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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혁당 사건을 조작한 세력은 사건관련자들에게 사형등 중형을 선고한 이후 바로 긴급조치 7호를 발동시킨다.
▲ 인혁당 사건과 긴급조치 7호 발동  인혁당 사건을 조작한 세력은 사건관련자들에게 사형등 중형을 선고한 이후 바로 긴급조치 7호를 발동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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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세웅은 정의구현사제단에 이어 민주회복국민회의 대변인으로 유신정권에 불화살을 날리면서 시쳇말로 권력자에게 찍혔다.

4월 11일 응암동성당에서 여러 명의 수사기관원에 의해 중앙정보부 5국으로 연행되었다. 그동안 몇 차례 중정과 '면접'의 기회가 있었으나 5국으로 끌려간 것은 처음이었다. 뒷날 기자가 "맨 처음 끌려가 조사받을 때 심정은 어땠나요? 무섭지 않았나요?"라고 물었다. 

무서웠죠. 무서운데 저희는 어려서부터 무서울 때 화살기도를 바치라고 배웠거든요. 화살기도가 뭐냐면 "하느님, 도와주십시오"라고 짧고 빠르게(손으로 아래에서 위로 화살표를 그리며) 화살기도를 바치면 '사악'하고 그 기도가 하느님한테 올라간다는 거예요. 옛날엔 화살이 제일 빠른 무기였거든요. 지금은 미사일이 더 빠르겠지만(청중 웃음). 그러니까 정보부 수사를 이길 수 있는 게 화살기도죠. 

그래서 저를 조사하는 중정 요원들을 바라보면서 이렇게 화살기도를 올렸어요.

"하느님, 저 사람들 머리를 좀 나쁘게 해주십시오. 그래서 수사를 좀 마비시켜주십시오."
이렇게 기도를 올리면 수사가 마비돼요(청중 폭소). 주 기자는 이런 기도법을 좀 덜 배우셨어요. (주석 1)

박정희 정권은 유신헌법 국민투표 이후 더욱 포악해졌다.

4월 8일 인혁당 관련자 8명에 대해 대법원의 사형판결 다음날 새벽 전격적으로 사형을 집행하고, 같은 날 긴급조치 7호를 선포, 고려대학 휴교와 함께 교내에 병력을 투입했다. 11일에는 서울대 농대생 김상진 열사가 양심선언 발표 후 할복 자결하고, 30일 법무부가 외국인 시노트 신부를 강제추방했으며, 같은 날 베트남이 패망하고, 5월 13일 긴급조치 9호를 선포하여 유신반대 활동을 일절 금지시켰다. 

베트남 패망은 박정희 정권과 이를 추종하는 한국 보수세력, 족벌신문에 호재가 되었다. 독재정치로 망한 나라인데 비판적인 종교인ㆍ지식인들에 책임을 돌렸다. 여기에 긴급조치 종합세트격인 긴조 9호를 발동하여 학생과 민주인사들이 옴짝달짝하지 못하게 묶었다. 

5월 하순 명동성당의 조성우ㆍ이명준 등 10여 명의 청년들이 천주교정의구현청년전국연합을 준비하던 중 중앙정보부에 체포되고 함세웅은 이기정ㆍ오태순 신부와 함께 배후조종 혐의로 연행되어 중정으로 끌려가 며칠 동안 밤샘 조사를 받고 풀려났다. 

예. 끌려 다니고 고생했었죠. 나는 그 학생들하고 크게 한 일이 없었지만, 학생 대표 이명준이 와서, "천주교 정의구현청년전국연합을 만들고 싶습니다." 그러기에, "아, 좋지!" 그랬어요. 이게 이제 배후 조종이 된 거예요. 그러다가 미국 대통령이 바뀔 때도 되고 그러니까 에드워드 케네디가 되면 좋겠다는 이런 얘기를 학생들하고 했잖아요? 그랬더니 내가 에드워드 케네디하고 뭐 연락을 주고받는 줄 알고, 이걸 막 조사를 하더라고요. 며칠 동안 고생을 했어요. 처음에는 국가보안법으로 몰아가다가 잘 안 되니까 그냥 긴급조치로 그 학생들을 구속하고, 우리 신부들은 다 빼는 거예요. 이기정 신부를 구속시켜야 되는데 부담되니까 교황청 대사관과 외교적으로 얘기해서 로마 유학을 보냈어요. 학생 편에서 보면 이기정 신부가 좀 이해가 되지 않았겠죠. 배신 비슷하게 된 거죠. 그 신부는 로마 유학을 갔지만, 우리는 신부로서 같이 구속되면 참 좋았을 텐데 좀 미안하기도 했어요. 

그 학생들은 재판을 거부하면서 그냥 고문을 무섭게 당했죠. 그때 물고문을 당한 학생을 지금도 만나면 마음이 아픈 게 그 기관지, 호흡기 질환이 남아있어요. 기침하면 막 콜록콜록하면 너무 가슴이 아파요. 그 학생들이 제일 형을 많이 받았어요. 10년 가까이 받고, 물고문 당하고 그랬어요. (주석 2)


주석
1> <악마 기자 정의 사제, 함세웅ㆍ주진우의 속 시원한 현대사>, 3쪽, 시사IN북, 2016 (이후 <악마기자 정의사제> 표기)
2> <신부가 그런 일을 안 하려면 뭐하러 사제가 돼?>, 63쪽. 

 

덧붙이는 글 | [김삼웅의 인물열전 / 정의의 구도자 함세웅 신부 평전]는 매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태그:#함세웅, #함세웅신부, #정의의구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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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독재 정권 시대에 사상계, 씨알의 소리, 민주전선, 평민신문 등에서 반독재 언론투쟁을 해오며 친일문제를 연구하고 대한매일주필로서 언론개혁에 앞장서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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