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부터 녹색연합은 '기후위기의 증인들'이라는 제목으로 컨퍼런스를 열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의 각계각층 사람들이 보고, 듣고, 경험한 기후위기에 대해 증언하고, 시민들의 관심과 행동을 촉구하는 자리입니다. 지난 2년간은 기후위기가 우리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말했다면, 3년차를??맞이하는 올해 컨퍼런스에서는 기후위기 최전선의 경험과 여기에서 비롯된 대안을 모색하는 자리였습니다.??간호사, 해양생태활동가, 홈리스, 청년기후활동가, 사회학자, 교육행정가가 기후위기의 증인으로서 연단에 섰습니다. 이들의 증언과 행사 직전에 진행된 사전 인터뷰 내용을 정리하여 연재를 시작합니다.?[기자말] |
제주 바다는 현재 위기의 바다이기도 하고, 희망과 생명의 바다이기도 하다. 기후위기로 인해 지금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천이의 과정을 제주바다가 겪고 있지만, 여전히 생명이 꿈틀대는 생물다양성의 보고이기도 하다. 녹색연합 해양생태팀 활동가들은 기후변화에 따른 제주바다의 변화상을 산호의 천이과정, 갯녹음의 발생과정을 통해 추적해왔다. 10년 넘게 제주 바닷속을 모니터링한 녹색연합 활동가들의 이야기를 통해 기후위기 시대에 여전히 남아있는 우리의 희망을 들여다본다. 이번 그린컨퍼런스 '기후위기의 증인들'에 출연한 녹색연합 해양생태팀 윤상훈, 박은정 활동가의 이야기를 전한다.
제주 바다숲이 사라지다
박은정 : 여러분들은 제주바다 하면 어떤 것들이 먼저 떠오르시나요? 그 유명한 해수욕장이 떠오르실 수도 있을 것 같고 제돌이처럼 남방큰돌고래 또는 해안 도로가 떠오르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제주 바다에도 급격한 변화가 찾아왔죠. 아름다운 모습으로 기억되는 이런 제주 바다에서 해조류가 급속하게 사라지면서 제주의 전통 밥상까지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러한 변화들을 지금 연안에서도 직접 목격할 수가 있는데요. 이번에 저희가 직접 제주 해안마을 97개 415km를 돌면서 200여 곳에서 직접 관찰한 현상이 있습니다.
윤상훈 : 너무나 유명한 곳이죠 세계 자연유산 성산일출봉의 조간대를 조사하면서 저희가 만났던 장면입니다. 무엇이 보이시나요? 혹시 분홍과 하얀 바위가 보이십니까? 네 맞습니다. 갯녹음 현상이라는 것입니다.
갯녹음은 바다에 너른 벌판을 이야기하는 '갯' 그리고 해조류가 녹아 버린다는 의미의 '녹음'이라는 순우리말입니다. 일본 사람들이 이소야케라고 표현을 합니다. 갯바위가 불에 타서 재로 변해버렸다고 이야기를 하죠. 원래 이바위에는 해조류가 있어야 합니다. 해조류가 모두 사라져 버린 상태, 그 자리에 산호말류라는 탄산칼슘 성질의 해조류가 부착이 되면서 이러한 갯녹음 현상이 폭넓게 발생했습니다.
직접 갯녹음이 발생한 돌멩이를 한번 들어 봤습니다. 탄산칼슘 성질의 산호말류는 살아있을 때 분홍색을 띠지요. 지금 이 색깔은 어떤 색입니까? 죽어서는 하얀색을 띱니다. 그래서 백화 현상이라고 합니다. 원래 이 바위에는 해조류들이 넓게 살고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해조류들이 메말라버린 그런 사막과 같은 상태라 이야기를 하면서 바다 사막화 현상이라고도 이야기를 합니다.
우리가 만났던 제주 어르신들은 이야기를 합니다. 저희가 봐왔던 바다가 예전에는 이런 바다가 아니었다고. 제주 바닷속 수중 동산에 들어가면 톳, 모자반, 우뭇가사리, 감태와 같은 아주 넓은 해조류 바다숲이 이제는 거짓말처럼 싹 사라져 버렸습니다.
제주바다 비상상황을 선포해야 할 때
윤상훈 : 도대체 제주 바다를 덮어버린 갯녹음, 그 원인이 무엇일까요? 저희들이 만났던 해조류 전문가들은 두 가지 이유를 꼽습니다. "하나는 기후변화에 따라서 수온이 급속히 상승을 했다. 또 하나는 무분별한 제주 개발로 육상의 오염원 들이 유입이 되었다"라고 이야기를 합니다.
제주 바다 수온은 지난 36년 동안 2도나 올랐다고 이야기를 합니다. 특히 겨울철 수온은 3.6도나 올랐다고 이야기를 합니다. 상식적이지 않습니다. 일상적이지 않습니다. 굉장히 가혹한 변화입니다. 해양학자들은 그렇게 이야기를 합니다. 수온 1도의 변화는 육상에서 10도 변화와 같다. 해양생태계는 이러한 변화를 아주 가혹한 변화를 직접 몸소 체험하고 있다고 경고를 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축산분뇨가 나오고 있습니다. 농약, 비료, 정화되지 못한 오폐수들이 제주바다로 그대로 유입되고 있습니다.
박은정 : 상황이 이렇게 심각한데 사실 제주와 정부는 지금 손을 놓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죠. 저희가 이렇게 기자회견을 열어서 밝혔던 것처럼 제주의 갯녹음 상황과 실태, 그 원에 대한 조사를 지금 시급하게 해야 되고 또 해양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들을 그리고 무분별한 개발들 규제하는 조치를 취해야 할 때입니다. 제주 바다의 비상상황을 선포하고 그 비상 상황에 맞는 비상조치가 내려져야 할 때입니다.
생과 사의 갈림길에 선 제주바다 연산호
윤상훈 : 제주 바다의 기후위기의 징후는 비단 갯녹음만이 아니라 다양한 방식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급격한 수온 상승, 제주 바다의 깃대종이라고 하는 연산호 서식지에 변화도 일으키고 있습니다.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 천연기념물, 멸종위기야생생물, 해양보호생물, 각종 보호지역과 법정보호지역으로, 법정보호종으로 지정된 제주바다 산호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박은정 활동가와 같이 올해같이 제주바다 조사 다이빙을 했었거든요. 어떠셨나요?
박은정 : 제가 처음에 제주 바다를 실제로 들어가서 연산호 군락을 만났을 때 정말로 아름답고 그 화려한 모습에 사실 넋을 잃었었거든요. 연산호 군락이 제주에 대표되는 그 바닷속 대표되는 풍경이라고 하는데 저는 사실 연산호만큼이나 사실은 하드 코랄(hard coral)이라고 하죠. 경산호, 돌산호를 더 많이 만났던 것 같아요. 20년 가까이 바닷속을 이제 들어갔다 오면서 그런 실제적인 변화들을 또 많이 만나셨을 것 같아요. 좀 어떠셨나요?
윤상훈 : 제주도 서귀포 앞 문섬에 꽃동산이란 다이빙 포인트가 있습니다. 말 그대로 아름다운 연산호 꽃밭입니다. 형형색색 자태가 굉장히 아름답습니다. 조그만 물고기 들은 이곳을 제 집 삼아 은신처로 삼고 있습니다. 산호로부터 시작된 거대한 해양 생태계 공존이 굉장히 드라마틱 하게 펼쳐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문화재청은 이곳을 바다 그 자체를 천연기념물로 지정을 했고 이름을 제주 연안 연산호 군락이라고 이름을 붙였습니다.
그런데 이 연산호 군락에도 또 이상 징후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열대바다에서 주로 발견된던 경산호, 방금 전에 박은정 활동가가 이야기를 했던 이 경산호, 특히 돌산호 종류가 제주 바다를 아주 폭넓게 굉장히 빠르게 덮고 있으면서 다른 해양 생물의 서식지들을 위협하고 경쟁하고 있습니다. 기후변화에 따른 수온 상승과 이 경쟁에서 버티는 유전자는 살아남고 그렇지 못하는 연산호 유전자들은 사라져버리는 생과 사의 갈림길에 제주 바다가 지금 있습니다.
*연산호(soft coral): 딱딱한 외골격이 없고 부드러운 표면과 유연한 줄기구조를 갖춘 산호. 즉, 부드러운 산호. 여덟 개의 촉수가 있어 팔방산호류로 구분된다. 제주도를 비롯한 우리나라 근해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다.
*경산호(hard coral): 체외에 석회질로 된 골격을 가진 딱딱한 산호. 촉수가 6의 배수만큼 있어 육방산호류로 분류된다. 연중 수온이 20도 이상인 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윤상훈 : 저희가 경험한 제주 바다는 변화의 속도가 너무 빠릅니다. 굉장히 급격한 천이 과정을 겪고 있습니다. 자연스럽지 못합니다. 수 세기에 걸쳐 환경에 적응을 하며 천천히 진행되어야 할 바닷속 해양생물의 변화가 아닙니다. 일시에 사라지고 일시에 유입되는 그런 식이었습니다. 제주 바다 생물종의 급격한 변화는 우리가 직면한 기후위기의 징후입니다.
제주 해녀는 그렇게 이야기를 합니다. "이 바다에서 소라, 전복잡이는 내 세대가 마지막이 될 것이다"라고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제주도에 가장 첫 번째 멸종위기종은 제주 해녀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기후위기는 미래세대 일이 아닙니다. 기후위기는 현재 진행형입니다. 기후위기는 우리의 삶을 송두리째 뒤바꿀 것입니다 지금 준비하지 않는다면 제주바다는 돌이킬 수 없는 티핑 포인트를 넘어갈 것입니다.
[기후위기의 증인들 행사영상]
|
▲ [2021 그린컨퍼런스]기후위기의 증인들_산호를 따라서, 제주바다로_윤상훈,박은정/녹색연합
|
ⓒ 녹색연합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