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여에 걸친 팬데믹 위기를 지나오며 확진자 수와 사망자 수는 팬데믹 위기 수위를 가늠하는 잣대로 방역 당국의 주요 의사 결정기준이었다.
그러나, 확진자 수의 변화는 방역당국만의 관심사는 아니다. 우리 사회 의료 체계에 혈액 조달을 관장하는 기관 담장자들에게도 코로나19 감염현황은 신경을 곤두세우게 되는 지표다. 그 수치 변화에 따라 혈액 공급량도 오르락내리락 하기 때문이다.
혈액관리본부에 따르면, 올 초 2일분 미만까지 떨어졌던 혈액 보유량이 지난 4월 말부터 코로나19 방역 규제 완화 조치가 시작되면서 수급 정상화 추세를 보이다 평균 보유량이 10.2일분으로까지 늘었다. 이는 3개월 전과 비교해 무려 5배 가량 증가한 것이다.
혈액 보유량은 5일 치가 넘으면 안정화 됐다고 보기 때문에 지금은 안정적인 상태다. 심지어 코로나19 이전 상황에 비해서도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지금의 보유량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지는 미지수다. 전문가들이 예견하는 것처럼 코로나19 대유행이 올 여름에 다시 찾아온다면, 헌혈량이 급격히 감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 경험에 따르면 대유행 발발시 단체 활동이 전면 금지될 경우, 헌혈 주요 공급원인 단체 헌혈이 전면 중단되고 개인 헌혈자들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어 또다시 심각한 혈액 수급난이 찾아올 수 있다.
올해 초 대유행을 겪으며 불과 보름만에 단체 헌혈이 절반 수준으로 줄어 혈액 보유량이 5일분 미만일 때 지정되는 혈액수급위기 관심 단계까지 떨어졌다. 이는 고교생 단체 헌혈을 비롯, 전체 헌혈 수급의 70% 이상을 차지하던 1020세대의 헌혈이 전면 중단, 혹은 급격히 줄어든 탓이다.
당시 정부는 코로나19 확진자의 헌혈 가능 시기를 격리 해제 후 4주에서 10일로 단축하는 등 개인 헌혈자들의 헌혈을 독려하는 정책들을 내놓았으나 헌혈 수급량은 늘지 않았다. 이는 정책을 모르는 사람이 많았고 알았어도 단체헌혈이 아니라 개인적으로 선뜻 헌혈하러 가는 것이 꺼려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강릉시 사천면에 거주 중인 이아무개(24)씨는 "코로나에 걸리지 않았지만, 백신을 맞고, 밀접접촉자로 분류돼 자가격리 대상이 되고 하면서 헌혈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하기 어려웠다"며 "코로나 격리 해제 10일 후부터 헌혈을 할 수 있다는 사실도 처음 알았다"고 말했다.
원주시 흥업면에 거주 중인 김아무개(20)씨는 "헌혈을 한 번도 해볼 기회가 없어 스스로 찾아가하기에는 조금 두려운 마음이 든다"며 "어떻게 하는 줄도 잘 모르고 코로나에 걸렸던 사람은 당연히 하면 안 되는 줄 알았다"고 말했다. 이처럼 코로나19가 계속되는 상황 속에서 개인 헌혈자들은 정보가 부족하고 헌혈 경험이 없어 더욱 꺼려지게 되는 현실이다.
보통 처음 헌혈을 경험하는 곳은 고등학교 단체헌혈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기관에서의 단체 헌혈이 전면 중단되면서 헌혈 경험이 적은 1020 세대가 스스로 헌혈에 참여하는 것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기존 헌혈 수급의 70% 이상을 차지하던 1020의 헌혈이 줄어들면 큰 타격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올여름 예견되는 재유행에 앞서 헌혈 경험이 적은 1020 세대들과 확진 판정을 받았던 사람들의 인식개선을 통한 개인 헌혈 참여를 독려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이 필요해보인다.
덧붙이는 글 | 김도연 대학생기자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는 한림대학교 미디어스쿨 대학생기자가 취재한 것으로, 스쿨 뉴스플랫폼 한림미디어랩 The H(www.hallymmedialab.com)에도 게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