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이시여! 저희들의 외침을 한 팔만이라도 들어주십시오. 한 팔만이라도 저희 곁에 가까이 와 주십시오. 저희 학생 일동은 조선대 교권 개혁의 호기를 가슴졸이며 지켜보고 있습니다. 34년 만에 도래한 조선대학교 개혁의 실오라기를 어떠한 몸짓으로 푸시렵니까! - 1980년 4월 30일, 조선대 학생들"
지난 4월 30일, 조선대 공연예술무용과 임용 불공정 해결 대책위가 조선대 해오름관에서 조선대 무용과 강의전담교원 채용 심사 과정 불공정 및 학과 내 불공정 행위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해당 문제를 공론화한 시간강사와 공연예술무용과 정상화를 바라는 졸업생 모임, 조선대 교지편집위원회 <민주주선>, 지역 시민사회 단체 등이 함께했다.
올해 초, 조선대 무용과는 교수 3명 중 1명이 퇴직함에 따라 신임 교원 임용 시험을 치렀다. 그런데, 시험을 거쳐 임용된 지원자에 대한 논문 표절 의혹이 불거졌고, 학교 측이 공개 강의 심사를 치르기 직전에 평가 방식을 바꿔 논란이 됐다.
대책위는 이번 문제가 심사 절차상 문제로 인해 공정한 심사를 받을 지원자들의 권리를 박탈한 '채용 불공정'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당사자 발언에 나선 조선대 무용과 공진희 강사는 "지난 2020년 2학기 공채 당시 조선대 무용과 임 모 교수를 학교 연구실에서 만났다. 이때 임 교수가 이번 교수 공채에서 널 임용하려고 한다. 따로 전화를 주겠다고 했다"며 "이후 임 모 교수의 남편 A씨가 임 교수가 교수 임용 문제로 머리 아픈 상황이니, 3~5억 원 정도 발전자금을 현금으로 준비해야 할 거 같다"고 교수 채용 관련 금전을 요구했다고 폭로했다.
이어 "도저히 해당 금액을 만들 수 없음을 이야기하자 5일 후 공채가 무산되었다. 당시 조선대 교무처에서 무용과 전임교수가 임 모 교수 한 명이라서 재공고를 내서라도 교수를 임용해야 한다고 권고했음에도 임용을 중단한 것이다"라며 "당시 서류전형에 지원해 1차에서 탈락한 분이 이번에 임용된 분"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조선대 무용과 임 교수는 "무용과 관련 인터뷰는 학교 홍보실에 문의해달라. 건강상 관련 이야기를 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조선대 측은 "지원자의 논문 표절 여부는 검증 대상이 아니었고 평가 방식에도 문제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발언에 나선 조선대 교지편집위원회 <민주조선> A씨는 "임용불공정은 당장 학습의 질과 학생의 진로에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사안이다. 우리에게는 전공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학생들을 위한 강의를 준비해오는 교수가 필요하다"라며 "교원 관리를 위해 채용 과정에 절차상의 문제가 없도록 관리하고 추후 문제제기에 대해 묵인하지 않는 학교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조선대학교와 민영돈 총장에게 '2022학년도 1학기 조선대 무용과 강의전담교원 채용 심사 과정에 대해 진상조사를 실시하고, 책임자를 징계할 것', '공정한 경쟁과 공정한 심사를 볼 수 있는 권리를 침해받은 지원자들에 대한 사과문을 게시할 것', '학과 내에서 끊임없이 발생하는 임용 비리, 교수와 학생 사이에서 발생하는 불공정 행위에 대한 긴급 실태조사를 실시할 것'을 요구했다.
이어 '2012학년도에 엄마 찬스를 통해 자녀를 무용과에 입학시켰다는 의혹을 받고있는 임 모 교수 사안에 대한 진상조사를 실시할 것', '민영돈 총장은 대책위와 학생 대표단의 면담 요청을 수용할 것'을 요구했다.
2012학년도 엄마 찬스 의혹은 지난 2012년 조선대 무용과 신입생 선발 당시 임 모 교수가 자신의 아들 B씨를 무용과에 지원하게 한 뒤, 본인이 입학 실기시험 심사위원으로 참여하여 아들을 부정 합격시켰다는 내용이다. 당시 무용을 전혀 하지 않은 타 대학 재학생이었던 B씨는 조선대 무용과 입학 후 영문과로 전과해 2016년 2월 졸업했다.
참석자들은 기자회견을 마친 후 조선대 총장실 앞에 1980년 4월 30일 발표된 대자보와 2022년 4월 30일자 대자보를 게시했다. 회견으로부터 정확히 42년 전인 1980년 4월 30일, 조선대 학생들이 학내 개혁을 외면하는 교수들과 침묵하는 학우들을 향해 호소문을 발표했다.
이날 조선대 총장실 앞에 대자보를 부착한 대책위는 "42년 전 조선대 학생들이 발표한 대자보 내용이 시간을 넘어 반복되고 있다"라며 "우리 선배들이 불공정을 관행이라 여기며 인내했던 시간을 반복하지 않겠다. 더는 침묵하지 않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