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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일, 창작그룹 MOIZ의 프로젝트 '상상서울'이 무대에 올랐다.
27일, 창작그룹 MOIZ의 프로젝트 '상상서울'이 무대에 올랐다. ⓒ 임인자

"이 열차는 '상상서울'에 대한 승객 여러분의 희망, 절망, 기대, 좌절, 행복, 우울, 성취감, 자격지심 등을 연료로 운행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말하기 표시등이 켜지면 승객 여러분은 마음껏 떠들어 주시기 바랍니다"

27일, '창작그룹 MOIZ'(아래 모이즈)의 프로젝트 '상상서울'이 광주 동구 궁동예술극장 무대에 올랐다. 모이즈는 이번 프로젝트에 대해 '그냥 세트가 세워진 수다회 같은 것'이라며 "(이번 프로젝트는) 광주를 떠나고 싶거나 서울로 떠나야 할 것만 같은 기분을 느꼈던 비전문 연기자들이 모여 가상의 기차 여행을 떠나는 기획"이라고 설명했다.

'우리의 틀을 직접 만든다'를 모토로 지난 2018년 결성된 광주의 청년 '창작그룹 MOIZ'는 광주에서 살면서 느끼는 일상의 불편함과 이상함에서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시작하곤 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한미비전협회의 기금을 받아 진행한 커뮤니티 기반의 공공예술 프로젝트다.

이번 상상서울행 열차의 사무장을 맡은 양채은씨는 "'서울에 가지 않는다'는 건 '광주에 남겨진 것'으로 인식되곤 한다"며 "그 뒤에 따라붙는 '서울에 가면 경쟁력이 없을까 봐 광주에 남았다'는 식의 패배감과 자기 의심을 강화하는 언어들이 있다. 그런데, '상상서울'로 가는 열차를 통해 반복해서 종착지에 도달한다면, 서울에 가지 않고도 자기 의심을 극복할 통과의례가 되지 않을까 싶었다"라고 공연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도민주 기관장은 "지역에 있는 사람들에게 광주의 미래가 그려지지 않는다는 지점에서 출발했던 것 같다"며 "광주의 미래는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았고, 더 나은 '상상광주'를 위해 특정 상상을 해볼 것을 요청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각자의 '상상서울'이 어떤 모습인지를 다른 이들의 '상상서울'과 비교하는 형태의 공론장을 만들게 됐다"고 밝혔다.

이번 여행에 참여한 한 참석자는 "한 번쯤 서울에서 살아보고 싶었는데, 현실적인 여건이 마련되지 않아 실현하지 못했었다"며 "하루 정도 서울을 꿈꿔볼 수 있다고 해서 참여하게 됐다"고 참여 배경을 설명했다.

상상서울행 열차는 자기소개, 우리소개역을 거쳐 광주소개역에 정차했다. 참석자들은 우선 광주에 없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일자리, 청년 등이 이야기됐다.

닮고 싶은 롤모델이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참석자 A씨는 "되고 싶은 인물, 닮고 싶은 사람이 없다. 나의 일상의 공간에서 내가 나를 검열하고, 테스트해야 한다. 리트머스지가 나에게 있다"고 했다. 참석자 B씨 역시 "분야에 따라 다르겠지만, 광주에서 더 이상 커리어적으로 쌓을 수 있는 게 없는 사람들이 많다"고 밝혔다.

'40년 뒤의 광주'를 상상하는 시간도 있었다. 참석자 A씨는 "평소 뉴스를 자주 챙겨 보는데 광주시가 인구 소멸에 들어가 정부에서 특별 예산을 편성했다는 내용의 뉴스를 보고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지난 대선 당시 지역에서 큰 이슈가 되었던 복합쇼핑몰이나 지하철 3호선이 들어서 있을 것 같다는 의견도 있었다.
 
 프로젝트 '상상서울' 홍보물.
프로젝트 '상상서울' 홍보물. ⓒ 창작그룹 MOIZ
 
 창작그룹 MOIZ의 프로젝트 '상상서울'
창작그룹 MOIZ의 프로젝트 '상상서울' ⓒ 창작그룹 MOIZ

최근 서울 지하철에서 진행된 장애인 이동권 투쟁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 C씨는 "최근 서울 지하철에서 장애인 이동권을 요구하는 장애인 단체의 집회가 있었다. 그런데, 서울에서 살고 있지 않은 입장에서 느끼는 것과 각박하게 살고 있는 서울시민들의 느낌은 다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곳에 살고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특정 생각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제공하고 있는 서울이 아닌, 광주에 있기 때문에 가질 수 있는 시선도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상상서울'에 도착한 참석자들은 서로가 그리는 '상상서울'에서의 일상을 공유했다. D씨는 "용산구에 위치한 아파트에서 일어난 후, 11시까지 강남구 역삼동으로 출근해야 한다. 누군가에게 강의를 해주는 일을 하고 있다. 퇴근한 후에는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서울 도심으로 라이딩을 떠나곤 한다"며 '상상서울'에서의 삶을 공유했다.

차례로 각자가 꿈꾸던 '상상서울'에서의 삶을 공유한 참석자들은 작별 인사 대신 서로에게 서로의 '상상서울', '상상광주'와 관계된 질문을 던진 후 이번 여정을 마무리했다. 이번 상상서울행 열차에 승무원으로 탑승한 문다은씨의 말처럼, "프로젝트 '상상서울'은 같이 고민하는 시간을 가질 뿐, 사람들에게 어떤 걸 느끼게 할지에 대해서는 정해두지 않고 진행된 결론 없는 프로젝트"로 마무리됐다.

"승객 여러분, 즐거운 여행 되셨나요? 여러분의 고민이 해결되지 않았을지 몰라도 조금은 시원해졌길 바라요. 이번 역은 이 여행의 종착지 광주입니다. 일상으로 돌아가실 승객 여러분께서는 하차해 주시기 바랍니다."

#프로젝트 '상상서울'#창작그룹 MO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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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에 대해 고민하며 광주의 오늘을 살아갑니다. 페이스북 페이지 '광주의 오월을 기억해주세요'를 운영하며, 이로 인해 2019년에 5·18언론상을 수상한 일을 인생에 다시 없을 영광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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