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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 도서출판 새빛
 

'인생은 연극이 아니다'

나의 고교시절 은사 김영배 선생님(국어)은 수업시간 틈틈이 "인생은 연극이 아니다"고 말씀하셨다. 연극은 여러 차례 공연할 수 있지만 '인생은 단 한 차례만 공연하기에 아무렇게 살아서는 안 된다'는 말씀이었다. 그러면서 당신은 북에서 월남, 낮에는 군무원으로 일하면서 야간대학을 나와 고교 교단에 섰단다. 김 선생님은 양주동 박사의 수제자로 모교(동국대)에서 정년퇴임을 하셨다.

김 선생님은 수업시간 교수방법도 아주 야무졌다. 그때 틈틈이 '인생은 연극이 아니다'고 하신 말씀은 당신의 체험을 곁들였기에 큰 감동으로, 내 인생에 큰 도움이 됐다. 이런저런 인과관계로 그동안 흉금 없이 지내던 정운현 전 국무총리 비서실장이 최근 야인으로 지내면서 <한 번뿐인 네 인생, 네 뜻대로 살아라!>는 신간을 펴냈다. 이 책은 단 하나밖에 없는 인생길을 방황하는 젊은이들에게 귀감이 될 귀한 책으로 연말 서점 가에 단연 돋보일 테다.

"어떻게 살 것인가?"

동서고금 많은 학자, 현인들은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알고자 심지어 출가하여 산속 암자에서 아예 문을 닫고 그 해답을 찾기도 했다. 그 해답은 각각일 테다. 하지만 어떤 현인은 그 물음의 답은 말보다 '실천'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저자 정운현씨는 다음의 말로 인생길에서 삶의 자세를 강조하고 있다.
 
"우리 인생은 한 번뿐이다. 결코 두 번의 기회는 없다. 영웅호걸도 장삼이사(예사사람)도 다 똑같다. 오직 단 한 번의 기회만이 있을 뿐이다. 삶의 형태나 내면의 차이는 있겠지만 한 번의 기회만은 모두 똑같다."
  
 여러 길 중의 하나인 오솔길
여러 길 중의 하나인 오솔길 ⓒ 박도
 
어떻게 살아야할까?

어떻게 살아야할까? 어떻게 살아야 후회 없이 산 삶이 될 것인가? 저자는 이에 대한 답으로 동서고금의 여러 성현들의 삶을 예화를 든 뒤, 그 답을 간결하게 들려주고 있다.
 
"자기 뜻대로 살면 된다. 그것이 가장 잘 산 삶이다. 누구도 대신 살아줄 수 없는 인생이라면 네 뜻대로 살아야 후회가 없다."

이 책에는 자기 뜻대로 살았던 동서고금 열두 분 삶의 예화를 들려주고 있다.

그 첫 번째로 인도의 소왕국에서 왕자로 태어난 뒤, 왕위 계승마저도 버리고 구도자의 길을 걸은 석가모니다. 그 두 번째는 조선 순조 조에 태어나 '술 한 잔에 시 한수'로 세속을 초월한 방랑시인 별칭 '삿갓시인' 김병연이다,

그 세 번째는 조선 세종 조에 태어난 김시습으로, 수양대군이 왕위에 오른 뒤 조카 단종을 폐위하자 이후 그는 전국을 두루 방랑하다가 경주 남산에서 은거, 우리 문학사에 최초 한문소설 <금오신화>를 저술했다. 그 네 번째는 시류를 따르지 않다가 세 차례 유배와 여섯 차례나 파직을 당한 교산 허균이다. 그분은 당대의 모순인 적서차별 타파와 사회 변혁을 꾀한 소설 <홍길전>을 남겼다.

그 다섯 번째는 중국 명나라 때 사상가 이탁오의 삶을 소개했다. 그는 죽음을 무릅쓰고 당대 풍미한 유학의 권위적인 전통을 공격하는 <분서>를 펴냈다. 그 여섯 번째로 불온한 식민지 조선 청년 박열을 사랑한 일본의 여인 가네코 후미코다.

그 일곱 번째는 행동파 경제학자요, 실천적 생태론자인 미국인 스콧 니어링이다. 그는 통나무집에서 철저한 채식주의자로 소박한 삶을 살았다. 그 여덟 번째는 1817년 미국 매사추세츠 주에서 태어난 데이빗 소로우다. 그는 최고 명문 하바드 출신이지만, 평생 번듯한 직장 대신 측량이나 목수 등, 노동으로 생계를 유지하면서 통나무집에서 지냈다.
  
 원주 근교의 무위당 장일순 무덤
원주 근교의 무위당 장일순 무덤 ⓒ 박도
 
저자가 예화로 든 12분의 인물 가운데는 옛 사람뿐 아니라, 현대인도 포함시켰다. 그 아홉 번째는 현재 내가 살고 있는 원주의 대표적 진보 지식인 무위당 장일순이다. 그는 지구 환경보존과 생태계 회복운동에 앞장선 환경운동가요, 한 살림운동의 대부다.

그 열 번째는 친일연구자 임종국이요, 그 열한 번째는 우유 장사로 돈을 번 뒤, 나라와 겨레를 위해 민족사관고를 세운 파스퇴르 유업의 창업자 최명재다. 그리고 마지막 열두 번째 인물로는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및 '농부 작가'로 자유로운 삶을 살다가 간 송성영이다.

이상 12분 모두 당신 신념대로 이 세상을 살다가 가신 분들이다. 
  
 친일연구가 임종국 선생
친일연구가 임종국 선생 ⓒ 박도
 
네 뜻대로 살아라!

저자는 그의 서문에서 다음의 말로 마무리하고 있다.
 
"우리 인생, 길지 않다. 100년 살기도 쉽지 않다. 지금 우리는 종착역을 향해 논스톱으로 달리는 기차에 올라타 있다. 우리 손에는 편도 티켓 한 장뿐이다. 중간에 내릴 수도 없고, 다른 기차를 갈아탈 수도 없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 여정을 내 뜻대로 최대한 즐겨야 하지 않겠는가."

나는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남은 내 인생길에 새로운 각오와 앞으로 살아나갈 방향을 새삼 다짐했다. 아울러 저자의 높은 경륜에서 나온 귀한 저서에 깊이 감사드렸다.

누구나 한 번 뿐인 인생길에 아직 방향을 잡지 못한 이나, 어느 쪽이 더 유리할까 좌고우면, 이 눈치 저 눈치를 보면서 우왕좌왕하는 이나, 지금 걷고 있는 자신의 인생길에 회의를 느끼고 있는 이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한 번뿐인 네 인생, 네 뜻대로 살아라 - 자신의 뜻을 살려 세상에 큰 흔적을 남긴 12인의 이야기

정운현 (지은이), 새빛(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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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은퇴 후 강원 산골에서 지내고 있다. 저서; 소설<허형식 장군><전쟁과 사랑> <용서>. 산문 <항일유적답사기><영웅 안중근>, <대한민국 대통령> 사진집<지울 수 없는 이미지><한국전쟁 Ⅱ><일제강점기><개화기와 대한제국><미군정3년사>, 어린이도서 <대한민국의 시작은 임시정부입니다><김구, 독립운동의 끝은 통일><청년 안중근>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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