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대학교 공연예술무용과의 '채용비리' 문제를 공론화한 조선대 공진희 강사가 국제투명성기구 한국본부인 한국투명성기구가 선정하는 2022년 '투명사회상'을 수상했다. 이번 투명사회상 시상식은 세계 반부패의 날인 9일 오후 5시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개최됐다.
[관련기사]
"불공정에 이의제기했다는 이유로 아파야 하나요?"(http://omn.kr/213j8)
투명사회상은 우리 사회를 더 투명하고 정의로운 사회로 만들기 위한 노력에 박수와 격려를 보내고 그 노력이 더욱 확산될 수 있도록 한국투명성기구가 지난 2001년 제정한 상으로 올해로 22회 차 시상식을 맞았다.
2022년 투명사회상 수상자로는 조선대 무용과 공진희 강사 외에도 쓰레기 시멘트 아파트 등 환경부패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한 최병성 목사, 준정부기관으로서 반부패 활동에서 우수한 성과를 낸 한국우편사업진흥원, 국제적인 방위산업기업평가에서 우수한 성과를 획득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이 선정돼 두 사람과 두 기관이 상을 받았다.
한국투명성기구는 "조선대 공진희 강사는 지난해 말의 조선대 무용과 강의전담교원 채용 심사 과정의 불공정 문제를 올해 4월 제기하여 채용비리 문제를 공론화하는 데 크게 기여하였기에 올해의 투명사회상 수상자로 선정되었다"고 밝혔다.
공진희 강사는 수상 소감을 밝히며 "이 모든 일이 끝나고 제자리로 돌아가게 된다면, 조선대 학생들에게 불공정과 불의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줄 곳이 있다는 걸 알려주고 함께하는 교육자가 되고 싶다"고 운을 뗐다. 공진희 강사에게 '제자리'란 공정한 심사를 받고 그 결과를 그대로 수용하는 것이다.
"저는 지난 2000년 9월부터 조선대학교 공연예술무용과에서 강사로 일하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그날부터 오직 조선대학교에서 다른 길은 보지 않고, 오전 9시에 출근해서 새벽 2, 3시까지 학과장님 연구실에서 공연, 학과 행정, 연구 심지어는 학과장님 개인 심부름까지 도맡아 최선을 다해 일해 왔습니다. 하지만 교수 임용 조건은 실력을 쌓으며 보낸 세월이 아닌 현금 3억 원이었습니다."
지난 2020년 조선대 무용과 교원 채용 당시 공진희 강사는 A학과장에게 교원 채용 대가로 금품을 건넬 것을 요구받았다. "3억~5억 원을 현금으로 주면 교원으로 임용해주겠다"는 요구를 거절하자, 그해 교원 채용은 무산됐다. 조선대 무용과의 교원 채용은 이듬해 재공고됐다.
그러나 2021년도 조선대 무용과 교원 채용은 비리로 얼룩졌다. 2차 공개강의 직전에 심사 절차가 변경됐고, 심사위원 5명 중 4명이 B지원자의 대학 동기이거나 지인이었다. 무용과 A학과장은 심사 직전 B지원자와 친분이 없는 심사위원에게 다가가 어깨를 두드리며 '첫 번째(B지원자의 응시 순서)'라고 언질을 줬다. 이를 목격한 무용과 조교가 공진희 강사에게 이 사실을 털어놓으면서 공진희 강사의 싸움이 시작됐다.
"응시 전부터 좋지 않은 예감이 있었습니다. 저는 2021년도 교원 채용에 응해 1차와 3차 시험에서 최고점을 받았지만, 2차 공개강의 실기 심사에서는 40점 만점에 28점을 받았습니다. 임용된 B지원자는 40점 만점을 그대로 받았습니다. 그런데 올해 1월에, 지난 교원 채용 과정이 불공정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날부터 이 문제를 알리기 위해 국민신문고, 교육부, 검찰청을 찾아다녔습니다. 3천 장도 넘는 전단을 제작해 배포하고, 대자보를 붙이고 여러 차례에 걸쳐 기자회견을 했습니다."
공진희 강사는 지역 시민단체들과 함께 조선대 무용과 임용 불공정 문제 해결을 위한 대책위원회를 구성해 활동했다. 대책위는 임용 불공정 문제를 공론화하고 그간 터부시되어온 지역 무용계 전반의 비리를 폭로했다. 직후 경찰은 A학과장과 B교수에 대한 인지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B교수를 업무방해, 배임수재, 청탁금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수사한 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A학과장에 대한 수사 역시 곧 결론이 나올 예정이다.
공진희 강사는 수상 소감을 마치며 지난 2010년 투명사회상을 수상한 조선대 고 서정민 박사를 언급했다.
"이번에 투명사회상 수상자로 선정된 직후에 고 서정민 박사님이 이 상을 수상하셨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고 서정민 박사님은 열악한 노동조건 속에서 비정규직 교수로 일하시면서 논문 대필, 불투명한 강사 채용, 금품 채용 관행 등을 겪으셨습니다."
지난 2010년 5월 25일, 조선대 영어영문과 시간강사였던 고 서정민 박사가 교수직 매관매직 관행 등을 폭로하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해 말, 고 서정민 박사는 2010년 투명사회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유족들이 대신 상패를 받아안았다.
"그러나 12년이 지났지만, 그분께서 요구받으셨던 1억 원이 저에게는 3억~5억 원으로 금액만 커졌을 뿐 여전히 많은 것들이 그대로입니다. 이제는 정말 바뀌어야 합니다. 저보다 앞서 이 상을 받으신 많은 분들께서 투명사회를 위해 기울인 노력을 잊지 않겠습니다. 저 역시, 교수 자리가 적어도 돈으로 오고 가지는 않는 사회를 위해 광주 예술계에서 포기하지 않고 노력해 보겠습니다."
투명사회상 심사위원장인 김성복 한국투명성기구 이사는 "오늘 이 투명사회상이 수상자분들의 그간의 노력에 대한 최소한의 위로와 격려가 되길 바란다"며 "공정하고 투명한 사회는 이분들의 노고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따뜻한 격려 그리고 우리 모두가 함께하는 실천으로 조금 더 빨리 우리에게 다가올 것"이라고 말했다.