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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준 더불어민주당 중앙선대위 문화강국위원회 부위원장이 제20대 대통령선거와 관련해 '이재명의 길, 민주당의 과제'라는 주제로 오마이뉴스에 기고를 보내왔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이에 대한 반론이나, 다른 정당 후보 측의 기고도 환영합니다.[편집자말]
나 같은 50대는 대한민국이 후진국일 때 태어난 사람들이다. 그런데 청년이 되니 개발도상국이 됐고, 노년기에 접어들기도 전인데 선진국에 살고 있다. 지난해 유엔무역개발협의회(UNCTAD)는 우리나라를 선진국으로 공식 인정했다. 경제규모로는 명실상부 G10이 됐고 구매력 기준 1인당 GDP에서 일본을 추월했다. 이제 눈앞에 이탈리아와 스페인이 가시권이다. 꿈같은 일 아닌가?

어릴 적 소니는 '기술 일본'의 상징이었고 영원할 것만 같았다. 그러나 지금 세계 최고는 삼성과 엘지다. 과거 일본 대중문화의 최절정은 엑스재팬이었지만 서양에서는 누군지도 몰랐다. 지금 한국의 대중문화는 전세계를 지배한다. 기적이 현실이 됐다.

그러나 이러한 눈부신 성장의 이면엔 아픔과 상처가 한가득이다. 서민들의 고달픔은 변함이 없고, 너무나 많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이 절망하고 있다. 지금의 청년세대는 역사상 최초로 부모세대보다 못사는 세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 국가의 존재의 이유를 아프게 고민해야 하는 순간에 우리는 서 있다.

이렇듯 중차대한 시기에 치르게 된 이번 대선은 그러나 안타깝게도 유래 없는 '비호감 대선'이 됐다. 양강 후보 모두 비호감 측면에서 서로에게 한 치의 뒤짐을 용납하지 않는다. 이재명과 윤석열 모두 부정·비리의 소지가 있다 하고, 교양의 저급함은 용호상박이며, 배우자 문제도 피차일반이다.

대한민국이 과연 글로벌 선도국가로 치고 나갈 수 있을지를 판가름할 '별의 시간,' 즉 운명을 가르는 결단의 순간을 앞에 두고 치르는 이번 대선에서 우리는 누구를 선택할 것인가. 일단 이재명이 불리해 보인다. 그를 둘러싼 비호감은 다차원적이기 때문이다.

'이재명 비호감'의 기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공식선거운동 첫 날인 15일 오전 부산 부산진구 부전역 앞에서 유세를 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공식선거운동 첫 날인 15일 오전 부산 부산진구 부전역 앞에서 유세를 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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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재명은 매력적인 자질을 갖춘 인물이다. 그의 입지전적 성공신화와 선명한 발언 그리고 발군의 추진력은 일찌감치 그를 대중적 정치인으로 부각시켰다. 특히 그는 안철수, 박원순처럼 비여의도 출신에 노무현, 문재인처럼 지역에서 인권변호사로 오래 봉사하기도 했다. 시장, 도지사 경력을 거치며 행정력, 추진력, 협상력을 모두 증명했다. 공약 이행률 96%로 전국 1등이고 3년 연속 최고등급을 받았다.

그러나 스스로 표현했듯 그의 '참혹한 삶'은 정치역정에 어두운 그림자를 던져 놓았고 대선 시작 이전부터 그의 발목을 붙잡고 있다. 이미 많은 이들이 염려했던 바다. 그렇지만 '형수욕설'이 아무리 치명적이라 하더라도 이미 수백 번 사과한 이 문제 하나로 그에 대한 비호감을, 그리고 지금의 열세 국면을 모두 설명할 수는 없을 것이다.

결국 비주류의 설움이다. 그는 한국사회 보수의 진앙지인 경북 안동에서 태어나 산업화 시기 빈민들의 집결지였던 성남에서 성장했다. 중학교, 고등학교는 다니지 못했고 변호사가 된 이후엔 성남에서 시민사회 활동을 하다가 시장이 됐다. 고향도 아니고, 동창도 없는 곳에서 지자체장이 된다는 것은 한편 대단한 것이지만 다른 한편 고난의 연속이다. 그래서 얼마 전 성남시장에서 했던 눈물의 연설에서 그가 토로하지 않았나.

"시장이 됐는데, 저를 미워하는 사람이 왜 이리 많습니까? 저를 가만 놔두질 않더군요."

성남에서 시민사회 활동을 하며 그가 선택한 정당은 민주당이었다. 그러나 그는 민주당의 핵이라 할 호남과 아무 인연이 없었다. 또 중·고교 동창도 없었지만 대학 운동권 출신도 아니었다. 근거지도 한국정치의 변두리나 다름없던 성남이었다. 이쯤 되면 민주당에서는 비주류 정도가 아니라 아예 비빌 곳이 없는 셈이다.

과거 노무현도 민주당에서 아웃사이더였고 문재인도 비주류였다. 그래도 그들은 여의도정치와 청와대 경력이 있었고 지역적으로는 PK라는 기반이 있었다. 그런데 이재명은 지연, 학연도 없이, 기초자치단체에서 시작해 지금에 이르렀다. 그는 어려서부터 단기필마였다. 그의 추진력은 사실은 돌파력이었다.

흔히 '후보가 안 좋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동의하기 어렵다. 당이 더 안 좋다. 단적으로 당 지지도가 후보 지지도보다 현저하고도 일관되게 낮다. 이런 상황에서 선거운동을 해야 하는 후보의 심정을 어떨까? 명색이 대선후보임에도 그는 "내가 잘못했다"며 두 번이나 무릎 꿇고 절까지 해야 했다. 사과하며 절하는 것, 원래 저쪽 당 전매특허 아니었나?

민주당의 업보를 떠안고 나선 이재명
 

보통 대통령선거는 '회고투표'라기보다는 미래를 바라보고 하는 '전망투표'라고 하던데 이번 대선은 완전히 다른 양상이다. 민주당에 대한 '심판투표'다. 그렇기 때문에 민주당이 윤석열 후보 본인의 '쩍벌'과 왕(王)자와 구둣발, 아내의 녹취록과 주가조작 의혹, 장모가 연루된 사기와 횡령 사건 등 온갖 가족 비리를 들춰 공격을 날려도 윤석열의 지지율은 꿈쩍을 않는 것이다.

일찍이 조짐이 안 좋았다. 지난해 국민의힘 경선 때 주변에선 '누가 되더라도 국민의힘 후보 찍겠다'는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여기에서 '누가'는 바로 윤석열 아니겠나. 이를 역으로 이야기 하면 "민주당 후보로 누가 나오더라도 민주당은 안 찍겠다"가 된다.

청년문제가 심각하다면서 아직도 검찰개혁, 적폐청산, 친일잔재청산을 외치는 민주당 정치인들을 보며 청년들은 절망했다. 국민들이 그렇게 몇 번씩이나 기회를 줬는데도 결국 아무것도 해내지 못하는 여당을 보며 국민들은 혀를 찼다.

지금 민주당과 그 지지자들이 윤석열 후보의 무자격성을 주장하면서 언론이 이를 제대로 보도하지 않는다고 탓하는데 이는 번지수를 잘못 짚은 것이다. 사람들은 윤석열의 참모습을 몰라서 그를 찍겠다는 게 아니라 그냥 민주당 싫어서 윤석열 찍겠다는 거다. 지금 윤석열 후보 지지율의 본질은 '윤석열 몰라서'가 아니고 '민주당 싫어서'란 이야기다.

따라서 민주당은 윤석열을 이야기하기보다는 민주당 자신과 이재명을 이야기해야 한다. 이미 등 돌린 사람들을 돌아서게 하기 위해서는 이들에게 돌아설 명분을 제공해야 한다. 결국 지난 잘못들을 반성하고 미래를 약속해야 한다.

이재명, 극복할 수 있을 것인가
 
사진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021년 11월 24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 회의실에서 열린 민생·개혁 입법 추진 간담회에서 '새로운 민주당으로 거듭나겠다'며 사죄의 절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021년 11월 24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 회의실에서 열린 민생·개혁 입법 추진 간담회에서 "새로운 민주당으로 거듭나겠다"며 사죄의 절을 하고 있는 모습.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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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돈 교수의 지적대로 이재명은 문재인 정부의 부담을 떠안고 대선에 나섰다. '586용퇴론'의 깃발이 올랐지만 모두 못 본 척 외면하니 지금은 온데간데없다. 정권교체론은 여전히 굳건하다. 민주당은 반성을, 이재명은 민주당의 변화를 약속해야 한다. 이재명이 대통령이 되면 그 자체가 바로 정치교체, 세대교체, 결국 정권교체임을 다짐해야 한다.

이미 한쪽으로 기운 채 시작된 이번 대선의 핵심은 윤석열에 있지 않고 민주당과 이재명에게 있다. 민주당이 반성과 변화를 약속해야 미래를 향한 이재명의 약속이 국민의 신뢰를 얻기 시작할 것이다. 많은 국민들도 분풀이식 정권교체가 우리의 미래를 맞바꿔서라도 쟁취해야 할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을 것이다.

이재명은 대통령의 기회를 수여받을 자격이 있는 인물이다. 그러나 본인의 과거, 정권교체 여론, 민주당 심판론에 둘러싸인 그는 간발의 차이로 기회를 얻지 못할 가능성도 상당하다. 물론 이는 온전히 그의 몫이다. 그는 과연 극복할 수 있을 것인가.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더불어민주당 중앙선대위 문화강국위원회 부위원장입니다.


태그:#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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