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 당진공장 직원이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유족들은 팀원 13명 중 9명이 코로나19 확진으로 휴가를 낸 상황에서 혼자 장시간 업무를 떠맡아 오다 과로사했다며 회사에 책임 있는 조치를 요구했다. 반면 회사는 과로로 볼 근거가 없다는 입장이다.
19일 유족에 따르면, 현대제철 당진공장에서 사무직원으로 10년간 근무해온 A(40)씨가 발견된 건 지난 8일 오전 11시께 자택에서다. 그는 전날 오후 5시 무렵 퇴근했지만, 다음 날 회사에 출근하지 않았다. 전화를 해도 A씨가 받지 않자 이를 이상히 여긴 팀원들이 자택을 찾아갔다. A씨는 이미 숨진 상태였다.
유족이 제공한 A씨 팀의 3월 말 근무일지 상 13명 중 7명이 코로나19 확진으로 자가격리됐다. 유족들은 "사망하기 20일 전부터 팀원 중 9명이 확진으로 휴가를 가 업무를 떠맡는 통에 힘들다고 호소했다"고 증언했다. 이어 "팀원의 반 정도가 확진되면 나머지를 격리해야 하는데도 남은 팀원들에게 확진자 업무까지 배당해 과로사한 것으로 보인다"고 호소했다.
숨지기 전인 지난 6일 A씨가 부친에게 전한 카톡 메시지에는 '확진자들 일 대신하느라 너무 힘들어서 하루 휴가 쓰려고 했는데 팀원이 출장 간다고 일 부탁해서 휴가 못 쓰고 출근하려고요' 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그러나 A씨는 다음 날 출근했고 제 시간에 맞춰 퇴근했지만 깨어나지 못했다.
지난 3월 29일에는 '회의 잘 끝냈는데 확진자 대신 제가 준비했다. 토요일 아팠는데 일요일 출근해서 준비했다. 내일 출근 못하고 병원 가서 검사받을 수도 있다... 점심도 아파서 많이 못 먹었다'는 요지의 글을 보냈다. 그때마다 A씨 부친은 '고생이구나', '힘내고 수고하라'는 답변만 반복할 수 밖에 없었다.
평택경찰서로부터 전달받은 A씨 부검결과는 심혈관계 질환인 '뇌출혈'이었다. 유족 측은 "코로나가 걸렸는지 목이 아프다고 했지만 다른 직원들의 일까지 떠맡느라 아들은 검사조차 받지 못했다고 한다"며 "팀원의 절반이 넘게 확진됐으면 나머지 팀원들도 격리할 수 있게 해 쉬게 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어 "아들이 현대제철만을 위해 살았는데도 팀원들만 문상을 왔고 사측은 아들의 죽음에 아무런 관심이 없다"며 "과로사에 대해 회사가 인정하고 책임 있는 조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대제철 당진공장 측 "8시간 근무 야근기록 없어... 과로 근거 없다"
현대제철 당진공장 관계자는 "고인은 통상 8시간을 근무해 야근을 한 기록이 없다"며 "근무시간으로 볼때 과로로 볼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진자의 일을 대신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확진이 돼 자가격리 상태에서도 대부분의 자택근무가 가능하도록 시스템이 돼 있어 다른 사람의 일을 대신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해명했다.
한편 대검찰청 중대재해처벌법 벌칙 해설서에 따르면, 과중한 업무나 급격한 업무 환경 변화로 뇌심혈관계 질환 등이 발생해 사망한 경우 중대재해로 볼 수 있다. A씨의 사망 직전 업무량과 작업환경에 따른 향후 산재 인정 여부 등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