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22일)로 20대 대선이 15일 남았다. 언론에선 주요 정당의 후보에 대한 얘기를 쏟아내지만 20대 대선엔 14명의 후보가 출마했다. 그중 용혜인 의원이 속한 기본소득당의 오준호 후보가 눈에 띈다. 기본소득을 공약으로 내건 오준호 후보는 기본소득에 대한 책을 저술한 작가기도 하다.
공식 선거운동 초반인데 선거운동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지난 17일 오준호 기본소득당 후보와 전화 연결해 기본소득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후보가 꿈꾸는 대한민국에 대해 들어보았다. 다음은 오 후보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했다.
"기본적 생활비를 권리로 보장받는 사회로"
-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됐어요. 선거운동 해보니 어떠세요?
"열심히 준비하다 시작하니, 마치 활시위를 당겼다가 막 놓은 것처럼 신나서 달리고 있고요. 사실 저희가 본선 전에 계속 메시지도 내고 정책도 내고 기자회견도 하고 콘텐츠를 만들었는데 호응이 기대만큼 많지는 않았어요. 본선 땐 유권자들이 관심을 많이 가질 테니 준비하자고 했는데 지금 본선이 되니까 저희가 만든 여러 유튜브나 페이스북이나 콘텐츠에 많은 사람이 시청해 주시고 계십니다."
- 아무래도 요즘에 코로나로 시민들 만나기가 어렵지 않나요?
"양쪽으로 다 어려운 것 같습니다. 저도 마스크를 쓰고 있잖아요. 그러니 제 얼굴을 알리기 힘들죠. 또 시민들도 가까이 또 오시기 힘드시죠. 하지만 우리가 코로나 시작되고 나서도 몇 차례의 선거를 국민들이 경험을 하셨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어려움이 선거 운동할 때 결정적으로 큰 어려움은 아닌 것 같습니다."
- 후보님 만나면 시민들이 뭐라고 하나요?
"잘생긴 후보라고 많이 얘기합니다(웃음). 그리고 젊다거나 신선한 후보란 반응을 하십니다. 제가 최근에 후보로 출마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저를 잘 모르시는 것은 사실이죠. 그래서 제가 젊고 신선한 후보라고 생각하시고 저를 직접 보시고 환히 웃거나 놀라시는 시민들이 많이 계시더라고요."
- 후보님이 생각하는 대한민국의 비전은 뭔가요?
"저의 비전은 성장에 의지해서 파이를 크게 키우면 나중에 그 파이의 조각들이 돌아온다는 식의 낡은 믿음에서 벗어나는 겁니다. 이 나라의 부는 충분히 쌓여 있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노동에 의지해서 내 삶을 보장받는 게 아니라 소득을 기본적인 권리로써 보장받고 그 위에서 보다 많은 내 시간을 되찾고, 우리 공동체 발전을 위해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조건들을 마련해 주어야 합니다. 탄소 배출에 의존해서 기후 위기가 수시로 반복되는 체제를 넘어서서 보다 생태 친화적인 녹색 사회로 가야 합니다. 이게 제가 생각하는 대한민국의 비전이고 이를 위해서 꼭 필요한 것이 기본 소득입니다."
- 왜 기본소득이 꼭 필요할까요?
"코로나 위기에서 봤듯이 더 이상 일자리에 삶의 안정을 도맡겨 놓을 수 있는 시대가 지났습니다. 사실 그 이전부터 인공지능과 자동화 기술 혁신 통해서 일자리의 불안정이 커져 왔습니다. 기술이 발전하면 발전할수록 필요한 노동의 총량은 줄어들고 있어요. 그렇다면 이제는 일자리가 아니라 권리로서 소득을 보장해야 합니다. 이것은 힘든 사람에게 나눠주자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기본적인 생활비를 권리로써 보장받는 사회로의 이동입니다. 그런 사회가 바로 기본소득 복지 국가입니다.
두 번째는 지금의 복지 제도에는 사각지대와 틈이 너무나 많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살면서 처하는 위험에 대처해 줄 수 있는 데 너무 큰 한계가 있습니다. 또 이런 복지 지원을 받으려면 자신의 빈곤이라든가 자신의 무능력한 상태 등을 끊임없이 증명해야만 합니다. 이것은 시민들의 자긍심에 상처를 주죠. 그래서 저는 선별 심사 없이 기본소득으로 우리 복지 제도를 대개혁해야 되고 그것이 새로운 복지 제도에 나아갈 바라고 생각합니다."
- 문제는 재원인데, 어떻게 마련할 계획인가요?
"기본소득을 한 달에 1만 원 준다면 재원이 적게 들겠죠. 근데 저희는 충분한 기본소득을 주자고 하는 거예요. 월 65만 원씩 주려고 하면 1년에 대략 380조 정도 돈이 들어갑니다. 저는 이미 그 재원을 다 마련하기 위한 재원 계획을 제출했습니다. 재원 계획의 핵심은 모든 국민이 기본소득 받고 이 제도를 유지하기 위해서 세금을 더 내자는 거예요. 그런데 세금을 더 내더라도 받는 기본 소득과 합쳐서 계산해 보면 이익되는 국민들이 90% 이상 되도록 만들면 됩니다.
그러한 제도를 설계하기 위해서 기본소득 목적세를 신설합니다. 기본소득 목적세는 탄소 배출에 부과하는 탄소세나 토지 보유에 부과하는 토지세, 그리고 시민들에게 보편적으로 과세하는 시민세 같은 것이 있고요. 기존에 매우 불공정한 소득 세제 같은 것을 재편해서 재원을 마련하고, 기존의 현금 복지를 기본소득으로 통합하면서 그 재원도 기본소득에 활용할 수 있어요. 다만 이때 중요한 것은 기존 복지 지원을 받는 분들이 기본소득을 합쳐서 받으면서 지금보다 혜택이 더 커지도록 만들고, 그러면서 중복 재정 예산을 조금씩 기본소득에 통합한다는 방식으로 재원 마련할 계획입니다."
- 이번 선거에서 화두 중 하나는 부동산 문제인데 공약으로 4호인 '토지이익 다 함께'가 있네요. 어떤 건가요?
"지금의 부동산 문제의 핵심은 우리 모두의 재산일 수 있는 토지에서 나오는 이득을 소수가 차지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토지에서 나오는 이익을 공동체 구성원 모두가 공평하게 나눠 가지자는 거고요. 현재의 부동산 문제라고 하면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집값이 너무 올라서 문제고, 또 다른 건 어떤 사람은 집 한 채도 없거나 한 채 있는데 어떤 사람은 수십 채가 있잖아요. 불평등의 문제죠. 이 모든 게 결국 불로소득에서 발생합니다.
불로소득이라는 게 단지 일 안 해도 버는 그런 개념이 아니고요, 여기서 불로소득의 문제점은 나는 일을 안 하면서 다른 사람이 나를 위해 일해서 나에게 소득을 발생시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임대료 같은 거죠. 불로소득이 너무 많이 발생하면 성실히 일해서 돈 버는 게 의미가 없게 되죠. 이런 게 부동산 문제를 발생시키는 이유이고요.
'토지이익 다 함께'의 첫 번째 내용은 불로소득을 환수하는 토지 보유세입니다. 지금 우리 부동산 보유세 실효 세율이 GDP 대비 0.2%쯤 되는데 이것을 0.7%정도로 올릴 생각입니다. 모든 땅에 토지 보유세가 부과되면 집값이 내려갑니다. 두 번째는 토지 보유세의 세수를 기본소득으로 분배합니다. 그러면 집이 없는 분은 소득이 향상되죠.
더 중요한 것은 토지 보유세를 기본소득으로 배당을 해야 많은 국민이 토지보유세라는 제도를 계속 지속하고 강화하자고 동의를 할 수 있게 돼서 토지 보유세가 더 인상될 수 있습니다. 세 번째는 그런 식으로 집값을 하향 안정화하게 되면 토지는 국가가 가지고 주택만 지어 분양하는 토지임대부 주택 분양 공급을 늘려서 질 좋고 저렴한 주택을 소유하거나 혹은 임대주택을 구할 수 있는 기회를 늘리려고 합니다."
"이재명, 기본소득 전면에 내세운다면 같이 싸울 의향 있어"
- 정권교체보다 '오준호가 3등 하는 게 정치혁명'이라며 거대양당 밀어내고 3등 기적 이루겠다고 하셨어요. 어떤 의미인가요?
"말 그대로 이번 선거에서 저의 목표가 유의미한 3등이라는 뜻입니다. 현재 이재명, 윤석열 후보 다 부동산 공급한다고 하고, 세금 깎아준다고 하고, 일자리 많이 창출하겠다고 하는 등 공약이 비슷합니다. 즉, 1번 찍으나 2번 찍으나 대한민국이 별로 달라지지 않을 것 같아요. 서로 진영 논리만 강해서 어느 쪽이 되든 상대측에 대한 보복이 우려되는 상황이죠.
그렇다고 그 대안이 안철수 후보나 심상정 후보냐고 한다면 저는 두 후보 모두 기득권화 됐다고 생각합니다. 대담한 개혁 정책에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대안을 가진 저 오준호와 기본소득당이 3등 해야 정치가 바뀔 수 있고 그때 국민들이 기본소득이라는 것이 몽상가들의 주장이 아니라 많은 국민이 정말 희망을 걸고 있는 주장이라는 것을 알게 되실 겁니다. 또 정치권도 그러한 주장을 무시할 수 없게 됩니다. 그렇다면 오준호를 지지하는 표가 대한민국을 복지 국가로 나가게 하는 신의 한 수가 될 수 있을 겁니다."
- 이재명 후보에 대해 "위기에 강한 대통령이라면서, 지지율 위기가 오니 기본소득을 헌신처럼 숨긴다. 위기에 강한 거 맞냐"라고 하셨더라고요. 이재명 후보의 10대 공약엔 기본소득이 들어가 있는데.
"저는 이재명 후보의 10대 공약은 기본소득을 안 하려고 하는 알리바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이재명 후보가 민주당 후보 되고 지금까지 넉달 지났는데 한 번도 전면으로 전 국민 기본소득이 핵심 공약이라고 말한 적이 없어요. '국민이 싫어하면 안 할 수도 있다'는 취지로 말했어요. 다시 말하면 공약집에는 있지만, 국민들이 원하지 않으면 안 하겠다는 거죠. 저는 이재명 후보가 이번 선거에서 이기려고 한다면 그 공약집에 고이 넣어둔 기본소득을 꺼내서 국민 앞에 제시하고, 이걸로 한번 치열하게 주장하시라고 요청드려요.
안타까운 것은 이재명 후보가 전 국민 기본소득은 말을 하지 않고 범주형 기본소득만 늘어놓으셨어요. 그러면서 기본 소득의 매력에 너무 많이 흠집을 냈습니다. 기본소득은 조건 없이 모두한테 주자라는 건데 예술인 기본소득 같은 것도 이야기하셨어요. 그런데 이것은 누가 예술인인지 선별을 해야 줄 수 있는 거죠. 이런 방식으로 선별적인 복지 제도를 확대해서 범주형 기본소득이라거나 이재명식의 예술인 기본소득이라고 하니까 국민 입장에서 이건 기본소득이 아니라 꼼수 같다고 느끼게 되는 거죠.
이게 결국 돈을 안 쓰려고 하는 거 아니냐는 의심을 받게 되는 거죠. 또 한편으로 기본소득에 반대하는 사람들한테서는 또 돈을 퍼주는 거라고 욕을 먹죠. 이렇게 하지 마시고 전 국민 기본소득을 담대하게 제시하시고 재정 건전성 논리와 싸우시고 오준호와 기본소득으로 제대로 논쟁하시라고 얘기하고 싶어요.
하지만 또 저는 이재명 후보가 전 국민 기본소득을 정말 전면에 공략에 내세우신다고 한다면 이재명 후보와 또 한 편이 돼서 기본소득에 반대하는 분들과 싸울 용의가 있다는 것을 말씀드립니다."
- 윤석열 후보의 이번 선거 슬로건은 "국민이 키운 윤석열, 내일을 바꾸는 대통령"이죠. 이에 대해 후보님은 "윤석열을 키운 것은 국민이 아니라 민주당"이라며 "윤석열의 내일이라는 건 그저 '문재인과 민주당이 없는 세상'을 말하는 것뿐"이라고 강하게 비판하셨어요.
"말 그대로입니다. 윤석열 후보를 키운 건 민주당이었죠. 윤석열 후보는 어떤 비전도 없죠. 정권 교체하겠다거나 문재인 정권 반대한다는 거 외에는 아무런 내용이 없습니다. 저는 민주당이 실정을 하면서 양극화가 커지고 각자도생과 무한경쟁이 더 심해져 국민들이 스트레스와 울분을 가지게 됐다고 봅니다. 윤석열 후보는 그러한 울분을 터뜨릴 통로에 불과했다고 생각합니다."
- 윤석열 후보는 준비가 안 됐고, 모르는 게 많다는 평가가 나와요.
"저는 그동안 윤석열 후보가 RE100 같은 전문 개념만 모르는 줄 알았는데 공중도덕도 모르더라고요. 사람들이 많이 보는 곳에서도 공중도덕을 안 지키는데 사람들이 안 보는 청와대로 만약 들어가게 되면 도대체 문제가 발생할지 참 걱정입니다."
- 선거일까지 20일이 남았잖아요. 어떻게 선거운동 하실 계획인가요?
"일단 안전하게 해야 되겠다고 생각합니다. 엊그제 안철수 후보 선거운동원 한 분이 불의의 사고로 돌아가신 것을 보고 선거 운동도 중요하지만 선본원들과 우리를 도와주시는 분들의 안전이 가장 최우선이라고 당부를 드리고 있습니다. 안전하게 선거 운동하고 국민들께는 젊고 대안이 있는 야당 기본소득당이 있다는 사실을 알리겠습니다. 그를 통해 이번 대선에서 꼭 3등 해서 대한민국 대전환을 시작하도록 하고요. 기본소득당은 또 이번 선거 끝나면 지방선거까지 이어가서 기본소득을 지방 차원에서도 더 널리 알리도록 하겠습니다."
- 오준호가 꿈꾸는 대한민국은 어떤 나라인가요?
"비유적으로 말씀드리면 '꽃을 꺾을 자유가 아니라 꽃을 심을 자유가 있는 나라'입니다 이건 사실 제가 한 말은 아니고, 백범 김구 선생이 <내가 원하는 우리나라>라는 글에서 쓰신 말인데요. 지금 우리 사회의 압축적인 성장 과정에서 더 많이 소유하고 더 많이 소비하고 더 많이 몸집을 키우는 것만이 어떤 신앙처럼 되었습니다. 그래서 내가 많이 소유하면 남의 것이 줄어듦에도 불구하고 '파이가 무한대로 커질 거다'라는 근거 없는 믿음 속에서 그 길을 걸어왔죠.
그런데 어떻게 됐습니까. 이제 환경파괴, 기후 위기 같은 생태계의 복수가 시작되지 않았습니까. 이제는 우리가 지금 가지고 있는 것을 나누고, 성장보다는 성숙에 초점을 두고, 소유하는 것보다는 더 많은 시간을 타인과 공동체 위해서 기여하면서도 동시에 즐거울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봅니다."
덧붙이는 글 | WBC 복지TV 전북방송에도 중복게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