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아버지의 고향인 서산에 내려와 서산시립합창단을 이끄는 서형일 지휘자를 만나 서산시립합창단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를 나눴다.
- 창단 10주년 축하드린다. 서산시립합창단은 어떤 활동을 하는지 먼저 소개 부탁드린다.
"말 그대로 시민들을 위해 존재하는 단체로 친근하고 재미있게, 아울러 최고 수준의 음악을 들려주는 일을 선보이고 있다. 처음 서산시립합창단의 지휘자로 위촉받고 제일 많이 들었던 부탁의 말씀이 '서산 시민들이 클래식 음악을 들으려면 서울 예술의전당으로 가야 하는데 돌아오는 대중 교통편이 마땅치 않아 연주회에 참석하기 어렵다. 서산시립합창단이 그 역할을 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였다.
또 하나는 시민들이 편안하고 즐겁게 감상할 수 있는 곡을 연주하는 일이다. 합창음악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스펙트럼을 시민들과 함께 나누기 위해 어린이 음악회를 비롯한 재즈, 뮤지컬, 한국가곡, 가요 등 여러가지 장르를 연주하고 있다. 더하여, 시민들과 눈을 맞추며 연주하는 찾아가는 음악회도 빼놓을 수 없다."
- 서산시립합창단에 자랑할 만한 것이 있다면?
"서산시립합창단은 지난 10여 년 동안 비약적인 발전을 했다. 가장 먼저 서산시립합창단의 연주력은 주 2회 연습을 하는 비상임 합창단의 한계를 뛰어넘어, 충남도 내 어떤 합창단과 견주어도 모자람이 없는 국내 최고 수준의 연주력을 가지고 있다.
어렵기로 유명한 브람스의 독일레퀴엠을 비롯하여 모차르트의 레퀴엠 그리고 영국의 현대 작곡가 폴 패터슨의 마그니피카트를 한국 초연하는 등 그동안 서산 시민들이 듣고 싶어도 쉽게 들을 수 없었던 곡들을 연주하며 음악계의 호평을 받았다. 이에 한국합창대제전에 초청받아 서울 롯데 콘서트홀에서 연주하는 등 그 지평을 넓혔다.
더구나 그동안 국내 유명 작곡가들에게 서산의 음악을 만들어 연주하는데 최선의 노력을 다해 서산의 역사를 뒤돌아 보며 음악을 통해 새 시대의 풍요를 노래하는 서산 칸타타 '뿌리 깊은 나무'를 위촉하여 초연하였으며 해미읍성의 슬픈 역사를 아름다운 노래로 만든 '회화나무의 노래'를 작곡하여 연주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모든 것보다도 더 자랑하고 싶은 것은 서산시립합창단만이 가지고 있는 음악에 대한 열정과 단합이다. 전국에서도 유래가 없을 만큼 합창단의 분위기가 더없이 좋다. 지휘자와 단원들이 깊은 신뢰를 바탕으로 더 좋은 연주를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연주를 통해 무대에서 고스란히 관객들에게 전달 되고 이것이 더 큰 감동이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때마다 '어쩌면 이것이 서산시립합창단의 가장 큰 유산이 아닐까' 생각하기도 했다."
- 창단 10주년을 기념하여 준비하고 있는 것이 있는지?
"물론이다. 우선 3월에는 새 학기를 맞이한 어린이들을 위하여 '너의 꿈은 뭐니? 시즌2'로 음악극 콩쥐 팥쥐를 준비하고 있다. '놀이 합창음악'이라고 하는 새로운 장르의 연주 형태로 서산시립합창단의 시그니처 공연이 될 것이라 기대한다.
호국보훈의 달인 6월에는 호국영령들의 넋을 위로하기 위하여 이탈리아의 국민 작곡가로 유명한 베르디의 '레퀴엠'을 준비하고 있다. 이 작품은 대규모의 합창과 오케스트라가 필요한 대곡인데 서산 최초로 타 시도의 시립합창단을 초청하여 함께 협연하는 형태로 진행하게 된다.
아마도 서산시 이래 최대 규모의 클래식 연주가 되지 않을까 싶다. 이 밖에도 뮤지컬과 영화 음악을 비롯한 다양한 형태의 연주를 1년 내내 준비하고 있다."
- 공연을 기획 및 감독할 때 어떤 기준과 생각을 가지고 하는지?
"서산시립합창단의 연주 기획은 크게 두 가지 방향이다. 첫 번째는 시립합창단이 가지고 있는 특성 즉 전문 성악가들이 모여 합창을 하는 만큼 국내 최고 수준의 레퍼토리를 기획하여 연주하는 일이다. 이는 전문 연주단체로써 전문성과 예술성의 추구를 바탕으로 한국합창음악의 트렌드를 주도하며 새로운 음악을 소개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또 한가지의 방향은 시민들이 듣고 싶어 하고 즐겁게 감상할 수 있는 음악을 연주하는 것이다. 어린이 음악회도 그런 방향성의 일환이며 K-pop을 비롯하여 다양한 대중음악을 합창으로 편곡하여 밴드와 협연을 하고 안무가와의 협업을 통해 공연 예술로서 다양성을 추구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 올해 개최한 어린이음악회를 관람했는데 반응이 굉장히 좋았다. 계속 이어갈 생각인지?
"지난 여름 개최된 '너의 꿈은 뭐니?' 음악회는 정말 많은 분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어렵게 준비한 음악회였지만 한순간에 우리의 마음을 녹이는 따뜻한 반응이 쏟아져 들어왔다. 두 번의 공연을 마치고 힘든 와중에도 한 시간 가까이 무대 위에서 어린이들과 함께 사진을 찍었다. 어린이들이 문화예술을 일찍 접하고 관심을 갖게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기에 기회를 가지고 꾸준히 진행을 하려 한다.
더 풍성한 음악회가 되려면 우선 예산을 비롯한 시립합창단의 환경이 더 좋아져야 하는 과제가 우리에게 있다. 어린이 음악회를 통해 많은 어린이들과 함께하려 한다."
- 올해 찾아가는 음악회를 많이 개최했다. 주로 어떤 곡들을 하며 시민들의 반응은 어땠는지.
"초청한 곳의 분위기와 관객들의 나이, 취향을 고려하여 정한다. 합창과 중창 그리고 독창 등 다양한 형태의 연주가 가능하고 클래식부터 트로트, 비트박스까지 시민들이 듣고 싶어 하고 즐거워하는 음악들이다. 평소 조금은 딱딱한 공연장의 느낌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소통하고, 박수도 치고, 즐기는 공연의 개념이라고 보면 될 거다. 서산시립합창단의 캐치프레이즈 중에 '서산시민의 친구'라는 말이 있다. 정말로 기쁘거나 슬플 때 함께 노래하고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영혼의 동반자가 바로 시립합창단이다."
- 시립합창단의 방향과 단기, 장기적으로 계획이나 하고 싶은 일들이 있다면?
"하나의 도시가 건강하고 균형 있게 발전을 하려면 그 도시의 문화와 예술이 함께 발전을 해야 한다. 서산시립합창단이 문화도시 서산의 도시 브랜드를 재고 하고 서산 시민들이 언제든 쉽게 수준 높은 음악 공연을 보며 질적 삶이 풍요로워지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아울러 서산시립합창단의 공연을 통해 서산을 알리고 많은 사람이 역으로 서산시립합창단의 공연을 보러 오는 날을 꿈꿔본다. 물론 이런 일들이 가능해지려면 지원과 더불어 공연 예술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현재 40명으로 되어 있는 단원의 정원도 늘려 사무단원인 기획, 홍보, 악보에 관한 사무국 인원이 구성이 되고, 연주 단원도 5명 정도 더 보강을 해야 한다. 아시다시피 예술 분야는 단시간에 이룰 수 있는 부분이 아닌 만큼 꾸준한 지원과 관심으로 육성해야 할 것이다."
- 서산시립합창단은 도내에서 유일하게 한국합창대제전에 초청을 받을 정도로 한국합창계에서도 인정을 받고 있다. 합창단 운영에 있어서 애로사항이 있다면 뭔가?
"현재 시립합창단은 주 6시간 근무하고 있다. 그것도 일주일에 이틀의 연습 시간은 좋은 연주를 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그러다 보니 많은 부분은 단원들의 개인 연습으로 채우고 있는 실정이다. 충남도 내의 시립합창단 중 아마추어 단원들이 대부분인 공주와 보령을 제외한다면 전문성악가로 구성된 4개의 시립합창단 중 상임시립합창단인 천안시립합창단과 인근의 아산시립합창단, 당진시립합창단과 비교하여보면 서산시립합창단 단원들의 처우가 가장 열악한 상황이다. 올해 조례로 주 9시간의 연습 시간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여러 가지 상황으로 아직 진행되지 못하고 있어 너무 안타깝다."
- 마지막으로 관객과 시민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서산시립합창단은 서산시민들을 위해서 존재하며 친구이고 이웃이다. 언제고 서산시립합창단의 공연에 오셔서 쉼을 가지시고, 위로를 받으시고, 즐거운 시간을 가지셨으면 좋겠다. 서산시립합창단에 박수를 보내 주신 모든 시민여러분께 머리 숙여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이제 날이 꽤 추워졌다. 항상 건강하시길 기원하며 다음 공연 때 뵙기를 희망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서산시대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