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생활 15년이 훌쩍 넘었다. 이직할 때조차 쉼 없이 직장생활을 꾸준히 이어왔다. 그렇다고 직장형 인간은 절대 아니다. 내성적인 성격으로 사회에 발을 들여놓고 하루하루 버티는 불편하고도 불안한 심경으로 오늘에까지 이르렀다. '짜증 난다', '징그럽다', '지긋지긋하다', '때려치우고 싶다'는 말을 달고 살았던 날도 샐 수 없다. 하루하루가 살얼음판 같은 날도 다반사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직장생활을 이어올 수 있었던 것은 동기부여가 된 끊을 수 없는 무언가에 중독되었기 때문이다. 직장생활의 활력을 되찾게 된 것은 바로 '글쓰기'였다.
블로그로 시작한 글쓰기
아내가 첫 아이를 낳고 우울함과 무기력함에 빠져있을 때, 아이들을 가르치던 직장 경험과 실제 육아를 접목해 육아 블로그를 운영해 보라고 추천했다. 아내는 금세 블로그의 세계에 빠져들었고, 역으로 나에게 같이 블로그를 하자고 제안했다.
2011년 블로그를 개설했다. 영화 리뷰로 스타트를 끊었다. 하지만 아이도 어렸고, 바쁜 직장인에게 영화를 수시로 챙겨보는 일은 버거웠다. 가장 무난하게 쓸 수 있는 주제가 바로 '직장생활'을 주제로 한 글이었다. 하루 10시간 이상을 머무는 곳에서 글의 소재는 넘쳤다.
경험을 토대로 동병상련의 직장인들에게 전하는 글을 블로그에 하루하루 채워나갔다. 글이 쌓이고 구독자가 늘고 조회수가 늘면서 활력도 차올랐다. 아내의 블로그와 동시에 급물살을 타 아내는 육아 분야 1위, 나는 취업 직장 분야에서 1위를 달렸다. 팀장한테 신나게 깨지면서도 생각했다. '그래! 오늘 소재는 이거다!'라고.
술자리에서도 좋은 글감이 떠오르면 메모장에 적었다. 잠을 줄여가며 쓰고 또 쓰며 직장생활에서는 느낄 수 없는 행복을 '직장생활 글' 덕분에 만끽할 수 있었다. 글쓰기는 분명 지금까지 나를 직장으로 이끌고 지탱해 주는 원동력이다.
"매 순간을 글로 남기는 기록 중독자. '직장생활의 원동력은 글쓰기'라는 확신으로 기록의 쓸모를 전파하고 있다." ('저자 소개' 중에서)
10여 년 넘게 이어지는 글 사랑이 식지 않는다는 사실에 스스로도 놀라울 따름이다. '1만 시간의 법칙'이라고 했던가, 꾸준히 쓰다 보니 2017년 첫 출간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6권의 책을 출간했다. 사람들은 어떻게 회사를 다니면서 그렇게 책을 쓰냐고 말하지만, 좋아하면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리고 책을 쓰는 게 아니라, 하루하루 꾸준히 글을 쓰고 있을 뿐이다.
자기계발서와 에세이를 주로 썼다. 대부분이 직장생활에서 얻은 경험과 깨달음이 바탕이 되었다. 직장생활의 소소한 단면에 의미를 부여하니 일상의 순간들도 소중하게 눈에 들어왔다.
사실은 사람이 시작이었다
올해 6번째 책을 준비하면서 그동안 쓴 책들을 용기 내 다시 들춰봤다. 그리고 깨달았다. 대부분의 이야기가 사람에게서 시작했다는 사실을. 직장생활의 위기와 스트레스도 사람이 주었고, 위안과 기쁨도 사람이 건넸다. 돌이켜 보면 직장에서 사람을 떠나는 경우도 많았고, 사람 때문에 떠나지 못한 이들도 있었다.
우리의 삶은 사람으로 시작해 사람으로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직장에서의 세대별 '사람 경험'은 피할 수 없는 난관이다. 직장은 온갖 세대가 모여 자신의 기준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곳이다. 또한 집단을 강조하는 세대와 자기주장이 강한 세대가 대립하며 세대 간의 문제와 직급 차이로 생기는 갈등이 선명하게 나타나는 곳이다.
직장인의 삶은 의도치 않게 뒤틀리고, 인간관계는 수시로 얽히고설킨다. 때문에 일이 아닌 사람을 피해 회사를 등지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이런 비극을 겪지 않기 위해서는 사람 간 얽힌 관계의 매듭을 수시로 엮고 풀어내는 연습을 해야 한다.
<결국은, 사람>은 다양한 세대를 두루 경험한 X세대 직장인이 보고, 듣고, 깨닫고, 다짐한 하루하루의 사람 경험이 방울방울 맺혀있다.
'1장_요즘 것들은 어디나 있다'는 386세대를 바라보고 느끼는 X세대의 시선이며, '2장_지금도 나는 배우는 중'은 MZ세대에게 전하는 X세대의 따듯한 지혜를 담았다. '3장_그래도 가끔은 명장면'은 오늘도, 내일도 고군분투하는 모든 직장인을 위로하는 공감의 글이고, '4장_15년 다닌 회사를 나왔습니다'에는 동병상련 X세대의 구구절절한 심경을 새겨 넣었다.
책에 담긴 모든 경험은 사람에서부터 시작되었으며, 직장생활의 마지막도 사람으로 종결될 거라고 믿는다. 끊을 수 없는 인간관계의 넉넉함과 괴로움은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포인트가 아닐까. 책을 읽으며 사람과 사람, 세대와 세대 간 웃음과 눈물, 분노, 어이없음까지 두루 느끼며 직장생활의 다채로움과 세대 공감을 충분히 만끽했으면 좋겠다.
더불어 지독하게 다니기 싫은 직장에 감사하고 싶다. 회사는 강산이 변하고도 남는 시간 동안 내게 무수히 많은 인간에 대한 체험과 깨달음을 선사했다. 이 숱한 경험이 내 인생에서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덕분에 멈추지 않고 글을 쓸 수 있었다. 단 한 순간도 버리기 아까운 직장에서의 생생한 사건들을 한 컷 한 컷 모을 수 있게 도와준 회사의 모든 '사람'에게 고마움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