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안방인 경기 수원에서 '집중 유세' 화력전을 펼쳤다. 전날부터 시작된 2차 소상공인 방역지원금 지급을 "정부의 매표행위"라고 비판한 윤 후보는 여권을 '김정은 비위 맞추는 사람'이라며 색깔론을 꺼내 들었다. 하지만 이준석 대표가 돌연 유세 참석을 취소하면서, 윤 후보와 관계가 나빠진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경기도청이 위치한 수원의 팔달문 앞,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의 집중 유세가 시작된 건 24일 오후 1시 30분쯤부터였다. 1500여 명의 지지자들인 운집한 가운데, 윤 후보가 도착하기 전 국민의힘의 나경원 전 의원, 정미경 전 의원, 원희룡 선대본 정책본부장 등이 무대에서 열기를 더했다.
나 전 의원은 "윤석열 후보의 대학 3년 후배로 고시 공부를 같이 했다. 어떤 사람들이 '왜 고시를 9수까지 했느냐, 머리 나쁘냐'고 하는데, 예전에 질문하면 윤 후보가 대답 못 하는 게 없었다"라며 "좀 늦게 된 이유는 높은 정의감, 의협심, 두루두루 어려운 친구를 챙기고, 국가에 대한 고민을 해서다. 저는 윤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대한민국의 어려운 곳을 챙기고 정의를 높이 세울 거라고 확신한다"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17조 추경 동의해놓고... "새벽에 날치기, 이거 가지고 300만원 나눠준다"
오후 2시까지 오기로 한 윤 후보가 20분 정도 늦게 무대에 올랐지만, 지지자들 사이에서 "윤석열" "대통령" 연호가 터져 나왔다. 연단에 선 윤 후보는 "여당 대통령 후보가 도지사를 하던 곳이라, 수원 시민 여러분은 이재명의 민주당 정권이 어떤 곳인지 제대로 겪어 보셨죠?"라며 "이런 정권이 연장된다는 거 도저히 볼 수 없어서 이 자리에 오신 거 맞나?"라고 물었다.
이어 "이 정부는 얼마 전엔 선거가 코앞이라고 자영업자·소상공인들에게 300만 원씩 나눠준다고 매표행위를 하더라"라며 "저와 국민의힘이 작년부터 손실 보상하랬는데, 전국민지원금이니 딴소리를 하다가 이번에 저희가 50조 원 추경 만들다 보니 14조 원 가지고 새벽에 날치기를 했다. (여당 측은) 이거 가지고 300만 원 나눠 준다는 건데 여러분 이런 거에 안 속죠?"라고 말했다.
또 "보상 사각지대에 놓인 분들 조금 보충해서 17조 원으로 국민의힘이 예산안 동의를 했지만, 저희가 새 정부를 맡게 되면 즉시 50조 원 재원 마련해서 손실 보신 자영업자에게 먼저 두툼하게 보상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윤 후보는 '대장동 게이트'를 언급하며 이 후보를 압박했다. 그는 "김만배 일당의 8500억 원, 몇 사람 호주머니에 들어가고 없어졌겠나, 아니면 많은 사람들이 갈라먹었겠나"라며 "저도 이런 부패사범을 이십 몇 년 다뤄왔지만 이런 건 공범이 많고 갈라먹은 사람들이 많다. 이런 사람이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가 됐다. 이 당이 어떤 당이겠나"라고 지적했다.
또 색깔론... 윤 "김정은 마음에만 잘 들면 된다는 사람들"
색깔론을 들고 나온 윤 후보는 현 정부여당이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심기만을 신경 쓴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현 정부 여당은) 40년, 50년 전 한물 간 좌파 사회 혁명 이론에서 아직도 벗어나지 못하는 운동권 세력"이라며 "이 사람들의 사고방식은 반미, 친중, 친북 이런 데 빠져있다. 외교·안보 정책을 보라. 그저 김정은 비위만 안 거스르고 마음에만 잘 들게 하면 평화가 잘 유지된다는 생각만 갖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수원시민 여러분이 압도적인 지지를 해줘서 정부를 맡게 되면 저희는 전문가의 의견을 존중하고, 국민의 목소리에 늘 귀를 열고, 무엇보다 정직한 대통령, 정직한 정부가 되겠다"라고 강조했다.
20분여의 연설을 끝낸 윤 후보는 지지자들의 손을 잡아주거나 허리를 숙여 인사를 했다. 로고송에 몸을 맡기며 어퍼컷 세러머니도 이어갔다.
유세를 보러온 수원시민 최아무개(45)씨는 "민주당이 정권을 쥐면 사회주의를 멸공하자는 말을 할 수 있는 자유가 없어진다"라며 "윤석열은 누군가를 고소한 적이 없지만, 이재명은 시민을 고소하는 사람이라 좋아할 수가 없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수원시민 이아무개(48)씨는 "아이들에게 대통령을 설명할 때 전과 4범이라고 어떻게 말할 수 있겠나"라며 "경기도민으로서 이재명 덕 본 거 없다. 오히려 지역화폐로 세금 빼돌린 거 없는 지 조사해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당초 오후 2시부터 수원 유세에 참석할 예정이던 이준석 대표는 20분 전 일정을 취소했다. 윤 후보에게 상의 없이 국민의당 측과 만나 합당 및 반대급부를 논의했다는 사실이 전날 알려진 여파로 해석된다. 같은 날 오전, 권영세 선대본부장은 이 대표를 겨냥해 "사감이나 사익은 뒤로 해야"한다고 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