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를 둘러싼 무속 논란은 여전히 존재한다. 국민의힘 대선경선 TV토론 중 윤 후보가 손바닥에 임금 왕(王) 자를 적어 논란이 된 일을 시작으로 천공스승, 건진법사 등의 이름이 언론지면에 등장했다.
그런 와중에 윤 후보 배우자인 김건희씨가 극동방송 이사장인 김장환 목사를 만났다. 만난 사실을 보도한 매체는 여의도순복음교회가 소유한 <국민일보>였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윤 후보 측이 보수 개신교를 이용해 무속 논란 희석시키려는 의도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이런 흐름을 개신교계에선 어떻게 보고 있을까. 2022 기독교대선행동 정책위원장인 박성철 목사를 지난 23일 전화로 연결해봤다. 다음은 박 목사와 나눈 일문일답.
- 이번 대선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관련한 무속 논란이 존재합니다. 어떻게 보나요?
"우선 용어를 정리할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이게 무속 논란으로 알려져 있는데 무속이란 건 한국 사회의 민간 신앙이잖아요. 그런데 현재 나타나는 문제가 무속보다는 '주술' 쪽 의미가 강한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인간의 길흉화복이라고 하죠. 초자연적인 존재나 신비적인 힘 빌려 해결하려고 하는 것을 주술이라고 하는데 지금 윤석열 후보 선거 캠프에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은 주술 쪽에 더 가까운 것 같아요.
아무래도 주술 논란은 심각하죠. 왜냐하면, 정치 영역이잖아요. 주술이 심각한 문제를 발생시키는 건 주술 사용하는 사람들이 주술을 다른 사람들이나 아니면 공공의 이익 위해서 사용하지 않고 개인의 이기적인 욕망을 실현하는 도구로서 점이나 부적 같은 걸 사용하는 거죠. 그런데 정치적 영역은 어떻게 보면 공공성이나 사회적 이익을 추구하는 영역이잖아요. 주술에 의존한다는 건 정치 자체를 개인의 욕망 채우려고 하는 대상으로 볼 수도 있다는 측면에서 심각한 것 같아요."
- 예전에도 주술 논란이 있었나요?
"이전에도 우리나라에서 주술 논란이 있었죠. 가장 대표적인 건 박근혜 정권 때 나타났던 비선 정치가 주술적인 것과 연결됐던 현상이죠. 그 이전에도 주술 논란은 분명히 있었습니다. 우리나라는 정책 선거라고 하는 게 자리를 잡지 못했기 때문에 정치라고 하는 것은 굉장히 불확실성이 강하지 않습니까. 그러다 보니까 정치인들이 정치 공학에 많이 의존하거나 정치 공학 자체도 신뢰하지 못하는 사람들 같은 경우에는 주술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은 거죠.
물론 이해는 합니다. 왜냐하면 우리나라는 과거 일제 식민지와 군사 독재를 거치면서 정치 이념이라는 게 별로 중요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2022년 제20대 대선을 앞두고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이 정치적 지향이나 대한민국의 미래가 뭐냐 자체보다도 주술의 의존도가 높다는 문제제기가 나오는 건 심각한 거죠. 그러나 2020년 대선 정국에서 이것이 공공연하게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안에 대해서 지지자든 반대자든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는 데, 특히 그리스도인 중에서 윤석열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 중에 보수적인 사람들이 많다는 데 문제가 있죠."
- 왜 기독교가 주술 논란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을까요?
"제 생각에는 이미 2020년에 전광훈 사태를 통해서 한국 개신교 내에 극우적인 개신교 집단이 상당한 세력을 가지고 있다는 게 드러났지 않았습니까? 극우 정치 이념에 경도된 개신교인들이 지난 87년 체제 이후 35년 동안 꽤 많이 등장했다는 걸 의미하는 거죠.
저는 이것이 단순히 극우적인 정치 성향을 가진 그리스도인들 혹은 개신교인들이 늘어났다는 문제뿐만 아니라 한국 교회가 신학적 측면에서나 아니면 신앙적 측면에서나 상당한 왜곡을 겪었다고 봅니다.
조금 더 비판적으로 보면 개신교의 신앙적 변질과 연결된 것 같아요. 그러지 않고서는 어떻게 이전에는 강력하게 비판하던 주술에 대해서 단순히 자신이 지지하는 대선 후보가 주술을 사용하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안 된다고 생각한다는 것 자체가 저는 아주 심각한 문제고 한국 교회의 큰 위기라고 봅니다."
- 윤 후보 손바닥 왕(王)자 ▲천공스승 ▲건진법사 ▲김건희 관여 무속인 '비선 캠프' 존재 의혹 등이 윤석열 후보 주술 관련한 의혹인 것 같아요. 그러나 국민의힘에선 부인하며 네거티브라고 반발합니다. 이게 주술과 연결될까요?
"이건 정말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짓이죠. 언론 통해서 나타난 건 한두 개가 아니고 국민의힘에 긍정적인 언론이든 부정적인 언론이든 여러 번 문제 제기된 기사가 나왔습니다. 지적하는 것 자체를 네거티브라면 현실에 나타나고 있는 모든 공적인 이야기들은 다 거짓말인 거죠.
저는 네거티브라고 말을 하지 말고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면 좋겠어요. 왜냐하면, 이게 이미 드러난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선거 전략적 차원에서 네거티브라고 이야기 하는데 이건 정치적 거짓말인 것 같아요. 저는 이런 식의 정치적 거짓말보다는 차라리 공식적으로 사과를 하고 앞으로는 주술에 기반한 비선의 개입이나 아니면 공적 영역에서의 주술에 대한 의존도를 구조적으로 어떻게 막아낼 것인가에 대해 공약으로 제시를 하거나, 아니면 대중들에게, 유권자들에게 공식적으로 약속을 하는 게 옳다고 봅니다. 사실 현재 국민의힘이 모든 주술 정치 논란을 네거티브라고 말하는 식의 대응은 강한 정권교체 여론에 의존해서 대선 정국을 돌파하려고 하는 전형적인 정치공학적 현상이거든요.
그런데 이건 유권자들을 무시하는 행동이라고 생각합니다. 국민의힘이 공당이라면 공당으로서 지켜야 할 유권자들에 대한 존중이 있거든요. 아무리 불리한 문제라 할지라도 있는 문제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거나 그 문제에 대해서 비판하는 모든 것을 네거티브라고 이야기하는 건 저는 기본적으로 유권자들에 대한 존중이 전혀 없는 것이라 생각을 합니다."
- 드러난 거 중 가장 문제는 뭐라고 보세요?
"저 개인적으로는 지금 나갔다고 하지만, 캠프 핵심 관계자로서 건진법사 문제가 제일 컸던 것 같아요. 왜냐하면 개인적인 영역 속에서 주술적인 의미로 왕 자를 새기거나 아니면 천공스승과 같은 사람을 찾아가서 주술적인 혹은 신비적인 방식으로 조언을 얻었다면 개인의 윤리적인 차원에서 문제가 될 수는 있어도 상대적으로 문제가 덜하다고 봅니다.
하지만 대선 캠프 내에 이런 사이비 무속인 혹은 이런 주술에 의존하는 사람을 캠프 핵심 인사로 기용했거나 아니면 김건희씨가 관여하던 캠프 내에 이런 사람들을 고용해서 공적인 일을 맡겼다면 정말 심각한 문제인 것 같아요."
- 국민의힘에선 건진법사가 나갔다고 하는데 그래도 문제인가요?
"어떤 캠페인을 하거나 아니면 어떤 전략을 펼칠 때 문제가 발생해서 그 사람이 나간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됐다고 볼 수 있느냐는 거죠.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으로 그 사람 내보내는 것은 잘한 것이고 당연히 그렇게 해야 되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사람이 나갔으니까 주술 문제가 없을까요? 이 문제를 없게 하려면 전략적 차원에서의 대응 방식이 아니고 사과를 했었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리고 그 문제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대안을 제시했어야죠. 하지만 없잖아요. 이런 상태에서 한 명이 나갔다는 것만으로 문제가 해결된다고 보지 않습니다."
- 지난 14일 윤석열 후보 배우자인 김건희 씨가 극동방송 이사장인 김장환 목사를 만난 거로 알려져요, 이걸 보도한 데가 <국민일보>잖아요. 국민일보는 여의도순복음교회가 관련 있죠. 이게 주술 논란을 의식한 거 같은데.
"제가 볼 때 당연한 것 같아요. 지금 주술 정치 논란이 생기고 일부 대형교회 목사들이나 아니면 극우 이데올로기에 경도돼 있는 근본주의 목사들 같은 경우에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보수적인 교인들 같은 경우에도 여기에 대한 반발이 굉장히 심하거든요. 아마 그 정도는 윤석열 대선 캠프 내에서도 인지하고 있을 거예요. 그러니 교계 내에서 영향력이 있는 대형교회 목사들과 친분을 쌓으려 하는 거죠.
한국 교회는 안타깝지만, 보수 교회 혹은 근본주의적 흐름이 주류적인 흐름이거든요. 그러니 이런 근본주의적 성향을 가지고 교계 안에서 영향력을 가진 목사들과 친밀감을 형성하려고 하는 거죠. 그렇게 친분을 쌓음으로써 친기독교적인 이미지를 형성하려고 하는 일종의 대선 전략의 일환인 것 같아요.
제가 안타까운 건 뭐냐면, 대선 정국에서 대선후보나 그 관계자들이 교회를 방문해서 예배를 드리는 척 하거나 교회에 영향력이 있는 그리스도인 지도자와 사진을 찍는 행동입니다. 저는 이건 정말 기독교 혹은 개신교를 그만큼 무시하는 행위라고 생각하거든요."
- 왜요?
"종교적 신앙 체계가 예배 한 번 드리고 교회 지도자들하고 사진 한 번 찍는다고 형성되는 건 아니잖아요. 그러면 개신교에서 그렇게 강조하는 전도나 선교가 무슨 필요가 있겠어요? 그만큼 신앙을 가진다고 하는 것은 어려운 문제고 단순한 문제가 아니란 말이죠.
그런데 이렇게 복잡한 신앙의 문제를 대선 전략 차원에서 접근을 해가지고 영향력 있는 목사하고 사진 찍고 '예배 드리면 저 사람들이 나를 친 기독교적인 사람으로 인식해 주겠지' 혹은 '내가 신앙이 있는 사람으로 받아들여 줄 거야'라고 접근한다는 것 자체가 그만큼 기독교 신앙을 무시하지 않고서는 가능하지 않다고 봅니다.
그래서 저는 평소에 교회도 다니지 않던 사람들이 대선 때나 총선 때만 되면 교회 와서 예배를 드리는 것이 오히려 기독교 신앙을 무시하는 거라고 봐야 한다고 생각을 해요. 문제는 그러한 인식이 없다는 게 한국교회 정말 큰 문제죠."
- 한국교회는 왜 그런 인식이 없을까요?
"한국교회의 문제에 대해서는 다양한 신학적인 혹은 종교 사회학적인 분석이 필요할 겁니다. 우선 한국 교회의 신앙적 변질이라고 하는 측면에서 보면, 우익 정치인이나 특정한 대선 후보가 대선 전략적 차원에서 이런 정치적인 쇼를 교회에서 하는 이유는 정치적인 선택 앞에서 많은 그리스도인이 혹은 많은 교인이 스스로 결정을 내리기보다 종교적 권위를 가진 이의 의견에 따라서 부화뇌동한다고 봅니다. 종교적 권위에 따라 이리저리 움직이는, 이리저리 끌리는 교인들이 존재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한국교회는 일제 침략기와 군사독재 시절 거치면서 정교분리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였고, 그래서 종교적 영역 내에 종교성이 강한 사람일수록 정치의식 가지는 것에 대해서 굉장히 부정적인 생각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정교분리를 강하게 이야기했던 보수 기독교나 근본주의 교회들은 일제 침략기에 일제 통치에 대해 긍정적이었고 군사독재 시절에는 군사 독재와 결탁해서 이익을 누렸단 말이에요. 그런 전통이 아직 한국 교회 내에 많이 남아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적어도 개발 독재 시기를 보냈던 그리스도인들 같은 경우에는 자신이 스스로 뭔가 정치적인 문제를 결정하기보다 대형교회 목사들 혹은 교회의 영향력이 있는 지도자들의 이야기에 좌지우지되는 경향이 많단 말이죠. 그러한 교인들이 상당수 있기 때문에 대선 전략적 차원에서 대선 후보들은 대선 정국이 되면 교회를 찾아와서 예배드리고 유명한 목사들하고 사진 찍는 왜곡된 현상이 일어난다고 봅니다. 근데 이건 고대 제정일치 국가에서나 어울릴 법한 모습이지 현대 민주주의 사회에서 성숙한 시민이 가져야 될 자세는 아니거든요.
그러면 왜 보수적인 성향이 강한 교인들일수록 교회 지도자들의 말을, 많이 따르고 맹신하느냐면 기독교 정치 윤리에 대한 논의가 지금까지 없었기 때문이에요. 그리스도인이라면 정치를 어떻게 바라보고 정치 영역의 문제를 파악할 것인가 또는 판단할 것인가에 대해서 교육을 받지 못하니까 지금 이런 왜곡된 대선 전략이 먹히는 거죠. 그런 의미에서 보면 이건 단순히 한 명의 대선 후보의 왜곡된 어떤 정치 행위만이 아니라 한국교회의 왜곡을 잘 보여주는 하나의 현상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 그럼 '주술 논란'에 대해 개신교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요?
"좀 시간이 걸리는 문제지만 일단 가장 근본적으로는 도대체 그리스도인들의 정치적 영역에서 어떻게 참여할 것인지에 대한 기독교 정치 윤리가 정립돼야 되고요. 그것이 제대로 정립이 되지 않으면 왜곡된 형태의 종교와 정치의 결탁 혹은 보수 개신교나 종교 집단과 우익 정치집단의 결탁을 결코 막을 수 없다고 생각을 합니다.
현실적으로는 지금 이런 식의 왜곡된 형태의 극우 기독교 세력이나 아니면 개신교 일부 목사들의 정치 권력과의 결탁 문제에 대해서 의식을 가지고 있는 그리스도인들이 저항의 모습을 보여줘야 된다고 생각해요.
이 두 개는 함께 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또 이와 함께 올바른 그리스도인의 정치적 행위는 무엇인가에 대한 기독교 정치 윤리적 접근 혹은 기독교 사회 윤리적인 접근을 통해서 올바른 형태의 윤리체계가 자리잡아야 된다고 생각해요. 이런 것들이 같이 가야만 앞으로 한국 교회가 정말 미래가 있죠.
2020년에 전광훈 사태를 통해서 한국교회가 지금 시민사회 영역으로부터 얼마나 욕을 먹고 있습니까. 지난 10년 동안 신앙은 가지고 있지만, 교회를 나가지 않는 가난한 성도가 300만 명이 늘었니 400만 명이 늘었니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앞으로 한국 교회가 정말 미래가 없다고 봐요. 지금 우리가 행동하지 않으면 앞으로 10년 후에는 한국교계가 누리고 있는 현재 기득권도 솔직히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덧붙이는 글 | WBC 복지TV 전북방송에도 중복게재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