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두려워하지 마라! 너희 모두는 별이고, 반짝일 권리가 있다." (박세희 선생님)
전북 순창군 순창제일고등학교(교장 이내환) 본관 외벽에 졸업을 축하하는 대형 현수막이 걸렸다. 현수막에는 지난 9일 졸업한 90명 학생 전원과 3학년 각 반 담임교사들의 격려 말이 함께 담겼다.
지금껏 학교 현수막 중에서 학생 이름과 진학 대학명을 크게 써 놓은 것을 본 적은 있지만, 졸업생 전원 사진을 이렇게 내건 대형 현수막은 처음 보는 광경이있다.
순창제일고 교무실에서 만난 한 교사는 "언제부터 모든 졸업생 사진을 현수막에 담아서 걸기 시작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졸업식 때 학생들 얼굴이 들어간 대형 현수막을 붙이는 건 우리 학교만의 오래된 전통"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 확산, 외부인 출입 금지 졸업식
지난 9일 순창제일고가 76회 졸업식을 치렀고, 지난 11일에는 옥천초등학교(71회), 순창여자중학교(67회), 순창고등학교(53회) 등 순창군내 각급 학교에서 졸업식을 진행했다.
전국적으로 코로나 감염이 확산되는 가운데 각 학교에서는 외부인 출입을 금하며 조촐하게 졸업식을 진행했다.
옥천초등학교(교장 남상길)의 한 교사는 "13명 아이들이 교실에서 조촐하지만 뜻 깊은 졸업식 가졌다"고 말했다.
지난해 "한국은 5면이 바다이죠, 동해, 서해, 남해, 선배님들 사랑해! 그리고 졸업을 축하해!"라는 현수막 내용이 <오마이뉴스>를 통해 보도(
관련 기사)되면서 전국적인 화제를 모았던 순창여자중학교(교장 최순삼) 학생회는 올해도 "세상에서 제일 비싼 '금'이 뭔지 아세요? 선배님들 졸업하는 바로 '지금'☆"이라는 현수막을 걸며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순창여중 박은혜 학생은 슬픈(?) 졸업 소감을 전했다.
"졸업하니까 생각보다 너무 슬퍼요.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많은 추억을 보냈던 장소랑 헤어져야 하는 거니까요. 제일 슬픈 게 다시 그 교실에서 친구들과 같이 수업을 못 듣는 거랑 저희 집 쪽에서는 다시 여중을 지나갈 일도 없다는 거. '수업이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여중이 너무 멀어서 '이 길은 언제쯤 안 갈까'라고 생각한 적이 많은데 막상 진짜 그렇게 되니까 생각보다 많이 슬픈 것 같아요."
순창고등학교(교장 양봉철)의 한 교사는 "예년의 졸업식이었다면 강당에서 모든 졸업생들과 학부모 및 친인척, 가족, 친구들이 모여 함께 축하의 자리를 나누었을 것"이라며 "벌써 3년째 학급에서 담임선생님과 석별의 정을 나누고 있는데 하루라도 빨리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증이 종식되어 다함께 모여 서로의 노고를 치하하고 축하하는 기쁨의 장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학생들 개성이 드러나는 게 요즘 졸업사진의 특징
순창제일고 박민서 학생은 "고등학교 3년 동안 너무나 잘 지도해 주신 선생님들과 멋진 친구들에게 진심으로 고맙다는 인사를 드린다"면서 "대학을 교대로 진학하는데 열심히 공부해서 저도 학생들한테 꿈과 희망을 주는 좋은 선생님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박민서 학생은 '학교에 건 학생들 졸업사진이 무척 다채롭다'는 물음에 "현수막 속 사진은 졸업앨범 제작을 위해 한 명 한 명 찍은 사진"이라며 "제 동생 졸업앨범과 다른 학교 졸업앨범을 봤는데, 학생들 개성이 드러나는 게 요즘 졸업사진의 특징인 것 같다"고 웃었다.
실제 순창제일고가 내건 현수막에는 선글라스를 쓴 학생도 있었고, 꽃을 입에 물거나 손 하트를 날리는 학생, 점프 하며 웃는 학생 등 대부분 학생의 개성이 강하게 표현된 사진이 실렸다.
순창제일고 학생회장을 맡았던 성필영 학생은 "코로나로 인해 학생들도 힘들었지만 방역 상황에 맞춰 방역수칙 지키시랴 수업 하시랴 선생님들께서 정말 고생이 많으셨다"면서 "코로나 때문에 수학여행이나 추억을 남길 수 있는 활동을 많이 할 수 없어서 아쉽기는 하지만, 선생님들의 헌신적인 도움 속에 친구들 모두가 무사하게 졸업할 수 있어서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순창제일고 3학년 각 반 담임교사는 현수막에 이런 격려 문구를 남겼다.
"행복했던 10대를 마무리하고 더 행복할 20대를 맞이하자." (김현진 선생님)
"내 삶의 주인공으로 당당하게 꿈을 향해 나아가길 바란다." (강수진 선생님)
"과녁을 보고 활을 쏘지 말고 달을 보고 활을 쏴라." (김홍택 선생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