챔스(The Champs)가 1958에 발표하여 당시 팝차트 1위에 오른 테킬라(Tequila)는, 테너 색소폰의 음색이 매력적이어서 이후 여러 연주자들의 단골 리메이크 곡이 되었다. 오리지널과 더불어 1960년대를 풍미한 록 밴드 벤쳐스(The Ventures)의 연주가 가장 널리 알려져 있다. 흥겨운 전자 기타의 리듬이 일품이며 듣는 이로 하여금 통기타 연주를 듣는 것과 같은 느낌을 준다.
벤쳐스는 앨범 <Walk, Don't Run>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지금의 젊은 세대라 할지라도 pipeline이나 wipe out 같은 곡을 접하면 라디오에서 듣던 익숙한 음악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38장의 앨범을 발표하고 지금도 활동을 하고 있는 벤쳐스의 음반은 1억장 넘는 판매고를 올렸으며 그래미와 로큰롤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렸다.
대한민국에서는 TV 드라마 <수사반장>의 테마곡에서 멋진 봉고 연주를 들려주었던 류복성의 테킬라 라이브 앨범이 2007년에 나왔다. 류복성은 우리나라 재즈 뮤지션 1세대로서 지금까지도 열정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작곡가 겸 드러머다. 이 주제곡은 영화 <살인의 추억>에도 삽입되었을 정도로 우리에게 익숙하다.
대한민국 서민들이 즐기는 술이 소주라면 멕시코에는 테킬라가 있다. 선인장의 일종인 용설란(agave)으로 만드는 술인데 알콜 농도가 50퍼센트에 이르는 독한 술이다. 용설란으로 만든 증류주를 총칭하여 메즈칼(Mezcal)이라고 하며 더 좁은 의미의 메즈칼이 테킬라다.
정확히 말하자면 중부 멕시코의 테킬라 지역에서 만들어진 술을 뜻하며, 가리발디 관장의 한 켠에 메즈칼 박물관이 있을 정도로 멕시코인들의 국민술이라고 할 수 있다. 메즈칼에는 30mm 정도의 애벌레가 들어있어야 진품으로 여긴다.
레이블에 보면 '콘 구사노(Con Gusano)'라고 표기가 되어 있으며 스페인어로 '벌레가 들어있다'는 뜻이다. 이 애벌레(tequila giant skipper)는 용설란에 붙어 사는 팔랑나비 종류의 유충이다. skipper는 '뛰는 듯이 나는 팔랑나비' 혹은 무용수라는 뜻이다.
멕시코인들은 팔랑나비 애벌레가 행운의 상징을 뜻해서 일이 잘 풀리게 해 준다는 속설을 믿는다. 유충을 넣게 된 사연은, 알코올 도수가 충분히 높아야만 애벌레가 썩지 않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라는 설이 있다. 또 다른 유래로는 실수로 들어간 애벌레가 테킬라의 맛을 더욱 좋게 만들어 계속 집어넣는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언뜻보기에 팔랑나비는 나비 같지 않은 나비다. 나방과 비슷하게 생겼으며 나는 모습이 상당히 경박스럽다. 성충은 왕방울 만한 겹눈을 갖고 있으며 날개를 펴고 있으면 마치 F15 이글 전투기를 연상케한다. 특이하게도 팔랑나비 애벌레는 식물의 잎사귀로 피난처를 만든다. 먹이식물의 잎을 둥글게 오려내어 이불처럼 덮고 이 속에 숨어서 천적을 피한다.
가령 콩과 식물의 잎을 먹고 사는 왕팔랑나비 애벌레는 칡 잎으로 만든 이부자리를 만들고 살다가, 초가을이면 땅으로 내려와 낙엽을 명주실로 엮어서 겨울을 난다. 비슷한 생활사를 갖고 있는 왕자팔랑나비는 참마 잎 담요 속에 숨어서 자란다. 흔하게 보이는 줄점팔랑나비는 참억새와 갈대, 벼 이불을 덮고 잔다.
대한민국의 노봉방술, 대만에서는 후도풍조
동의보감은 16세기에 선조의 명을 받은 어의 허준이 당시 명나라와 조선의 의학서를 집대성하여 광해군 때 펼쳐냈다. 15년 동안 매달린 집념의 결과로 총 25권이 편찬되었는데 집필 당시 임진왜란을 겪었기에 그 노고가 이루 말할 수 없다.
현재는 국립중앙박물관에 국보로 소장되어 있으며 2009년에는 유네스코 세계기록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조상님의 자랑스러운 유물로서 우리나라에서도 유명하지만 중국에서는 30여 차례에 걸쳐서 출간이 되었을 정도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의학서다.
사본조차도 중국의 박물관에 고이 모셔져 있을 정도로 귀한 대접을 받는다. 동의보감을 다룬 원작 소설은 1990년에 출간 되어 베스트셀러가 되었으며 드라마로도 성공하여 시청율 50퍼센트라는 기록을 달성했다.
동의보감에는 말벌집이 해소와 천식에 효과가 있다고 적고 있다.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시기에 말벌 둥지를 채취하여 증기로 찌거나 햇볕에 말려서 한약재로 이용한다. 장수말벌로 만드는 노봉방주(露蜂房酒)는 아직도 민간요법으로 전승되고 있다.
말벌집만 전문적으로 따서 술을 담그는 사람이 있으니 나름의 수요는 있는 셈이다. 그러나 개인이 주류를 판매하는 것은 금지이므로 주의해야 한다. 노봉방술을 만들때는 말벌과 애벌레도 같이 넣어서 석달에서 1년 가량 숙성시킨다. 현대의학의 관점에서는 효과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사람들의 관습은 의학이나 과학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 꽤 있다.
대만에서도 노봉방주를 팔고 있는데 그 이름은 후도풍조(虎頭蜂酒)라고 한다. 직역하면 '범 대가리 모양의 벌로 만든 술'이다. 민간에서 팔고는 있지만 역시 보통 사람들은 잘 마시지 않는 편으로 보인다. 특히나 벌독에 민감한 사람이 잘 못 마시면 건강에 위협이 될 수 있으므로 유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
덧붙이는 글 | 해당 글은 한국우취연합의 월간 우표에도 같이 등록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