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작가 박종철이 지은 <아리랑>은 조선시대 기존의 <성부와 리랑> 설화를 소재로 삼고 있다. 북한은 이 설화를 아리랑의 유래로 제시하고 있다.
소설의 첫 장면은 다음과 같이 시작한다.
바람이 분다. 이른 봄 아침나절이면 의레 일군 하는 강바람이다.
어제 밤에도 불었다. 해가 뜨면서 바람은 더 세차져 제법 우우 소리까지 지른다. 해는 강 건너 산머리에서 솟는 듯 마는 듯 졸고 있다.
강기슭의 바싹 마른 풀대들과 깡깡 여읜 나뭇가지들이 더는 못 견디겠노라 몸부림친다. 그 풀숲과 나무들 사이로 인가 없는 강변치고는 꽤 넓은 길이 하나 나 있다. 그 길을 따라 아래로 내려 가느라면 강물과 맞서 싸우듯 우죽비죽한 바위들이 솟아있는데 거기에 크지 않은 나룻배 한 척이 메워 져 물길에 흔들리우고 있다. (주석 10)
소설은 조선시대 봉건사회의 모순을 지적하는 장면으로 이어진다.
"원 바람두, 세월이 설렁대면 날씨두 설렁댄다 하더니 아예 겨울이 다시 올라나붸."
배 가운데서 누군가 하는 말이다. 우수, 경칩이 지나고 춘분을 가까이 하고 있으니 이제는 날씨가 더워져야 하지 않겠느냐는 소리다.
그러자 배의 앞자리에 보짐을 서너개 주런이 놓고 앉았던 행상군이 소리나는 쪽을 향해 목을 쑥 빼들었다.
"거 누구요? 공연히 세상을 건들지 말구 말 조심하슈."
"왜, 요즘 말 못 들었소. 살기가 죽기보다 어려우니 사방엔 도적이요. 산에는 산적, 물에는 하적, 나라에 올라가는 봉물짐 세미선까지 들이치는 판이니 세월이 어디 바루 됐소?" (주석 11)
소설은 주인공들이 아리랑의 노래를 들으며 맹세하면서 막을 내린다.
"아버님, 며칠 후 고을에서 큰 싸움이 났다는 소문이 들리거든 그게 바로 저희들이 한 일인줄 알아 주십시오. 지금 우리 패들이 고을에 와 있습니다. 그를 위해 곧장 그리로 가야 합니다."
"잠간 집에라도 들리지 않구 그냥 가겠단 말인가?"
"성부의 령전에 다진 맹세를 지키자면 해야 할 일이 많습니다. 후에 들릴 날이 꼭 오겠지요."
주로인은 말리지 않았다. 쌍개도 옥비도 말 없는 속에 그의 결심을 적극 받들어 주었다.
그들은 걸음을 돌렸다. 숲을 해치며 앞으로 나갔다. 그 뒤로 옥비와 옥랑이 부르는 노래소리가 들렸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고개로 넘어 간다
…
그 노래를 들으며 리랑은 다시 한 번 맹세를 다졌다. 아, 성부, 나는 가지 않는다. 절대 너를 버리지 않는다. 악독한 량반 세상이 뒤집혀 지고 진정 만백성을 위한 세상이 세워질 때 내 다시 돌아오리라. 돌아 와 그대를 마음껏 얼싸안으리라. 아, 그런 세상이 언제 오려나……. (주석 12)
주석
10> 박종철, <아리랑>, 2쪽, 평양 문학예술종합출판사, 2001.
11> 앞의 책, 2쪽.
12> 앞의 책, 210~211쪽. 덧붙이는 글 | [김삼웅의 문화열전 - 겨레의 노래 아리랑]은 매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