가 이루질 수 있어서 양과 질 모두 높은 수준을 달성할 수 있어서 소득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
광포화점이 말해주는 영농형태양광의 비결
대부분 작물은 성장에 필요한 수준의 일사량만 확보되면 충분히 성장이 가능하다. 모든 식물은 광포화점을 가지고 있고 이 광포화점까지의 빛은 광합성을 일으키지만 그 이상의 빛은 더 이상 광합성을 하지 않는다.
일조량이 많더라도 광포화점을 넘으면 광합성이 불가함으로 남는 일사량을 태양광 발전에 활용하도록 상부 패널의 적절한 설계가 이 사업의 핵심요소이다. 광포화점 이상의 빛은 오히려 수분의 증발을 유발시켜 작물의 성장에 저해요소로 작용한다.
하지만 광포화점은 작물마다 달라서 여러 가지 작물을 2~3 모작 형태로 경작할 경우 최적의 설계는 무척 어려워 다소간의 작물 작황에 감수현상이 발생하나 연구를 통해 이 감수량(작물 수확량 감소)은 최소화할 수 있다. 또 작물 종류에 따라 구조물을 변형하여 생육환경에 영향이 가지 않도록 하는 태양광 설비의 설치가 연구되고 있다.
궁금한 점은 또 있다. 태양전지 패널에서 발생하는 전자파가 식물의 생장에 악영향이 있을까? 이에 대해 국내외 많은 모듈/패널 기술전문가들이 실증한 바가 있다. 태양광 패널에서 발생하는 전자파는 일상적으로 아파트에서 사용하는 전자기기에 비해서도 현저히 낮은 수준이고, 식물 성장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다.
오히려 태양광 패널로 인해 햇빛이 적당히 차단되어 토지의 습도가 유지되는 효과가 해외 저널에 발표되었다. 올해 독일 드레스덴대학의 울리케피스텔 교수팀은 '태양광패널로 태양을 가리면 여름철에는 물 사용을 줄이는 효과가 있고 겨울철에는 토양의 온도를 끌어올리면서 작물재배에 지속적으로 유리한 조건을 제공해준다'는 결과를 발표하였다.
이 논문에 따르면 여름철은 태양광 모듈이 그늘을 제공하여 토지의 온도를 낮추어 주어 물의 증발을 막아주고 겨울철은 추운 공기의 흐름을 막아주어 보온효과로 땅의 냉해를 막아주며 땅의 온도가 주변보다 높아 수분은 증발량이 더 많다는 것이다.
습도가 유지되면 토양의 미생물이 더 활발하게 활동하게 되며 이로 인해 토양의 질을 좋게 만들어 주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여름철은 태양광 패널로 인해 그늘이 형성되어 농사일을 하는데 더 수월해지는 효과도 있어서 일본의 경우 농민의 여름철 농사일을 하는 도중 발생하는 일사병이 줄어들었다고 보고되고 있다.
농가 수익의 한 예로 2019년 기존 경작을 유지하면서 해당 농지에 100KW급 태양광발전 설비를 설치할 경우 년 2400만 원가량의 수익이 창출될 수 있다. 영농형 태양광 발전의 보급은 농가가 가진 문제점들의 해결 및 농가소득의 증대를 가져오며, 또한 국가의 재생에너지산업 발전에 큰 힘이 될 것이므로 이렇게 많은 토끼를 한 번에 잡을 수 있는 방안은 그동안 없었다.
소득이 안정되면 사람도 정착한다. 정착해서 농사짓는 것이 중요하다. 안정적인 쌀 생산이 가능하므로 식량 안보 기능을 한다. 이게 진짜 식량 안보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정재학 영남대 화학공학부 교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