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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생 시절의 함세웅.
 신학생 시절의 함세웅.
ⓒ 함세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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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교구 선배 신부의 부탁으로 함세웅은 8월 27일 수원 조원동성당에서 미사를 봉헌할 때 '강론'을 맡았다. 수원 교구의 주교는 유신을 지지하는 '유신주교'인데, 마침 그가 해외 여행 중이어서 선배 신부가 강론을 부탁한 것이다.

미사를 봉헌할 때 '강론'을 맡았다. 〈진실을 말하는 위대한 혀〉라는 제목의 강론이었다.

조심스럽게 긴급조치에 저촉 안 될 정도로 강론을 했는데, 그게 문제가 됐어요. 그 하나만 문제가 된 게 아니라, 석방되고 나서 한 2~3년 동안 했던 걸 다 모았더라고요. 한꺼번에 묶어서 이제 나를 또 구속한 거예요. 먼저 문정현 신부가 구속됐어요. 문정현 신부도 구속 집행정지 기간이었죠. 문정현 신부가 구속되자마자 내가 보름 뒤에 연거푸 구속된 거지.

오원춘 사건 때문에, 그때 강론한 게 "이 정권 망한다." 이러면서, "2000년 전에 나자렛 예수님, 나자렛 청년, 시골 청년의 십자가의 죽음이 결국 로마제국을 멸망시켰듯이 이 오원춘 시골 청년의 억울한 납치와 희생이 독재정권 박정희를 꼭 망하게 한다." 이런 내용으로 강론을 했는데, 결국 재구속이 됐죠. (주석 4)

그는 강론에서 유신의 종말을 거침없이 토로하였다. '예언'이었다. 다시 구속으로 몰아간 '강론'의 한 부분이다.

우리가 믿고 고백하는 하느님은 이 땅에서 이 시간, 이 시대의 징표로 안동교구를 선택하셨습니다. 아주 작은 교구 가장 가난한 교구 그러나 가장 젊고 성실하고 훌륭한 교구이기에 이 교구의 시련을 통해 전 한국에 엄청난 희망의 역사를 펼치실 것입니다. 바로 안동교구에서도 가장 작은 고을 영양군 청기, 이 산골의 한 농민이 이제 이 독재체제를 무너뜨리는 계기를 줄 것입니다.

때문에 우리는 안동교구가 당하는 박해와 시련 속에서 아픔을 겪지만 오히려 긍지를 느껴야만 합니다. 안동교구는 한국 교회를 잠에서 깨어나게 했습니다. 깊은 잠에 빠진 우리 모두를 깨어나게 했습니다. 전 한국 민족을 각성시켜 온몸으로 독재를 거슬러 불의와 폭력에 항거하게 했습니다. 

오원춘과 정재돈 형제, 그리고 정호경 신부님이 맞고 계신 고통이 인간적으로는 어렵겠지만 그들이 바로 우리 교회를 뒤흔들어 모든 신자와 사제 그리고 주교님들의 마음까지도 움직여 놓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바로 이렇게 짓눌리는 어둠 속에서 그 누군가가 빛을 밝히고 또 희생의 제물이 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우리 농민회 형제들과 사제들이 바로 빛을 밝히기 위해서, 또한 이 땅의 자유를 위해서 희생의 제물이 되신 것입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우리는 이 사건에서 하느님의 깊고 오묘한 섭리를 깨달아야 할 것입니다.

우리가 끔찍하게 생각하고 있는 YH사건도 그렇습니다. 역사를 통해 살펴볼 때 독재정권의 종말은 처절합니다. 독재정권의 말기 증상은 한결같이 비이성적으로 나타납니다. 최근의 사태는 분명 그 말기 증상들입니다. 유신의 종말을 알리는 징후들입니다. (주석 5)


주석
4> <신부가 그런 일 안하려면 뭐하러 사제가 돼?>, 73쪽.
5> <암흑속의 횃불(3)>, 467쪽.

 

덧붙이는 글 | [김삼웅의 인물열전 / 정의의 구도자 함세웅 신부 평전]는 매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태그:#함세웅, #함세웅신부, #정의의구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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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독재 정권 시대에 사상계, 씨알의 소리, 민주전선, 평민신문 등에서 반독재 언론투쟁을 해오며 친일문제를 연구하고 대한매일주필로서 언론개혁에 앞장서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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