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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 강동구에 위치한 주민공동이용시설 '암사도시재생 상상나루來'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기획-위기의 상상나루來'에선 총 3회에 걸쳐 이 문제를 다룰 예정입니다. [편집자말]
[기획-위기의 상상나루來 ①] 암사동 '상상나루래'를 둘러싼 혼란, 대체 무슨 일?
 
 암사동 상상나루래 층별용도 및 운영단체 (2020)
 암사동 상상나루래 층별용도 및 운영단체 (2020)
ⓒ 주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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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강동구 암사1동에 위치한 주민이용시설 '암사도시재생 상상나루來(이하 상상나루래)'를 둘러싼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상상나루래를 누가 운영할지를 두고 기존 시설을 위탁 운영하던 '암사 도시재생 사회적협동조합(이하 조합)'과 강동구청(이하 구청)의 마찰이 계속되고 있다.

잡음이 시작된 건 지난 1월, 암사1동 주민자치회 정기회의에서 상상나루래가 지역주민들을 위해 운영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면서였다. 주민자치회 위원들은 조합과의 위탁 협약을 종료하고 구청이 상상나루래를 직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청은 지난 3월 조합에 협약 종료를 통보했다.

조합은 반발했다. 조합은 주민자치회 위원들의 입장이 암사1동 주민들 전체의 입장을 대변하지 못하며, 이들의 비판도 타당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에 구청은 불특정 다수로부터 지속적으로 받아온 민원이라고 해명했다. 5월 10일 예정인 협약 종료일이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이들 간 대립은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상상나루래를 둘러싼 갈등은 '서울형 도시재생사업'의 일환으로 시설을 준공한 직후인 2019년 상반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구청은 직접 상상나루래를 운영하는 대신 지역주민들에게 시설을 맡기기로 했다.

구청은 층별 공간을 관리·운영할 시범 운영자를 공모해 지역주민들로 구성된 단체의 입주를 받았다. 지하 1층 문화공간, 1층 카페, 2층 육아공간, 3층 일자리교실, 4층 공동부엌의 운영권이 이들에게 주어졌다. 공간은 지역주민을 위한 대관 사업, 교육 프로그램 등에 활용돼야 했으며, 운영비와 인건비는 수익으로 충당해야 했다.

문제는 공간 운영에 대한 구청의 관리·감독이 부실했다는 점이다. 당시 2층을 운영했던 단체의 관계자는 "예산 공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주민들을 위해 사용해야 할) 공간을 자신의 사무실로 사용하는 등 문제가 많았다"고 전했다. 암사동 도시재생사업은 상상나루래 시범 운영 1년 만인 2019년 12월 종료됐다.

도시재생 후속사업인 '서울도시재생기업(CRC)' 사업에 응모하기 위해 층별 운영자들은 2020년 5월 현 조합을 설립, 이듬해 대상자로 선정됐다. 관련 지침에 따라 조합은 단일 법인으로서 상상나루래 전체에 대한 협약우선권을 얻게 됐다. 조합은 층별로 협약 기간이 남아있는 운영자들로부터 위임장은 받은 뒤, 구청과 상상나루래 위탁 협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이때부터 조합 내부에서 파열음이 들리기 시작한다. 먼저 도마 위에 오른 건 공간의 인계 문제였다. 공간에 대한 권한이 조합에 모두 흡수됐음에도 일부 운영자들은 이른바 '알박기'를 하거나 기존 관행대로 공간을 사용하려 했다.

조합 내부 갈등, 어떻게 주민자치회로 번졌나
 
 김씨의 서명이 담긴 상상나루래 공간사용 협약 위임장
 김씨의 서명이 담긴 상상나루래 공간사용 협약 위임장
ⓒ 주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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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층 '암사공작소'를 맡았던 김모(50대·남)씨는 지난해 2월 공간에 대한 권리를 조합에 넘기는 위임장을 작성했지만, 올해 1월에서야 짐을 정리했다. 상상나루래에 대한 관리운영 책임이 조합으로 넘어간 상황에서, 이는 조합에 막대한 손실 입히는 일이었다. 김씨는 "(위임장이) 공간에 대한 권리를 위임한다는 의미인 줄 몰랐다"며 "평소 바쁜 탓에 서류처리에 대한 권한을 위임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당시 4층 공유부엌을 운영했던 조합 이사장 조모(40대·여)씨는 대관비를 납부하지 않은 채 공간을 사적인 용도로 남용했다. 이로 인해 대관 사업에 차질이 빚어졌고 주민들과 조합은 피해를 봤다. 조합은 지난 3월 임시총회를 열어 조씨를 배임의 이유로 해임했다. 기자는 조씨에게 연락을 취했으나 조씨는 관련 내용에 대한 답변을 거부했다.

마찰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시범 운영 당시 지하 1층을 맡았던 조합 이사 이모(70대·남)씨는 지난해 11월 조합비 미납을 이유로 규약에 따라 조합원 자격정지를 통보 받았다. 조합 정관에 따라 조합원은 매달 일정 금액의 조합비를 내야 하는데, 이를 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조합비를 내지 않은 이유에 대해 이씨는 "조합의 운영이 불투명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운영 실적 등의 자료를 공개할 것을 요구했는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불만이었다. 이씨는 "떳떳하게 정보를 공개하면 언제든 조합비를 낼 의향이 있었다"며 "(조합이) 끝까지 숨기려 해 횡령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암사 도시재생 사회적협동조합 제32차 운영협의회 회의록 보고 안건
 암사 도시재생 사회적협동조합 제32차 운영협의회 회의록 보고 안건
ⓒ 주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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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조합은 이씨가 요청한 자료를 모두 공개했다며 이씨의 주장을 일축했다. 지난해 10월 열린 조합 제32차 운영협의회 회의에서 회계 현황과 사업별 현황이 보고 안건으로 다뤄졌다. 조합은 "제공한 자료를 읽지도 않고 잘못됐다고만 주장했다"고 했다. 또한 "(이씨가) 통장 내역까지 모두 공개할 것을 요구했다"며 "횡령을 의심하는 건 법인 회계와 보조금 사용에 대해 제대로 모르기 때문"이라고 일축했다.

조합 내부 갈등은 평소 이씨와 친분이 있는 지인들을 통해 지역단체와 주민자치회로 번졌다. 지난해 12월 한 직능단체 회장 임모(70대·남)씨가 만취 상태로 조합 사무실을 찾아가 난동을 부렸다. 임씨는 출동한 경찰에게 붙잡혀 업무방해죄로 입건됐다. 진술문에 따르면 임씨는 상상나루래 운영에 관한 불만을 직접적으로 언급했다. 수익금 활용 등 내부 운영에 관한 불만으로 모두 이씨의 지적과 일치했다.

합의하는 과정에서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졌다. 임씨가 50만 원을 건네고 조합은 이 돈을 기부금으로 처리하기로 합의했지만, 사건은 이미 법원으로 넘어간 뒤였다. 예정대로 열린 재판에서 임씨는 벌금 100만 원을 선고받았다. 임씨는 조합이 일부러 합의서를 늦게 내 처벌받게 됐다고 주장했고 조합은 임씨의 무성의한 태도로 합의가 미뤄졌다고 주장했다.

공교롭게도 상상나루래에 관한 지적이 처음 나왔던 주민자치회 정기회의는 조합 측이 합의서를 작성한 1월 12일에 열렸다. 이날 회의에서 상상나루래 관련 질의에 답한 조합 관계자는 "상상나루래 관련 안건이 상정된 건 합의서 작성을 압박하기 위해서"였다며 "주민들을 위한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실상은 앞선 마찰에 따른 보복성 조치"라고 비판했다.

#암사도시재생상상나루래#도시재생기업#강동구청#암사도시재생사회적협동조합#주민자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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