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자의 배우자인 김혜경씨를 향해 국민의힘이 연일 날 선 말들을 쏟아냈다.
김씨는 지난 9일 오후, '과잉 의전' 논란에 대해 직접 사과했다(관련 기사:
7분 사과, 질문 4개... 김혜경 "선거 후라도 책임, 제보자는 피해자"). 하지만 이어진 기자들과의 질의 응답에서는 구체적인 답을 피한 채 자리를 떠났다. 국민의힘은 김씨의 사과가 불충분할뿐더러, 이재명 후보에게도 책임을 물으며 공세의 고삐를 죄고 있다.
"주어도 없고 목적어도 없는 '사과 쇼'" "이재명, 직접 사과하라"
권영세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장은 10일 오전 선거대책본부와 원내지도부의 연석회의에서 마이크를 잡고 "이재명 후보의 부인 김혜경씨가 주어도 없고 목적어도 없는 참 희한한 8분짜리 '사과 쇼'를 했다"라며 "국어사전에 사과는 자기의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비는 일이라고 설명되어 있다. 그런데 누가 잘못을 했다는 것인지, 뭐를 잘못했다는 것인지, 잘못을 인정하기는 한다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이상한 사과를 했다"라고 꼬집었다.
그는 "뭘 사과하는 거냐고 묻는 기자 질문에 (김씨는) '수사와 감사가 진행 중'이라며 동문서답을 내놓았는데, 그야말로 그 남편의 그 부인이라는 말, '부창부수'라는 말이 절로 떠올랐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재명 민주당 후보의 웹 자서전에서 "부패가 내겐 곧 죽음이다. 내가 살아남는 길은 오직 청렴이라는 방어막을 치는 것뿐이었다"라는 문장을 인용한 뒤, "청렴이란 단어는 이재명 부부와 가장 어울리지 않는 단어"라고 비난했다.
권 본부장은 "사법당국은 경기도의 셀프감사를 기다리지 말고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로 의혹을 명명백백하게 규명해야 한다"라고 모두발언을 마쳤다.
김기현 원내대표 역시 "김혜경 여사의 갑질 및 공금횡령 의혹 사과는 도대체 무엇을 사과하는 것인지, 왜 사과하는 것인지조차 알 수 없는 무늬만 사과"라며 "'사과한다고 했더니 진짜 사과인줄 알더라'라고 또다시 국민을 조롱하는 것 같았다"라고 조롱했다. 이재명 후보의 "'존경하는 박근혜'라고 했더니 진짜 존경하는 줄 알더라" 발언을 활용해 비꼰 것이다.
김 원내대표는 "이 갑질 의혹과 공금횡령 의혹은 이재명 후보 부부가 모를 수가 없고, 법적 책임을 면할 수도 없다고 보는 게 일반의 건전한 상식"이라며 "모든 책임을 배아무개씨에게 돌리려는 속셈으로 보인다. 셀프감사·셀프수사를 핑계로 적당히 선거 끝날 때까지 뭉개겠다는 의도가 뻔히 보인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혹시라도 대선 출마를 염두에 두고, 경기도의 공금으로 선거운동 목적의 모임을 한 것이 아니라면, 그 많은 음식을 경기도지사 배우자가 누구와 어떤 목적으로 먹었는지 당연히 소명해야 할 것"이라며 "그 간단한 사실조차도 소명하지 않고, 어차피 셀프수사·셀프감사가 될 것이 뻔한 수사·감사 핑계를 내세우면서 꽁무니를 빼니 '사과 쇼'라고 밖에 볼 수 없는 맹탕 사과"라고 재차 강조했다.
특히 "이 모든 일은 이재명 후보 본인의 묵인 또는 방조 없이 불가능하다"라며 "이재명 후보는 배우자 뒤에 숨어서 사과하는 척 할 것이 아니라, 본인이 직접 국민들 앞에 나와서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는 것이 마땅한 도리"라고 요구했다.
"기자회견, 기록상 사과했다 남기려고 한 거 아닌가?"
다른 국민의힘 인사들도 이재명 후보와 김혜경씨를 비판하는 데 목소리를 보탰다.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기자회견을 왜 했을까'라는 생각을 했다"라며 "결국 내용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냥 하나마나 한 이야기를 하고 기록상 사과했다 이렇게 남기려고 했던 거 아닌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어 "선거전략상 사과를 했다고 하기 위해서 나온 것 아닌가"라며 "내용이 없는 사과는 사실 그렇게 좋은 사과는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그는 "'감사·조사를 협조하겠다' 이 말은 사실은 시간 끌기 하겠다는 정도밖에는 안 보인다"라며 "그게 지금 선거 전에 나오겠느냐? 그러니까 사실관계를 밝히기 싫은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선거대책본부의 상임고문을 맡고 있는 최재형 전 감사원장 역시 YTN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과잉 의전'이라는 표현자체가 잘못되었다. '불법 의전'이라고 본다"라며 "시장이나 도지사 부인이 공식적 의전 대상 자체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김혜경씨 사과는 구체적으로 뭘 잘못하셨다는 건지 알 수 없는 내용이어서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았다"라며 "많은 국민들께서는 남편이 시장, 지사였을 때 저 정도면 그 남편이 대통령이 되면 얼마나 더 할지 걱정하고 계신데 적당히 뭉개면서 시간 끄는 것은 걱정하시는 국민들에 대한 도리가 아니라고 보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국민들께서도 흡족하게 받아들이시지는 않지 않을까"라는 지적이었다.
이어 "일단 공무원이 법인 카드를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당연히 업무상 횡령에 해당한다"라며 "김혜경씨가 그 내용을 알았다면 공무원 범죄에 대한 공범으로도 책임을 져야 된다"라며 본인의 법적인 견해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